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524 꿈이야기
아내와 함께 아내의 모교 앞을 지나는 만원버스를 타고 가다 가수 싸이를 만났다. 싸이는 신곡이 있다며 들려주었는데 제목은 '사미별곡' 이었던 듯 하다. 아내를 포함해 버스안에 있는 모두가 점프점프 뛰면서 춤을 추며 노래를 즐겼다.
신나는 곡이라 이번에도 대박나겠군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덧 목적지에 다 와서 아내 손에 이끌려 버스에서 내렸다. 내 손에는 아까 싸이의 노래를 들을때 버스에서 받은 초소형 스피커와 마이크 두개가 있었다. 아내와 길을 걸으며 스피커 크기에 비해 마이크 소리가 비교적 잘 나오네 감탄하면서 작동법을 익히고 있었다.
이내 난 마이크와 스피커에 흥미를 다 풀었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며 걷는데 집중했다. 반면 아내는 이제서야 마이크의 신기함에 빠져 시험해보느라 내 속도에 맞춰 따라오지 못한다. 난 매번 내 걸음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아내를 책망하며 아내보다 멀찌기 앞서 걷기 시작했다.
어느덧 아내가 보이지 않는 골목까지 왔기에 에이 될대로 되라 지가 알아서 연락하겠지 하고 반 포기상태로 전봇대에 기대어 휴대폰에 뜨는 뉴스를 읽기 시작했다.
헌데 뉴스를 읽으면서 맘속으론 아내가 날 찾지 못하길 바랬나보다. 남의 하숙집 안에 들어가 마당에서 휴대폰을 보다 남자 셋이 대화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내 머릿속에도 여기까지 들어와버리면 그냥 지나가면서는 찾을 수 없을거고 전화 연락을 해야만 찾을텐데 하면서도, 에이 급하면 지가 연락하겠지 하며 맘을 놓아버린다.
그러고 있으려니 하숙집 마당에 아까 버스에서 스쳐지나갔던 아리따운 여대생이 나타났다. 아까 우리 만났던 것 알죠? 하는 눈빛으로 자신의 털스웨터 오른쪽 어깨부위를 살짝 들어 보인다. 난 헤벌레 해서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렸고 왜 아직도 아내가 연락이 없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그 여대생이 '당신 부인이 당신과 연락이 안된다며 남편이 그냥 가버렸나보다고 슬퍼하며 집으로 돌아갔다'는게 아닌가?
왜 연락이 안돼? 하며 내 휴대폰을 보니 내 손에는 와이프와 함께 맞춘 스마트폰이 아니라 예전에 쓰던 2G폰이 놓여있다. 아 그러고보니 내 스마트폰이 고장나서 이 폰을 가지고 있었구나 알게 되었고 이 폰으로는 아내가 연락할 수 없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연락할 수도 없는 옛 휴대폰을 들고 먼저 연락하겠거니 하면서 오히려 숨어들어 자리를 피한 형국이 되었다. 아내에게 미안하네, 이번에도 내 고집만 부리다 아내에게 고통을 안겨줬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현실로 돌아왔다.
150524 최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