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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구마 Aug 29. 2020

교회

그러니까 교회는, '사람'이 모이는 '지상'의 안식처다. 하늘 위에 떠 있는 천국이 아니란 소리다.


어릴 땐 교회를 참 열심히 다녔다. 학교보다 교회에서 더 많이 놀았다. 30분도 채 안 되는 어린이 예배를 건성건성 드리고 교회 앞에 모여 형, 동생들과 말뚝박기며 깡통차기 따위를 하면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청소년이 되고는 수련회니 뭐니 하면서 더 열심히 놀았다. 비밀은 아니지만, '교회 오빠'가 되어 '교회 동생'과 짧고 순수한(?) 연애도 했다. 나에게 교회는 경건하게 신과 만나는 장소라기보다는 일주일에 한 번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였다. 그리고 그렇게 좋았던 사람들이 더는 좋다고 느껴지지 않았을 때 나는 교회를 떠났다. 온 마음을 다해 열심히 교회를 좋아했던 것도, 그렇게나 좋아했던 교회를 나가지 않게 된 것도 결국 사람 때문이었다.

요즘은 뉴스만 틀면 교회 얘기가 나온다. 신을 섬긴다는 그들에겐 두려움도 없고, 미안함도 없다. 말로는 사랑을 외치면서 실은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할 줄을 전혀 모르는 그들의 모습이 어릴 적 내가 떠났던 교회의 그 모습과 많이 닮았다. 320여 명. 그들의 말대로라면 하늘로 올라가 신의 앞에 서서 천국행과 지옥행을 나누는 심판을 받고 있을 사람들의 수이다. 그들이 심판을 받기 전에 전도하고 구원해 천국에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인들의 임무가 아니었나. 전염병 때문에 억울하게 죽어 심판의 날이 앞당겨질, 그래서 미처 구원받지 못한 채로 신의 심판대 앞에 서야 할 사람들의 숫자는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정말로 사람들을 '구원'하기 원한다면, 지금 교회는 신보다 사람 앞에 먼저 무릎 꿇어야 한다.


그래도 어린 시절 대부분을 보냈던 교회에 약간의 애착이 남아있는지라, 정치와 분리되어 사회적 질서를 지키며 묵묵히 견뎌낸 무고한 교회까지 싸잡아 욕을 먹는 상황이 조금 씁쓸하다. 교회가  신을 사랑하는 만큼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았으면, 하늘 위를 바라며 땅 위에 진짜 사랑을 퍼뜨리는 곳이 되었으면, 그래서 교회가 교회다웠으면, 하고 바라본다. 교회는 그래야 한다. 내가 배운 교회란 그런 곳이다. 내가 알고 있는 교회와 내가 겪은 교회는 아직 조금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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