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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으로 광고를 찍었어요

한화생명 Life Plus -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 편

제가 광고를 찍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제 삶에 큰 영광이고 좋게 봐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어느 날 응급실로 한통의 전화가? 방송 작가님이라고 하기에 인터뷰 요청인 줄 알았는데...

다큐멘터리를 전문으로 찍으셨던 피디님과 작가님이 다큐 같은 광고를 의뢰받고

그동안 제가 나왔던 영상들을 보시고 제 연락처를 찾아 연락을 주셨더랬죠.


첫 미팅에서 광고의 의의와 제 삶의 궤적. 직업적인 고민과 아빠로서의 어려움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피디님 작가님과 좋은 감정을 나누게 되면서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어요. 덕분에 최강의 촬영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고요.


술집 촬영할 때엔 좋은 얘기도 많이 했었는데... 광고의 의의가 있다보니

응급의학과 의사의 어두운 면이 부각된 느낌이네요. 이점은 좀 아쉽습니다.

응급의학과 의사, 그렇게 힘들고 괴롭지만은 않아요! 장점도 참 많답니다. ^^;


두 달여 작업 끝에 드디어 광고 영상이 결과물로 나왔습니다. 여러분께 소개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nHJBF25Zf4




응급실이라는게 제일 안좋은 일일 때 오는 곳이잖아요.

환자는 깔린 환자만 40명이고...


보호자분들이 오셔서 자식의 주검을 확인하는 순간, 난리가 나죠.

그 모습을 보면 그날 일하기가 참... 참 그래요.




진짜 내가 힘들어서인 경우는 특별한 상황이 생겼을 때,

애들이 사고났을 때가 제일 충격이 큰 것 같아요.

내가 힘들어서 한 잔 하자는 말은 그럴 때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일 있으면 회식이 아니죠.

진짜 회식의 분위기가 아니라, 한탄... 서로 위로하는 그런 자리...




Life Meets Life -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




저 때만 해도 응급의학과를 좋아서 선택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원래는 재활의학과 가고 싶었어요.

제가 공부를 못해요. 의대 안에서는 꼴등이야, 꼴등. 외우는 걸 너무 못해.


"드라마를 보고 선택했어요", "환자 살리는 게 멋있어 보였어요"

내 삶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면, 누가 그 선택을 자신있게 하겠어요.

다른 과랑 싸우지, 비전문가 소리 듣지, 잠 못자는 과지.

매일 밤새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우리끼리도 그런 이야기 하거든요.

나이 50 넘으면 어떻게 밤을 새우냐?

일을 줄여야 할텐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진짜 아픈 기억인데... 그 할아버지가

처음에 초진했던 게 기억나요.

할아버지가 설사를 한 번 하셨대. 배도 아프고.

조금 안일하게 생각했던 거죠.


상급자 선생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가서

"야, CPR! 빨리 들어가!"

누구 환자길래 저러나?... 따라 들어가서 보니까

방금 진찰했던 그 할아버지가... 심장이 멈춘 거에요.


교수님이 멱살 잡히는 걸 보게 된 거에요.

내가 가서 죄송하다고 하면 안 될 것 같기는 한데

죄송하다고 해야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




앞에 있었던 트라우마들이 쌓이고 쌓여서

조금 더 꼼꼼히 보지 않으면 못 넘기는.


후배들한테도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이 환자... 우리가 200명 가까이 보잖아.

이 환자 한 명이 퇴원할 때, 다시 안 좋아질 확률이 만약에 0.5%다.

그러면 너 하루에 한 명씩 사고치는 거야. 0.1% 안전한지 생각하고 보내."


저도 못 지키는 면이 있는데...

어쨌든 마인드라도 그렇게 가지면 걸러지니까.




토요일 오후 한 시에 아이들이 수영 강습을 가는데

아이들이 수영하는 모습을 아빠한테 보여주고 싶어 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안 갈 아빠가 있을까요?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열심히 가는거에요. 열심히...

120km... 가는거야!


셋째가 계속 엄마랑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아빠한테 새벽이든 아무 때든 전화해요.

"아빠찌~" 그래요 아빠찌라고.

"아빠"하고 "찌~"를 붙이더라고요.

저도 "나윤찌~" 대답하고...




다른 직종보다는 죽음 가까이에 있고

삶에 대해서 조금은 후회 없이 살아야겠다 생각해요.

"이런 건 나중에 해도 되지 않을까?"

미루는 것들이 덜 하죠.


애들이 동물원 가자고 하면

어떻게든지 1, 2주 안에 만들어내는 거에요.

"나중에 없을지도 몰라."

그러면서 주마등처럼 쭉 가겠죠?

어떤 순간이 기억에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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