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4시간 연속진료 진땀, 공휴일 더 바빠 녹초

[안녕하세요 응급실입니다](3) 응급의학과 의사의 하루

스케줄 조정은 모두의 스트레스

웬만한 통증엔 진통제 맞고 근무

공휴일 많은 달은 몇 배의 노동


응급실 외 재난 훈련 등 참여해

지역사회와 병원 연결통로 역할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꿈과 정열, 그리고 애환을 다룬 TV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응급의학과 4년차 서현진 전공의가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응급의학과 의사(응급의학과 전문의)라는 말은 비의료인 입장에서 보면 뭔가 익숙하지 않은 단어다. 오히려 ‘응급실 의사’라는 표현이 더 친숙하다. 응급의학이라는 말보다는 응급실이 더 이해하기 쉽기 때문일 게다. 


한번 진료를 시작하면 정해진 식사시간도 없이 짧게는 10시간, 길게는 24시간이 넘기까지 연속 진료를 한다. 그 뒤에 찾아오는 휴식시간도 길다. 물론 수련이 끝난 전문의의 경우에 그렇다.


다큐멘터리나 드라마에서의 응급의학과 의사의 삶과 업무는 치열하다. 심정지 환자,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환자, 급성 통증 환자에서부터 주취(술 취한 사람), 폭력 환자들까지 돌보느라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친다. 그러면서도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이 그려진다.


응급실 내에서의 삶만 본다면 현실에서도 다르지는 않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으로 진료를 포기하거나 어린 나이에 만성질환으로 오랜 투병을 해야 하는 환자들을 마주할 때면 가슴이 먹먹해 온다. 그래도 계속 안타까워할 여유는 없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응급의학과 의사의 진면목 하나를 소개한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속칭 빨간날(공휴일)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은 공휴일, 대체 휴일이 많은 달을 좋아하겠지만 응급의학과 의사에게는 ‘절망적인 달’이다. 


설과 추석 연휴는 더 심하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설움을 뒤로하고라도 평소보다 일이 몇 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장기 입원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병가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내가 아파서 진료를 비우면 누군가가 내 진료를 대신해야 하는데, 그러면 이후 스케줄을 줄줄이 바꿔야 한다. 흔히 연속 야간근무나 24시간 연속진료가 어렵사리 이어지기 때문에 이 스케줄 조정은 함께 근무하는 모든 이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가능한 한 적정량보다 많은 진통제를 먹고 웬만한 통증은 버텨본다.


야간근무도 쉽지 않다. 야간에는 주취 환자가 주취 보호자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을 상대로 현재 상태와 치료방향을 아무리 잘 설명해도 나중에는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 현재 병원서 당장 처치가 불가능하면 전원(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연계) 문의에 기력을 쏟아붓는다. 퇴근하고 나면 밝은 햇빛을 가리기 위해 암막커튼을 치고 잠을 청하지만 체력은 잘 회복되지 않는다. 




응급실 진료 이외에도 업무들이 있다. 응급실은 지역사회와 병원의 연결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소방서 및 관할 보건소와 연계한 일들도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몫이다. 구급대원 교육, 일반인 응급처치 교육과 병원직원 교육, 재난 훈련 등에도 참여한다. 행정업무도 적지 않다. 중대형 병원의 응급실 진료 자료는 국가적으로 수집되고 있으며, 모든 진료기록에 대한 질 관리와 평가도 지속적으로 수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급의학과 의사의 삶은 응급실 밖에서 여유롭다. 주말에 일하는 대신 평일 쉬는 날이 많아 붐비는 인파를 피해 놀이공원을 즐길 수 있다. 휴가기간이라는 게 따로 없기에 나들이하기 좋은 봄과 가을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여행도 즐긴다. 


평소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일반 직장인이라면 꿈도 못 꿀 좋은 엄마, 아빠가 될 수 있다. 낮 시간에 집에서 빈둥대는 모습에 때로는 이웃들에게 백수로 오인받기도 한다. 우리는 긴박함과 여유가 교차되는 삶을 살고 있다.


이정아 |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7172130035&code=900303


매거진의 이전글 국내 응급의료 시스템 세운 ‘참사의 역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