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불의의 사고로 수도권 내 응급의학과 의사 선생님들 많이 바쁘셨을 것 같은데요.
교수님도 뉴스를 듣고 많이 안타까우셨죠?
네 그렇습니다. 저는 새벽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안타까움에 계속 뉴스만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2. 어제 사고의 경우..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이유가 있을까요?
현장 사진을 보니까 4-5미터 정도의 좁은 골목에 약간 경사진 내리막길이더라고요.
뒤에서 누르는 힘이 모여서 가중되는 공간 구조이다 보니 사망자가 더 많이 발생했다 싶었습니다.
3. 사망자 중에 여성이 더 많았는데요. (사망자 중 97명은 여성, 54명은 남성)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버티는 힘이 약하고 체격이 작아서 그렇겠죠..?
네 그렇습니다. 여성이 사고 현장 앞쪽에 더 많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같은 숫자라면
남성이 체격이나 키가 조금은 더 있다 보니까 버티는 능력도 조금 더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4. 우리가 보통 심정지 상태가 와도 응급처치만 잘 하면 다시 심장이 뛰기도 하는데
어제 같은 경우는 역부족이었던 건가요?
심정지가 오면 즉시 대응을 해야 합니다.
외상성 질식에 의해 호흡부전이 오면 심박동이 느려지고 심정지가 오면 뇌로 가는 혈류가 유지되지 않습니다.
심정지 후 4분만 지나도 뇌손상이 시작되고 이후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으면
1분에 10%씩 사망률이 올라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하더라도 30분이 지나면 뇌손상이 비가역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에도 반응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5.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을 보면 구급대원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CPR을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요. CPR을 해도 구하지를 못했어요. 이유가 있을까요?
상동
6. 혹시 CPR 외에도 일반인들이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요?
많은 인파에 의해 밀려 넘어진 사람이 있다면 즉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소리를 질러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고 넘어진 사람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넘어진 사람 뿐 아니라 걸려 넘어지는 사람까지 발생하면서 큰 인명피해를 입게 됩니다.
즉시 일어나지 못하고 의식을 잃은 사람이 발생했다면 안전한 공간으로 옮겨서
119 신고를 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7. 뉴스에 따르면 사망한 환자들의 경우 코피가 나고 복부가 팽창된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전해지는데요. 어떤 상황일 때 나타나는 증상인가요?
외상성 질식의 상황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복부 장기에 심한 압박을 받아
식도와 위, 폐에 장기 손상이 발생하면 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요,
이 출혈이 복부 압력에 의해 식도와 기도를 타고 올라오면 코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간이나 비장 등 장기 손상으로 복강내 출혈이 발생해 복부 팽만이 있었을 걸로 보이고요,
또 이미 심정지가 발생한 지 1시간 이상 지나면 장기가 부패를 시작하게 됩니다.
구조에 시간이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반증인데 이 상황이 발생한 것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8. 어제처럼 인파가 많이 밀려서 압박이 가해질 경우, 꼭 밑에 깔리지 않더라도
서 있는 상태에서도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요?
현장 영상을 보면 정말 너무 많은 인파가 좁은 골목에 몰려서 거의 걷는 게 아니라
떠다니다시피 했다는 얘기도 들리고요.
그렇다고 하면 소아나 노인, 여성 등 노약자라면 서 있는 상태에서도
질식에 의한 의식 저하가 발생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9. 워낙 많은 사상자가 발생해서 응급실이 있는 병원을 찾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 응급실 현황.. 더 늘어나야 할까요?
무턱대고 응급실이 늘어난다고 응급환자가 더 잘 치료받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 한복판 제일 병원 응급실이 많은 곳에서 사고가 발생한 상황이니까요.
이런 대량 재난 재해에서 중요한 것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당연히 첫 번째 이겠지만
사고가 발생했다면 즉시 경보를 발령해서 구조에 필요한 자원을 모으고
의료인은 K-DMAT 팀으로 대표되는 긴급 대응팀을 활성화 해서
현장에서 살 수 있는 환자를 가까운 응급실로 보내고 긴급하지 않은 환자는
먼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보내는 현장 triage 대응을 해야 합니다.
이번 상황에서는 소방 대응 체계 발령과 K-DMAT 팀 출동은 꽤 빠르게 이뤄졌지만
안타깝게도 현장 상황상 구조에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고
이미 사망한 지 시간이 오래된 환자들이 대부분이어서
현장 대응에도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