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 95.9] 건강한 아침 이진입니다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종 질환에 대한 정보와 궁금증 풀어보고 있는데요,
매주 수요일에 긴급한 순간,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알아두면 도움될 만한 정보 알려드리고 있죠?
오늘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네, 일단은 인사를 먼저 드리겠습니다. 어느덧 마지막 시간이라고 하니까 아쉬운데요. 즐겁게 이진씨와 함께 방송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응급 의료... 이게 환자도 험하고 일도 힘들어서 아무래도 의료인들 사이에 기피하는 분야이긴 합니다. 예전보다는 상황이 점점 나아지고 있긴 한데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하죠. 예를 들어 미국 등 선진국의 응급실 근무 현황을 보면 한 의사가 한 시간에 두 명 정도의 환자를 아주 세심하고 철저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기준으로 의료진을 구성하게 되어 있습니다. 간호 인력도 한사람이 한 두 개의 병상만을 집중해서 간호할 수 있는 환경이고요. 우리의 현실과는 좀 거리가 있죠. 의료진만 힘든 게 아니라 환자 안전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 일단 응급의학과 의사와 간호사, 응급구조사가 가장 대표적인 응급 의료 인력이라고 할 수 있고 넓게 보면 응급 전용 중환자실과 응급 전용 수술실, 혈관 시술팀, 외상센터에 외상외과 의료진, 헬기 운영 팀도 다 응급 의료 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실제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많이 나오고 응급실 근무를 희망하는 간호사도 많이 늘었습니다. 다만 병원 입장에서 응급센터에 투자를 할 동기가 별로 없다는 게 문제겠죠. 응급실 뿐 아니라 병원들이 중한 환자를 보면 볼수록 손해인 구조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 제도의 특이한 점인데요, 감기를 진료 받을 땐 혜택이 크지만 진짜 중한 질환에 걸리면 의료보험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그래서 재난적 의료비라는 말도 나오고. 환자 개인은 불안해서 사보험에 또 가입을 하고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죠.
어쨌든 그렇다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중한 환자를 중심으로 보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줄이고 외래에서 시술과 검사를 중심으로 해야 겨우 수익을 남겨 살아남을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이번에 정부에서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수가 조정을 통해 이런 오류를 바로잡겠다고 나섰으니 앞으로 결과를 지켜봐야겠습니다.
>> 병원이 응급환자를 보기 위해서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하려면 환자 수에 따라 다르지만 의사는 최소 5명 이상, 간호사는 보통 20명 이상이 필요합니다. 그 인건비와 시설비용, 그 외에 검사실, 원무팀, 보안요원 등 까지 계산하면 응급실은 외래에 비해서 기본적으로 드는 비용이 아주 큽니다. 응급의료 관리료로 어느 정도 충당하고 있긴 하지만 부족한 경우가 많죠.
게다가 우리나라 의료보험 수가체계에서는 여러 곳을 다치거나 여러 질환을 한꺼번에 치료하면 들어간 비용을 다 보전해주질 않습니다. 외래에서는 한 가지 질환이나 한 가지 시술만 할 수 있지만 응급환자가 어디 그런가요? 여러 질환에 대해 치료하다보면 병원 입장에서는 다 보전을 못 받고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거죠.
그런가 하면, 실제로 지방에 인구가 적은 곳은 환자가 없어서 응급실이 문을 닫는 곳도 생기고 있습니다. 그럼 그 지방에 사는 분들은 응급 상황이 생기면 먼 곳까지 이동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위험이 커지게 되죠. 대표적으로 산부인과 의사가 없는 지역 주민들의 불편함과 위험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적이 있죠. 비슷한 경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응급실 같은 필수 의료 분야는 돈의 논리로만 운영되게 둘 게 아니라 정부차원의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봐야겠죠.
