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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큰 병원 가자”… 환자도 의료진도 ‘피곤’

[안녕하세요 응급실입니다](7) 응급실 과부하

병원 선호도 높고 개인적 내원 탓, 상급병원·권역응급센터에 ‘쏠림’

복도·원무과까지 환자들로 북적…수용능력 넘어서 제때 진료 벅차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해결 못해…국가서 과밀 해소 대안 제시해야


119 구급차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를 구급대원이 의료진에게 인계하고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제공


응급의학과 전문의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쁘시겠습니다” “정신없는 곳에서 수고가 많으시네요”라는 말을 건네곤 한다. 아마도 복잡한 응급실을 경험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든다.


전국의 거점병원 응급실과 그렇지 않은 곳은 차이가 날 수 있다. 거점병원은 몰려오는 환자가 원무과, 대기실, 심지어 응급실 내 복도와 화장실 앞까지 앉아 있다. 당연히 의료진들의 얼굴도 밝지 않다. 이는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2017년 응급실 과부하에 대한 1006개의 논문과 관련 자료들을 메타분석(양적 문헌연구 방법)한 결과 ‘응급실 외적’ 요인으로 노인 인구의 증가, 경제적 상황의 변화, 환자의 선호도, 환자의 분류와 병원 선정 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실 내적’ 요인으로는 응급진료 의사와 검사실 등 관련 직종 간의 의견소통 및 시스템의 부재 등이 과부하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아마도 예측이 불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중요한 검사를 빠른 시간 내에 시행해서 결정을 해야 하는 촉박함과 관련된 종사자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의 선장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과목이 응급의학과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는 분명히 있다. 병원 내부의 문제는 어떻게든 조정이 가능하지만 병원의 능력을 넘는 환자 수용은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소방(119)이라는 좋은 조직이 있고, 나름 응급의학과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지만 환자나 보호자들이 원하는 병원으로의 이송을 막무가내로 요구하거나 자가용을 이용한 개인적인 내원까지 막을 방법은 없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실을 크게 권역응급센터, 지역응급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등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병원 종별로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및 보건의료원으로 나눈다.



2016년 전남대 의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급병원과 권역응급센터의 이용률이 매우 높았다. 단순한 응급실의 과부하는 병원의 쏠림현상에도 기인한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동일한 국가보험하에서 더 크고 알려진 병원에 가려 하는데, 이를 막을 대책이 매우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이어서 큰 대학병원의 응급센터에서 일하는 응급의료진이 매일 “정신없겠다” “복잡하겠다”라는 인사를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반면에 작지만 시설이 좋은 병원급 응급실은 환자가 많지 않아 응급실을 닫는 경우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의 근로시간 단축과 휴일 증가로 응급실 이용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도 응급실 과부하의 한 요인이다. 따라서 병원도 환자를 새로 유치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응급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의 피로도는 매우 증가한다.


의료를 국가적으로 조절하는 한국의 특성상 국가가 뭔가 새로운 해법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현재의 상황은 응급실 내에서 응급의학 전문의와 의료진들이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보다 현명하고 확실한 방법을 찾기 위해 국가와 전문의료진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제 우리도 “수고하십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김호중 |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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