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로하 Jul 08. 2023

인공지능 시대에 영어 공부는 왜 해야 하나요?

몇 해 전 인공지능과 인간의 번역 대결이 있었다.* 그보다 1년 전에 인공지능과 인간의 바둑 대결에서 인간이 참패를 당한 적이 있었다. 그 수모를 다시 겪는 건가 했는데, 다행히도 인간이 완승했다. 대결 방식과 평가 기준에 불공정성의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문맥을 파악하여 이해하고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를 선택한 자연스러운 번역은, 아직은 기계가 사람을 따라올 수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대결을 지켜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쉰 사람도 있지만 한편으로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았던 것 같다. 아직은 인간이 조금 낫다고 하지만 조만간 기계가 따라잡는 날이 올 거라며, 이제 드디어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왔다고 기뻐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이제 우리는 정말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 공부를 그만둬도 되는 세상에서 살게 되는 걸까? 내게도 이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나의 대답은  40대를 넘긴 성인의 경우에는 “굳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영어를 배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이다. 특히 그들이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인터넷상에서 단순 정보 획득이거나, 1년에 한두 번 정도의 해외여행 때문이라면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거나 휴대용 통역기를 사용하는 것이 제한된 리소스(돈과 시간)를 훨씬 더 유용하게 소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외국에서 휴대용 통역기를 사용해 현지인과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도 목격했다.

성인은 그렇다 치고 아이들은 어떨까? 사실 자녀를 둔 성인들이 궁금한 건 본인의 영어 공부보다는 자녀의 영어 공부일 거다. 앞으로 아이들이 자라서 살아갈 세상에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된 인공지능이 적용된 번역기와 통역기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실시간으로 번역되는 통역기를 앞에 두고, 각자의 자국어로 대화를 하고 토론을 하는 모습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런 유쾌한 상상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들(이라고 하지만 30대 이하)은 영어를 배우는 것이 좋다고 대답한다.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직, 간접 경험 때문이다.


첫째,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언어 습득 그 자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를 배우는 것이고 사람을 사귀게 되는 것이며, 학습법을 익히는 것이다. 가장 정확도가 높은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 번역기의 총괄 연구원이었던 마이크 슈스터(Mike Schuster)는 외국어 공부가 사라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언어를 배우면 다른 분야를 학습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책도 많이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독일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공부를 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언어 환경에서 다양성을 배웠지요. 그리고 그것은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인간의 언어 학습은 계속돼야 합니다”


둘째, 앞으로의 세상은 인공지능의 세상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시대, 지구촌 아니 지구홈의 시대가 될 것이다. 1년에 몇 번 해외여행을 가나의 차원이 아니다. 고급 정보 획득에서 교육, 오락, 휴먼 네트워크, 비즈니스까지 이제는 한국에서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기 어려워졌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가내 수공업으로 시작한 작은 비즈니스가 전 세계적 브랜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에서 더 뛰어난 우리나라 제품은 그냥 국내 최고 수준에서 머물고 마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아예 해외 시장의 존재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물건만이 아니다. 책, 강의, 지식 상품 등 콘텐츠 산업의 경우는 더 영향이 크다.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서비스는 전 세계인에 어디에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런 매체는 앞으로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한국어로 한국인을 타깃으로 만든 콘텐츠라도 전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양질의 콘텐츠가 한국어를 이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소비되고 있을 뿐이다. 반면에 영어로 콘텐츠를 만든다면 전 세계인을 예비 구독자로 얻고 더 큰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더 넓은 세상”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어려서부터 외국어를 배우고 국제적인 환경을 접하며 성장하는 어린이들은 더 큰 꿈을 꾸게 된다. 공공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면 국내 공무원뿐만 아니라 UN 등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는 꿈을 가질 수도 있다. 국내에서 이미 인정받고 국제적으로도 통할 콘텐츠나 능력을 갖고도, 영어를 못해서 해외 진출이 좌절됐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비슷한 재능과 노력을 하고도 한국에서 밖에 살아갈 수 없는 국내용이 아니라 전 세계용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또 다른 세상을 갖게 하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꿈과 사고에 한계를 갖지 않게 하는 것. 부모가 자녀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젊은이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데 왜 성인들은 안 배워도 괜찮다고 한 걸까? 앞서 성인에게 한 대답은 그다지 친하지 않거나 별로 관심이 없는 성인들이 물어보는 경우이다. 마흔을 훌쩍 넘은 성인이라도 제가 아끼는, 좋아하는 성인들이 물어볼 때는 어떨까? 나는 갈릴레이에 빙의되어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도 영어는 배우는 게 좋지요. ^^”




https://www.alltradis.us/humans-vs-artificial-intelligence-the-human-translator-wins-the-first-battle/ 

이전 01화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