>> 네. 응급의학과 의사라면 기본적으로 영상검사 결과를 볼 수 있지만 영상의학과 전문의 선생님들만큼 보진 못하겠죠. 특히 병원 전체에 의사라곤 혼자 근무해야 하는 응급의료기관에서 근무하다보면 검사 결과를 보면서 긴가민가 애매한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실제로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경우도 생기게 되고요. 최선을 다 해도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어려운 점인 것 같습니다. 의학은 100% 확실한 게 없으니까요.
>> 네, 아무래도 그렇죠. 누구나 밤에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고, 그렇다보니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당직비가 부담되고 그런 거죠.
>> 병원마다 각각 다 다른데요, 저희 같은 수도권 응급의료 기관이나 센터는 환자도 어느 정도 있고 의료진도 갖춰져서 잘 돌아가는 편입니다. 다만 간호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어려움이 있습니다. 간호사 근무가 다 힘들지만 특히 응급실 중환자실 근무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밤 근무가 일상인 3교대 근무에 근무 때엔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화장실도 맘 편히 못 가니까 감기와 위장질환을 달고 삽니다. 게다가 고생하는 것에 비해 박봉이다 보니 결혼하고 아기 생기면 대부분 일을 그만두게 되죠. 고급 인력인 간호사들이 다시 현장에 나올 수 있게 임금 현실화와 정책적인 지원들이 필요합니다.
대학병원 응급실 같은 경우는 의료진에 비해서 환자가 너무 많은 게 문제겠죠.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안되어 있으니 중한 환자나 경한 환자나 다 대학병원으로 몰리는 게 현실입니다. 요즘은 많은 분들이 의료 실비 보험 드시잖아요? 전 인구의 70%가 가입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그렇다보니 응급센터 규모별로 차등해서 정해진 응급의료 관리료가 별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보완 대책이 필요합니다.
>> 이번에 북한 귀순 병사 치료과정에서 알려진 중증외상센터 지원책 같은 경우도 중요한 사안이라고 볼 수 있겠고요. 중증외상과 마찬가지로 내과적으로 중한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를 치료할 때도 치료 비용을 제대로 인정하고 지급하는 것, 그럼으로써 부족한 인력 문제 등이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음, 경증과 중증, 어른과 아이는 규모 있는 응급실이라면 잘 나눠져 있고요. 아직 모든 응급실이 감염에 대해 완벽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다만 메르스 사태 이후로는 해외 다녀오신 분이나 열나는 분들을 응급실 앞에서 미리 체크하는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호흡기 감염환자를 위한 음압 격리실도 만드는 등 계속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시설 부분은 비용의 문제가 있다 보니 빠르게 바뀌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 음... 뭐 힘든 점이야 많죠. 술 마시고 응급실에서 행패부리는 분들 상대할 때나 마약 중독자 오셔서 원하는 대로 안 해준다고 난동부릴 때 이럴 때도 힘들고...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젊은 분이 사고로 안 좋은 상황에 빠졌을 때, 그리고 그 사실을 보호자께 전달할 때가 마음이 참 안 좋습니다. 특히 어린 학생이 학원 늦게 끝나고 버스에서 내려서 집에 들어가다가 교통사고 났을 때, 아버님께 상황 설명 드리는데 참 남 일 같지 않고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이럴 때 다음환자 바로 보기가 힘들죠.
>> 글쎄요, 기억에 남는 환자가 많긴 한데 사람의 기억이다 보니까 안 좋은 기억이 더 뚜렷하게 남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 중 하나는 자칫 감기로 오인할 뻔한 심근염 환자를 진단하고 감사편지를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젊은 여자 환자분이 기침과 열이 난다고 오셨다가 약간 숨찬 기운도 있다고 해서 혈액검사를 했거든요. 거기서 심근효소수치가 올라간 게 확인되어서 급히 대학병원 전원 갔다가 치료 잘 받고 오셨죠. 심낭염, 심근염이라고 해서 심장 주위에 물이 차면서 호흡곤란이 왔었던 거를, 바깥에서 진찰만으로 알기 참 힘들거든요. 그 때 약간 숨차다는 얘기를 안일하게 받아들였으면 큰 일 치를 뻔 했었습니다. 그런 애매한 질환, 찾기 힘든 질환들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