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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SR Aug 12. 2021

단골 술집#004



같이 술집에서 일하며 친해진 A는 내게 일이 끝나고 가는 단골 술집이 있다고 자주 말했다.

    "새벽에 그곳에 가서 먹태 하나에 맥주를 마시면 맛이 죽이지!"

때때로 몇 잔이나 마셨는지 자랑스럽게 말해주기도 했다. A는 말했고 나는 들었다. 


 우리는 술집 마감 조로 일해서 늘 깊은 밤에 끝났다. 정리를 마칠 때쯤이면 1시였다. 손님들이 술잔을 다 비우면 문을 닫았다. 우리처럼 일이 늦게 마치는 사람들을 위한 술집들이 근처에 몇 있었다. 걔가 말하는 건 바로 그런 술집이었다. 


 소믈리에가 직업이었지만 소믈리에의 소주의 '소'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웃는, 소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와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는, 소주를 좋아하는 A였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은 모두 친했지만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각별했다. 나와 A도 20대 중반 동갑이라는 나이가 친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 당시의 나는 낯을 많이 가려 초면인 사람과 말을 잘 섞지 않았지만 A는 꾸준하게 말을 걸어주었다.

    "너랑 친해지기 무척 힘들었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을 덧붙이며. 

 우리는 느낌 있는 날엔 일을 마치고 늦게까지 열려있는 술집을 많이 찾아다녔다. 간장새우, 육회, 고기, 회 등 많이 돌아다녔지만 가장 좋아했던 곳은 양꼬치였다. 여긴 양꼬치 향이 세서 좋다고 말하며 짠 하며 자주 가는 단골 술집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단골 술집이라는 장소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집과 가까울 것, 원하는 시간에 열려 있을 것, 내가 좋아하는 시그니처 안주가 있을 것 마지막으로 혼자 마시기 부담스럽지 않을 것. 지금에서야 혼술, 혼밥이 많이 보편화되었지만 이때는 아니었다. 혼술이라는 것은 정말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친구가 사는 동네에 위치한다는 단골 술집을 갈 기회가 있었다. 저녁부터 함께 술을 마셨지만 많이 취하지 않은 채 그곳까지 갔다. A의 시그니처 메뉴는 먹태였다. 먹태와 생맥주를 주문한 후 A는 사장님과 반가운 듯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가게에서 파는 것과 많이 다르네"

    "그치?"

  맥주잔을 부딪쳤다.

    "먹태는 마요네즈에 간장을 조금 부은 후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서 넣어야지. 지금 나오는 소스, 이것도 내가 이 가게에 알려줬어."

으쓱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매콤한 갈릭소스도 같이 나왔다. 새벽 5시 마감시간에 맞춰 우리도 나왔다. 첫 차가 다닐 시간이었다. 바람이 시원했다.



 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술이 좋아서가 아니라 분위기 때문이었기에 혼자서 마실 일이 없었다. 언젠가 혼자 집에서 소주를 마셔보았지만 속이 쓰렸고, 분위기가 나지 않아 한두 잔 마시다 그만두었다. A에게 단골 술집 이야기를 들은 후에 가끔 한 번씩 집 근처 술집을 찾아가 보았다. 술집이 많지만, 새벽까지 열려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에게 혼자 마시는 술의, 아니 술의 맛을 알려준 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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