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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답답, 쥐어짜는 통증… 원인은 천차만별

[안녕하세요 응급실입니다](14) 내 심장에 무슨 문제가?

내 심장에 무슨 문제가?

흉통 지속 땐 협심증·급성 대동맥 질환 의심, 빠른 진료를

역류성 식도염·갈비뼈 골절·근육통·기흉 등도 증상 유사



흉통의 원인은 다양하며, 심근경색이나 부정맥 등 심장질환일 경우 급사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119에 실려온 중년남성 환자가 “가슴이 쥐어짜듯이 아프고 식은땀이 난다”고 호소했다. 흉통환자는 응급환자이긴 해도 의사들이 판단하는 중증도는 제각각 다르다. 근육통처럼 가벼운 흉통도 있고, 급성심근경색도 있다. 심전도상 ‘ST분절상승’ 신호가 나올 경우 초응급으로 다룬다. 다행히 이 환자는 ST분절상승이 없었고, 피검사 소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환자의 혈압이 50mmHg예요”라는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상 수축기 혈압이 120mmHg 정도이니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심전도 소견과 상관없이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태이다. 환자는 죽음을 직감한 듯 아내에게 말했다.



“난 이제 틀렸어….” 안절부절못하며 의식을 잃어가는 환자를 보고 나는 급히 수액을 들이부으며 심초음파를 시행했다. 심장눌림증이다. 심외막에 피가 차서 오른쪽 심장이 눌리는 것인데, 당장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부랴부랴 간호사에게 심낭천자술 도구를 준비시켰다. 그러고는 심장에서 선홍색의 피를 200㏄ 정도 그 자리에서 뽑아냈다. 환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혈압이 100mmHg로 상승하고 의식을 회복하고 안정을 찾았다.



환자는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눌림증으로 진단됐고, 심장외막의 피를 뽑고 막혔던 심장혈관을 뚫어낸 뒤 멀쩡하게 걸어서 퇴원했다. 응급실에서 사망 직전의 환자를 살려내는 이런 과정이 응급의학과 의사에게는 커다란 보람이자 자부심이 된다.



가슴이 아프다면 다음의 순서로 본인의 질환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첫 번째, 협심증이다. 심장의 혈관(관상동맥)이 부분적으로 막혔을 때 나타나는 흉통이고, 완전히 막힌다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심근경색으로 발전한다. 특히 어깨나 등으로 방사되는 통증이 있거나, 힘든 작업 도중에 생긴 흉통이나 자다가 깰 정도의 흉통은 협심증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흉통의 원인질환 중에서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은 그 빈도나 중증도 면에서 가장 중요하다. 서양은 급사의 80%, 동양의 경우 60% 정도가 심장질환(협심증·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 부정맥, 심근질환 등)이 원인이다.



두 번째, 급성 대동맥증후군(대동맥박리, 대동맥류, 대동맥류혈종, 침투성 대동맥죽상경화궤양)이다. 대동맥이 커지고 터질 위험이 있는 질환들이다. 등쪽으로 방사되는 통증과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흉통이 특징적이다.



세 번째, 역류성 식도염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질환이기는 하지만 협심증과 감별하기 쉽지 않다. 메슥거리는 느낌이나 구역감, 식후 통증이 있다면 더 의심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근육통, 폐외막염, 심외막염, 기흉, 갈비뼈 골절, 스트레스성 심근병증 등 흉통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슴이 아프거나 답답하다면 자신의 증상을 한 번 가늠해보자. 눌렀을 때 가슴이 아프다면 근육통이나 갈비뼈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호흡을 깊이 들이마셨을 때 뜨끔한 느낌이나 통증이 심해진다면 폐외막염을 의심할 수 있다. 스트레스나 과로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가슴이 답답하고 몹시 아린 느낌이 지속될 수 있는데,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 과로 자체가 관상동맥질환의 유발인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증상은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가슴을 눌러서 조금 아픈 정도라든지, 음식물로 인한 메슥거리고 속 쓰린 증상 같은 흉통이라면 응급실을 바로 찾아오지 않고 경과를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지속된다면 반드시 빠른 시간 내 응급실로 내원해서 심전도 등의 검사를 받고 그에 맞는 처치를 받아야 한다.



이재훈 | 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11062042005#csidxe5f0f73c5bdf8e3a3403c7764bb1d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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