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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119 전화 받고, 적절한 응급실로 구급차…

[안녕하세요 응급실입니다](8) 인공지능과 미래의 응급실

인공지능과 미래의 응급실

해외서 신고 전화 응대 등 연구…구급차·대기실서 간단한 진찰에

음성인식 처방·차트 작성도 가능…의사들도 환자와 교감할 여유 생겨



의료영역에서 인공지능(AI)의 도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장 먼저 유명해진 IBM의 왓슨은 암 환자 진료에 도전하겠다는 큰 포부를 가진 인공지능이다. 다음으로 실현될 기술은 영상판독 인공지능이다. 알파고의 핵심 기술로 유명해진 딥러닝은 영상인식 분야에 큰 진화를 가져왔고, 최근에는 차량 번호판이나 안면 인식의 정확도가 거의 완벽에 가까워졌다. 이 기술은 의료영상 판독에 적용되어 폐암이나 골절을 정확하게 진단하게 된다. 현재 국내 기술도 골연령을 가늠하는 인공지능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를 목전에 두고 있다.


간단한 의료상담을 해주는 앱도 있다. 심각한 응급의료 자원 문제를 겪고 있는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의사 상담을 대신하는 앱을 개발했다. 이 앱은 상당히 정확하게 진단하며,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먼저 “안타깝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인간적인 면도 보인다. 국내에서도 닥터 앤서(Dr. Answer)라는 의료정보의 통합, 진단, 치료, 예후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응급실 진료에도 인공지능에 의해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갑작스러운 신체 증상 발생 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하는지 환자 스스로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런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119 전화상담을 이용하고 있지만, 덴마크에서는 인공지능이 신고 전화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심장정지 환자 발생 시 인공지능 상담원이 신고자와 대화하여 적절한 조치를 지시하고 구급차를 즉시 출동시키며, 마치 내비게이션처럼 구급차를 가장 적절한 응급실로 안내해준다.


아픈 곳을 물어보는 의사와의 면담 대신 구급차나 대기실에서 인공지능과 대화하여 진료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의사는 안경에 있는 카메라의 안면인식 기능을 바탕으로 환자를 식별하고, 스마트 패드에 미리 입력된 증상 내용을 토대로 간단한 진찰을 추가한다. 처방도 직접 입력하지 않고 음성인식 기능으로 전달할 수 있는데, 기존의 방법보다 더 빠를 뿐 아니라 처방 실수도 줄어든다. 평상시 처방과 비교하여 차이가 있다면 인공지능이 오류를 지적해준다는 점이다.


차트 작성도 이제 음성으로 대신하거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인식한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여 해준다. 의사는 소견만 입력하고 나머지 기록은 자동화하여 환자 진료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부터 시작하여 혈액검사나 영상검사 등의 결과를 실시간 해석하며 가능한 진단명을 확률적으로 알려주게 되고, 병실과 수술실에도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응급실의 번잡함이 줄어들고 처치와 퇴원까지 걸리는 시간도 빨라지는 등 의료자원의 효율적 이용이 가능해진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의사가 일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은 데이터 이외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치명적 실수를 할 수도 있어, 대부분의 경우 전문적 의사결정을 필요로 한다. 의료 인공지능의 역할은 판단을 돕고 오류를 줄여주는 것이다. 의사들은 늘어난 여유 시간을 환자와 교감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판단으로 의료사고가 일어나면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인공지능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여러 단계에서 실수를 할 수 있다. 당장 시급한 일은 질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완벽해지기 전까지 여러 단계의 안전장치를 통해 천천히 도입해야 하므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인공지능이 보다 더 나은 미래 의료를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이승준 |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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