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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 Oct 22. 2023

영어 잘하는 비법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영어 잘하는 비법 같은 거 없어요.
그냥 저절로 잘하게 된 거예요.”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재수 없게 들리겠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대학생이 될 때까지 나의 영어 공부 방법과 수준은 다른 학생들과 비슷했다. 학교 수업 외에, 문법의 “정석”이라 불렸던 <성문기초영문법>으로 문법을 공부했다. 이후에는 좀 더 세련되어 보이는 -앞서가는 학생들이 공부한다는- <맨투맨 종합영어>로 배웠다. 그 책들로 공부해서 대학입학시험을 봤고, 다행히 영어 성적은 잘 나왔다. 


대학을 들어와서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당시 영어수업은 독해시간과 리스닝의 두 가지로 나눠져 있었다. 독해시간에 사용하는 책의 단어 수준이 매우 높아서 쉽지 않았지만 단어의 뜻만 안다면 해석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리스닝 수업이었다. 처음 해보는 듣기 수업이었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리스닝 텍스트의 단어 수준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방법으로 시험을 대비할 수 있었다. 사실 시험을 잘 못 봐서 점수가 낮아도 속상하거나 마음이 쓰이지는 않았다. 두 과목 모두 1학년 때 들었는데, 이 때는 학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과는 달리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대학에 입학한 첫 해부터 학점이나 취업에 집중하는 친구들은 많지 않았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1학년 때는 좀 놀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2학년이 되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학점을 따기 위한 공부보다는 하고 싶은 걸 탐구하겠다며 시험과는 거리가 먼 활동만 했다. 2학기가 되면서 토익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런 건 공부 안 해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맨투맨 종합영어>로 영문법의 기초를 잘 다졌고, 입시에서 영어를 다 맞은 “영어 능력자”라 믿었으니까…

2학년을 마치고 나니 학교가 다니기 싫어졌다. 공부는 더더욱 하기 싫었다. 공부도 안 하는 학교를 무슨 의미로 다니나… 싶었지만, 그렇다고 학교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자퇴 대신 1년간 휴학을 하는 걸로 타협했다. 1년간 뭘 할지 찾아야 했다. 휴학을 하고 여행을 한 사람,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침 그때는 여행이나 어학연수 등 해외 경험이 막 붐을 타기 시작한 때였다. 그냥 여행보다는 영어 실력도 늘리고 해외 경험도 할 수 있는 어학연수가 좋을 것 같았다. 문법이나 독해 실력은 괜찮지만 듣기나 말하기는 “좀” 부족하다는 자기 분석의 결과였다. 5~6개월 정도는 돈을 벌면서 준비하고, 나머지는 어학연수를 갔다 오면 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먼저 회화학원을 찾았다. 테스트를 하고 실력에 맞는 반에서 외국인과 함께 회화 연습을 한다는 학원이었다. 간단한 필기 테스트와 듣기, 그리고 외국인과 실제 대화 테스트가 있었다. 난생처음 외국인과 대화를 해봤다. 조금 떨리긴 했지만 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생각과는 매우 달랐다. 

레벨 테스트 결과는 1단계. 전체 10단계 중에 가장 아래였다. 그나마 1단계라도 된 게 다행이랄까. 조금만 못했어도 아예 레벨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할 뻔했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학생이니까 열심히 하면 금방 올라갈 거예요.”

학원 직원의 위로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너무 기분이 나빴고 자존심이 상해서 다니고 싶지 않았다. 

‘이 학원의 테스트 시스템이 잘못된 걸 거야. 다른 곳에서 다시 해 봐야지.’ 

근처의 다른 곳에서 다시 테스트를 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이곳에서는 기초가 너무 없기 때문에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최악의 결과였다. 몇 달 전 친구가 같은 학원에서 레벨 테스트를 받고 3단계를 받았다고 했을 때 비웃었던 일이 떠올랐다. 대학생이 어떻게 그 정도 레벨 밖에 못 받을까 의아했는데... 그럴 수 있었다. 

자존심은 매우 상했지만 1단계 반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매달 말에 다음 단계로 올라갈지 아니면 계속 머물지 테스트를 하는데, 한 달에 한 단계씩 올라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럼 6개월 후에는 6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겠지. 그렇게 결심한 후에 교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첫 번째 수업부터 더 기분 나쁜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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