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였다.
지금도 엄마이고 마지막 순간까지 엄마로 불려질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린 뒤, 나는 내 이름 대신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로 불리는 데 익숙해졌다.
어쩌면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그 안에서 점점 나를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사랑했기에, 가족이 소중했기에 기꺼이 감당해 낸 것들이었다.
밥을 짓고, 아이를 키우고, 가족의 하루를 챙기며 나를 잠시 미뤄두는 일쯤은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내가 버렸다고 생각했던 꿈들은 사실 버려진 게 아니었고, 그저- 잠깐 접어두고, 바쁜 삶에 밀려 잊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아이들이 자라고, 다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서야 조심스레 내 지난 삶의 발자취와 접었던 꿈들을 꺼내 볼 수 있었다.
여전히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 것들, 다시 시작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이제는 그 무엇도 아닌 ‘나’로서 다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글은 내가 엄마였기에 가능했던 위대한 삶의 기록이자, 그 삶을 부정하지 않고 굳건히 받아들이며 수십 년의 긴 세월에 묻어 두었던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이제야 조금씩 다시 꿈꾸는 한 여성의 조용한 선언이라고 해 두자.
나처럼 오래전부터 사라진 이름 하나를 찾고 싶은 독자들에게
그 이름을, 세상을 향해 날려보길 바라면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본다.
"자, 이제는 당신을 돌볼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