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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심장, 생명을 돌아보게 하다

[안녕하세요 응급실입니다](13) 심정지 치료, 다시 찾은 삶

심정지 치료, 다시 찾은 삶

매년 3만여명 심정지, 소수만 회복…병원 밖 발생 뒤 일상복귀 4.2%뿐

늘어난 시민들 심폐소생술 시행률…사회적 관심이 소중한 생명 지켜내


심정지 소생자들과 가족, 의료진들이 함께 모여 ‘소중한 생명, 다시 찾은 삶’ 행사를 하고 있다.



응급실을 방문하게 하는 수많은 질병들 중 심장 정지는 가장 치명적인 질환이다. 안타깝게도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더라도 심장이 다시 뛰는 자발순환 회복을 보이는 경우는 채 반수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자발순환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혼수 상태를 보인다. 이런 경우 추가적인 뇌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환자의 체온을 33도로 낮추는 저체온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약 이틀 과정의 저체온 치료를 마치고 의식을 회복하는 경우 심장 정지의 원인에 대한 치료와 환자 안정화 치료를 지속한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이러한 환자들의 심폐소생술과 저체온 치료를 주로 담당하지만 응급실에서 이루어지는 근무의 특성상 의식을 회복한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치료하거나 추적 관찰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에서는 2010년부터 매년 심장 정지 후 의식을 회복한 환자들과 그 가족을 초대해 ‘소중한 생명, 다시 찾은 삶’이란 이름의 만남의 시간을 가져왔다. 이는 다시 찾은 삶을 축하하고, 소중한 생명을 찾도록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하고 생명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뜻깊은 자리다.



견실한 직장을 다니던 두 아이의 엄마는 저체온 치료를 받고 완벽히 회복되어 모임을 찾았다. 치명적인 부정맥으로 심장 정지가 발생했던 그녀의 가슴에는 심장 정지의 재발을 막는 심장충격기가 심어져 있다. 의식은 회복했으나 장애가 남아 어눌한 말투를 보이는 30대 가장은 소중한 가족과 함께 자리를 즐겼다. 한 50대 가장은 곧 결혼을 앞둔 아들의 걱정을 토로했다. 20대 초반의 대학생도 생존자로서 모임에 참가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급성 심장 정지 조사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병원 밖에서 발생한 심장 정지 환자의 4.2%만이 뇌 기능을 회복해 일상으로 복귀했다. 아직 외국과 비교해 낮은 수치이지만, 심장 정지 발생 목격률과 심장 충격이 필요한 부정맥 비율이 낮은 우리나라의 특징을 고려하면 이는 결코 나쁜 결과가 아니다. 2006년의 0.6%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같은 기간 동안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1.9%에서 16.8%로 상승했다. 즉 심장 정지를 목격하고 빠르게 신고하고 지체없이 환자의 가슴을 눌렀던 소중한 가족과 이웃의 역할이 이러한 환자들의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구급대원들의 활약은 또 어떤가!



치명적인 부정맥을 보이는 심장 정지 환자들에게 적절한 심장충격기의 사용은 가슴 압박만큼이나 중요하다. 심폐소생술을 익히고 시행하는 시민들, 헌신적인 구급대원, 의료진 모두 이러한 행사를 통해 축하하고 감사를 받아야 할 대상들이다.



매년 3만여명이 발생하지만 소수만이 회복하는 심장 정지는 아직도 관심 밖의 질환이다. 심장 정지 환자들이 의식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더 많은 삶을 다시 찾게 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오상훈 |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10232100015#csidx1030dda464428d180e013771029c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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