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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

자살이 허기진 밤 #045

by G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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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돈을 벌지 않아도 될 만큼 많다면, 너는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


나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내 주변에는 이런 확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나보다 어린데도 이미 자신의 커리어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안정적이고 멋지게 보였다. 나도 고등학생 시절 혹은 대학교를 다닐 때, 나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30대의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망설임 없이 나아가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는 한 번도 안정적이었던 적이 없었다. 특히 내 마음속은 언제나 파도처럼 흔들렸다.


나는 재미없는 일은 하기 싫었다. 그래서 다이내믹하고 재밌는 일을 할 거라 믿었지만, 지금 나에게 일이란 그저 생계를 위한 일뿐. 출근을 하고, 주어진 일을 하고, 빨리 퇴근을 하고 싶어 한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있었던 모든 열정과 의욕은 사라졌다. 일은 일, 나는 나라는 생각에 빨리 퇴근을 하고 쉬거나 내가 원하는 것을 하자고 했지만 이제 그마저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첫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아니다. 지금의 회사는 내가 생각해도 일할 환경이 좋다고 생각한다. 워라밸도 좋고, 집과의 거리도 가깝다. 그래서 야근이 많던 이전 회사보다 나에게 쓸 시간이 더 많아졌다. 하지만 퇴근 후의 나는 마치 배터리가 방전된 기계 같다. 몸이 피곤한 것이 아니라, 정신이 텅 비어버린 느낌. 가끔은 그저 멍하니 누워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움직인다. 이전에 하고 싶었던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와, 다양한 콘텐츠 제작, 공부 등등,, 하지만 이미 의욕은 상실된 지 오래. 왜일까? 모든 정신적 에너지를 회사에서 다 소진하고 와서 나에게 소진할 에너지가 없는 걸까?


퇴사해 봐서 나도 안다. 쉰다고 해서 일할 때 생각했던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의욕이 생기는 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이 일을 계속하는 나를 상상할 수 없다. 몇 년 후에 회사에서 일하는 나는 없을 것 같다. 해온 게 이것뿐이라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한 번쯤은 도전하고 싶지만, 나태한 나를 내가 믿을 수 없다. 그리고 실패하였을 시, 나는 회생할 수 없음을 안다. 이 불안을 어떻게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계속 안주하고 안주하다가 점점 늪으로 가라앉고 마는 것이 아닐까?


예전 뭐든 해봤던 나를 원망해야 하나. 더 어릴 때부터 우직하게 하나의 길로만 갔었어야 했나? 재미와 흥미만 쫒다가 나의 삶이 이렇게 불안정하게 바뀐 건 아닐까? 생각만 하고 추진력이 없는 나에게는 뭐든 망상이 될 뿐이었을까? 각자의 삶에 정답은 없지만 선택은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온전히 자신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계속 떠밀려주는 삶을 희망했던 게 아닐까? 여긴 나의 책임이 없다고. 하지만 누구보다도 무거운 책임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의 삶이기에. 조금 더 주체적이고 책임질 수 있는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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