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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구마 Jan 06. 2021

뼈를 맞았다, 아프다

차구마 일기 -번외 편-

여유로운 오후. 브런치를 잠깐 훑다가 이런 글을 읽었다.


<브런치에 실망해도 되나요?>  

by 박지아피디, 출처: https://brunch.co.kr/@happyjia7/67


그래, 당연히 그래도 되지, 하는 마음. 또 어떤 쓴소리로 브런치놈(?)들을 혼낼까 하는 설렘. 그런 것들을 기대하며 스크롤을 내리는데, 아뿔싸, 그냥 읽지 말 걸 그랬다. 아니다. 어쩌면 꼭 읽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작가님은 브런치라는 시스템의 허점이나 불합리가 아니라 '나'를 혼내고 있었으니까. 브런치란 공간을 빌려 글을 쓰고, 때론 글을 읽는 바로 나를 혼내고 있었으니까. 그렇다. 분명히 나는 눈물 쏙 빠지게 혼이 나야 했다.


일상 기록이 너무 많다
일상 기록도 할 수 있지만 그 어떤 감상도 생각거리도 없는 팩트 나열이다  

                                                                                                   - <브런치에 실망해도 되나요?> 중에서


싸늘했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혔다. 괜히 흉내 낸 영화 대사가 아니다. 진짜로 그랬다. 겨우 구독자 4명을 보유한 쪼렙이 간신히 끼적인 글. 그러다 보니 어느새 60편이 넘게 발행되어버린, 아니 마구잡이로 쏟아내 버린 글. 시도 소설도 평론도 아닌 어쭙잖은 글. 내 서랍엔 그렇게밖에 쓸 수 없었던 글들 뿐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던 이유를 새삼 되짚어본다. "개인 블로그나 일기장"도 아닌 이곳에 글을 올렸던 이유를 말이다. '모종의 이유로 글을 찾는 이에게 혹시 내가 가졌을지도 모를 모종의 그 어떤 것을 전해주기 위해서.' 아마 그런 이유였을 테다. 그리고 지금껏 써온 내 글은 아무리 읽어도 그런 이유가 잘 만져지지 않았고. 


심지어 오타도 많다(…)
잘 쓰고 못쓰고는 중요하지 않다
우린 모두 지망생들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매만졌다는 느낌 정도는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같은 글 중에서


휴. 다행이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네. 난 적어도 맞춤법 검사기는 돌리고 발행을 누르니. 나름 문장도 정성스레 만진다. 열심히 매만져도 도무지 예뻐지지 않는 문장들 투성이지만 말이다. 흔히 '작가'라고 불리는 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다. 나는 배운 사람의 글을 쓸 수는 없다고. 당연하다. 나는 글을 배운 사람이 아니니까. 내가 쓴 글은 시 쓰고 소설 쓰고 평론 쓰는 사람의 글을 동경하며 발뒤꿈치라도 따라가고 싶은 글일 뿐인데. 저 얘기가 '너 글 못쓴다'라는 꾸짖음처럼 들려 조금 섭섭해지려 할 때 다시 읽어본다. 그래, "잘 쓰고 못쓰고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했다. "매만졌다는 느낌"이 필요할 뿐이라고 했다. 이건 필시 글에 대한 애정이다. 애정 어린 조언이다. 적어도 글을 쓰는 이라면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조심스레 댓글을 살폈다. 대부분 따뜻한 공감의 말을 전하더라. 물론 불편한 이들도 있을 테다. 그런 불편함도 좋다. 비판에 대한 비판도 아름다운 법이니까. 그러나 혹여라도 '당신이 뭔데'하며 자격 따위를 운운하는 분이 계신다면 대변해서 말하고 싶다. 그런 일갈을 할 수 있는 자격, 있다. 적어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 "글감을 매만지"며, "브런치에서 좋은 글 많이 마주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용기 있게 "[발행]"을 누르는 작가니까. 그런 작가님에게 뼈를 맞았다. 아프다, 그래서 다행이다.



* 이 글은 브런치 작가 '박지아피디'님의 글 <브런치에 실망해도 되나요?>의 일부분을 인용해서 작성했습니다.

작가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글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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