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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쉼터

가족이 너무 그리워

by 구르미

휴우...

나는 모란 앵무새로, 색이 예쁘고 몸집이 작아서 애완용으로 키우려는 사람들이 우리를 좋아해. 나와 아내도 그렇게 엄마, 아빠에게 왔고 우린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어. 나와 똑 같이 생긴 내 아내의 이름은 공주였어.


우린 너무나 행복하게 살았고 까다로운 우리들을 위해 엄마와 아빠는 최선을 다해 주셨어. 우리는 장에 유익균이 없어서 배설을 해도 냄새가 안 난다며 좋아했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커서 이뻐해 주셨지. 하지만 우리가 아프면 일반 동물병원에 갈 수 없어서 부모님은 늘 난감해하셨어. 우리를 위해 늘 특수병원을 찾아야 했으며, 진료비가 비싸서 엄마, 아빠가 난처해하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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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아내가 임신을 했어. 그녀는 몇 날며칠 무언가를 찢어댔어. 난 걱정이 되었는데 엄마, 아빠는 이미 아셨는지 아내에게 종이를 넉넉하게 주며 종이를 찢으며 스트레스를 풀라며 아내의 기분을 살펴 주셨어. 종이가 없으면 벽지, 나뭇잎, 옷 등 입에 닿는 건 모조리 찢어 버린다며 미리 준비한 거래. 하하. 아마 말은 안 해도 아내는 힘들었을 거야. 그런 아내의 기분을 헤아려 엄마, 아빠가 여행을 준비한 것 같아.


엄마와 아빠는 아내가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애써 계획을 세운 듯했어. 집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여행지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끔 차창을 통해 맑은 바람도 맞으며 가는 여정이었지. 평소엔 집에서 보내던 우리였기에 그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로웠어.


아내는 창가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어. 종이를 찢어대던 날들에 비하면 한결 편안해 보였고, 나도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놓였지. 엄마와 아빠는 작은 간식도 챙겨주고, 물도 자주 주면서 우리와 대화하려고 애썼어.


"우리 아가들, 예쁜 아가들, 정말 사랑해."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와 공주는 서로 눈을 마주치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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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갑작스러운 충돌음이 들렸고, 그 이후엔 모든 것이 멈춘 듯했어. 눈을 떴을 땐 낯선 공간 속에 나만 남아 있었어... 아마 사고 이후 나만 여기로 보내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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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희미하지만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퍼지고, 비릿한 냄새들이 뒤섞였던 그 순간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져서 숨을 쉴 수가 없어. 나를 남겨두고 떠난 모두를 그리워하며 나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


하지만 공주의 마지막 미소와 엄마, 아빠의 따뜻한 목소리가 너무 그리워.

나는 혼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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