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자그레브의 밤
자그레브까지 오는 24시간의 여정이 너무 무리였을까?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조식도 맛있게 먹어치우고 자그레브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면서 훑고 맥도널드에서 큼직한 햄버거까지 먹고 나니 슬슬 졸음이 몰려왔다. 낮시간 햇살이 뜨겁기도 해서 잠깐 쉴 겸 다시 숙소로 향했다.
헐!
숙소에서 잠깐 눈을 붙였는데 뭔가 순간 움찔한 느낌에 눈을 떠보니 창문 밖이 어둡다. 시계를 보니 저녁 9시. 아... 젠장.... 너무 오래 잤다. 일어나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난 다시 '자그레브 아이'를 향했다.
'자그레브 아이'는 낮에 입장권을 끊으면 당일에 한해 밤 24시까지 몇 번이든 다시 와도 된다. 꽃누나 덕분인 걸까? 여기에도 반가운 한국말이 보인다.
'자그레브 아이'에서 바라본 반 옐라치치 광장의 모습. 일요일 저녁 9시니 한국으로 따지면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내일 출근을 걱정하는 시간대라 어젯밤의 모습과는 달리 다소 한산했다. 광장 가운데에서는 마침 3:3 길거리 농구가 모 맥주회사 주관으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낮에는 몰랐는데 밤이 되니 자그레브 대성당의 모습이 참 장관이다.
크로아티아는 축구와 더불어 농구가 유명하다. 90년대 NBA농구선수였던 '드라젠 패트로비치'가 바로 크로아티아 출신으로 그가 속했던 1992년 올림픽 대표팀은 최강 미국과 결승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고국에 은메달을 안겼다고 한다.
반 옐라치치 광장을 가로지르는 트램의 모습을 장노출로 잡아봤다.
자그레브 대성당을 끝으로 자그레브의 야경 관람을 마무리하고 숙소 근처에 있는 번화가로 향했다. 아침은 호텔 조식을 먹었고 점심은 패스트푸드를 먹었으니 저녁만큼은 괜찮은 식당에서 먹어줘야겠기에...
식당 메뉴판이 아이패드에 제공된다.
로컬 맥주 먹을래? 아니면 월드 맥주를 먹을래?라고 직원이 물어보는데 로컬 맥주를 주문했다. 저 맥주가 크로아티아 맥주인데 쌉쌀하고 시원한 맛이 체코의 필스너 우르켈 맥주를 닮은 맛이다.
내일 조식을 제외하고는 자그레브 마지막 식사이니 좀 든든한 걸 먹고자 시킨 메뉴. 소고기 스테이크에 구운 가지와 토마토, 버섯이 있는 그런 메뉴이다. 크로아티아 가이드북에서 식당에서 주문을 할 때 소금을 적게 넣어달라는 말을 하라고 했는데 깜빡했더니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는 순간 짠맛이 느껴졌다. 다행히 맥주와 함께 먹기에 그리 부담스럽거나 못 먹을 정도의 짠맛은 아니었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숙소에 돌아오니 밤 12시
내일은 자그레브에서 스플리트로 이동한다.
여행지를 터키에서 크로아티아로 변경하고 나서 자그레브 숙소를 제외하고는 다른 곳은 미리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다. 그냥 상황에 맞게 닥치는 대로 하루 전에 예약하거나 현지에 도착해서 찾고 하는 것도 그리 나쁜 경험은 아닐 것 같아서....
그렇게 자그레브의 마지막 밤이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