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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덕 센터장님 과로사, 그리고 응급의료진의 고충

190208 TBS 시시각각 전화인터뷰 중에서


1. 윤한덕 센터장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많이 씁쓸하셨을 것 같아요. 어떠셨습니까?


네, 저도 처음에 비보를 접하고는 이게 사실인가 하고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워낙 여러 학회와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응급의료와 재난의료의 나아갈 길을 말씀하시던 에너지 넘치던 분이셨거든요. 이 근처 여주에서 모의 재난훈련 한다고 재난의료지원팀이 출동해 현장진료소를 세우는 훈련 하니까 와서 견학해도 좋다고 제게 말씀하셨던 것도 얼마전이었고요. 참 우리나라의 응급의료 발전에 큰 역할 하시던 인물이 이렇게 일찍 가셨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2. 윤 센터장은 동료 의사에게 종종 "응급실이 지옥같다"고 토로했다고 하는데요, 하루에 보통 몇 명의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습니까?


응급실이 정말 응급인 환자들만 치료받는 공간이라면 지옥같다는 소리는 안나올 겁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죠. 외국에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한시간에 두 명 정도의 환자만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이보다 세네배는 많은 수의 환자를 보고 있으니까요. 우리네 지금의 정서로는 밤에 아프면 응급실, 바쁜 직장 일과 마치고 병원 가려면 응급실, 같은 응급실이면 더 큰 응급센터, 이왕이면 대학병원 응급센터. 이런 식으로 응급실을 찾는게 현실입니다. 이렇다보니 진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있는 환자들이 온갖 감기 장염 환자에 뒤섞여 제대로 보살핌을 못받는 상황이고요.


특히 이번같은 설연휴 추석연휴가 되면 응급실은 정말 난리통이 됩니다. 인력 보조는 없이 평소보다 두세배는 많은 환자들을 보느라 완전히 지쳐 버리는거죠. 큰 응급센터일수록 대기환자가 많은데다 먼저 봐달라고 소리지르는 환자 보호자와 술취한 분들까지 합쳐져서 연휴때 응급실 진료 봐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정말 중증 환자만 응급센터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하고 경증 환자는 야간 외래나 작은 응급실로 안내되는 시스템, 그리고 이에 대한 인식의 변화 없이는 해결이 쉽지 않을겁니다. 고 윤한덕 센터장님 덕분에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 싶습니다.


3. 윤센터장님이 빈 응급실을 찾느라 직접 전화 30통을 돌렸다는 기사를 봤는데요. 응급실에 자리가 없어서 환자가 복도에 방치되거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많은가봐요?


아 네, 부산에서 괴사성 근막염 환자 전원건 말씀이시죠? 그 기사에 대해선 약간 바로잡을 부분이 있는데요. 사실은 응급실 빈자리를 찾느라 그런게 아니고 중환자실 자리가 없어서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해서 전원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말이 맞습니다. 원래 권역센터는 당장 수술이 필요한 초응급 환자를 위해서 중환자실을 몇자리 비워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수술팀도 상시 대기하고 있고요. 그런데 전국에 중환자실이 가득차서 전원이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 중환자실 늘리면 되지 않냐 반문하실 수도 있는데 현실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응급실과 마찬가지로 중환자실도 병원이 지원하기 매우 꺼려하는 분야입니다. 일반 병실에 비해 인력을 포함해 들어가는 자원은 몇 배로 많은데 그런 중환자실을 운영해도 왜곡된 의료수가는 들어간 비용을 다 보상해주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응급환자를 위해 비워놓기까지 해야하니 어느 병원이 중환자실 늘리는데 적극적이겠습니까? 죄다 돈되는 건강검진센터와 암센터같은 분야에 집중하겠죠. 바이탈을 다룬다고 표현하는데 이런 생과 사를 가르는 진짜 응급의료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사회 안전도가 올라갈텐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는 돌아가신 윤센터장님이 그렇게도 여러번 말씀하셨던 부분인데 현실화 되는 걸 보지 못하고 가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4. 대부분의 의사들이 그렇겠지만 응급전문의들의 노동환경이 굉장히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대 주 88시간을 일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응급전문의의 노동강도 어느 정도입니까?


응급의학과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해 응급실 의료진은 24시간 진료를 보지만 주로 진료를 보는 시간이 다른 과진료가 없는 야간과 주말이 중심이 됩니다. 야간 밤샘근무가 2급 발암의 원인이라는 WHO 의 발표도 있었죠? 우리는 상시 밤샘근무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으니까요. 게다가 술취한 환자들의 폭력과 위협에도 너무도 자주, 아무 보호장치 없이 노출되어 있고요. 대부분의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혼자 진료를 보게 되는데 그 의사가 폭력에 노출이 되면 그 응급실에 있는 환자들은 당장 생명에 위협을 받게 되는겁니다. 많은 시간 근무하는 것도 문제지만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급선무인 이유입니다.


5. 윤 센터장의 2017년 10월 SNS 글을 보면 "연휴가 열흘! 응급의료는 그것만으로도 재난이다!"라고 쓴 바 있습니다. 대다수 병원이 문을 닫는 명절 연휴나 휴일의 경우에는 응급실 상황은 더 열악하겠어요?


네, 앞에 말씀 드린 대로입니다. 연휴동안 아픈 분들은 많고 진료볼 곳은 없으니 응급실로 죄다 모이시는거죠. 게다가 명절에 안먹던 음식 먹고 탈난 분들, 부모님 만나 효도한답시고 영양제 맞혀달라는 분들, 감기걸렸다고 감기약 타러 오는 분들까지. 여기다 요즘 의료실비보험 많이들 드셔서 큰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는 역할하는 응급의료관리료까지 무조건 보조해주나 보더라고요. 그러니 시설별로 차등 부과되는 응급의료관리료가 무의미해진게 현실입니다. 이런 환자까지 겹치면 밀려드는 환자들 사이에서 진짜 중증환자를 놓치게 될까봐 우리 의료진들은 연휴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납니다. 경증 환자는 작은 응급실에서, 중증 환자는 큰 응급센터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환자 흐름을 조정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6. 그래도 최근에 국내 응급의료는 발전을 이뤘습니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전국적으로 36곳 개설됐고 응급의료 전문인력도 확충되고 있는 상황인데 여건은 좀 나아지고 있는 상황인가요? 또 응급전문의로서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그렇죠. 고 윤센터장님을 포함해 많은 분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 응급의료가 많이 발전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질문에서 권역응급센터 추가 지정 말씀하셨듯이 우리 사회가 그동안 시설을 확충하는데 지원을 집중해 왔다면 그 안에서 일하는 인력 부분에는 지원을 소홀히 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들, 응급의학과 의료진과 응급실 지원인력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할 때입니다. 그리고 또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권역응급센터는 권역다운 환자를 치료하고 지역센터와 지역기관은 그에 맞는 환자를 볼 수 있게 하는 환자흐름 조정이 필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환자가 선택하게 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권역센터는 119 구급대원 이송과 병원간 전원을 통해서 중증 환자만 진료볼 수 있게 하고 경증 환자는 처음부터 작은 응급실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시급합니다.


네, 지금까지 이천 엘리야병원 최석재 응급센터장과 얘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영상 출처 : https://tbs.seoul.kr/cont/tv/Sisigakgak/replay/replay.do?programId=PG2061179B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님의 영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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