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구마 일기 23
아차, 싶으면 벌써 달(月)이 바뀐다.
찰나, 그리고 찰나. 답답한 시간은 더디게 흐르는 것만 같은데 하루는 금세 가고, 일주일은 더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다시 여러 번 찰나를 견디고, 또 어떤 고비의 순간을 겨우 넘기면 3월은 온다. 여지없이.
3월은 봄. 봄이 오는 그 당연한 속도가 위태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가방을 메고 드디어 학교에 가는 저 병아리들과,
아직은 살짝 서늘한 봄바람과,
그 밖에도 봄을 만끽하는 어떤 것들.
그리고 그것들이 봄을 맞는 일을 슬며시 웃으며 관찰하는 나.
봄볕이 들지 않는 어떤 경계선 밖에서
봄은 왔는데 봄으로 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내게로 3월은
내게서 3월은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