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U5xa3SSti98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신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 전화 연결해 보겠습니다. 이사님, 나와 계시죠?
1. 응급의학 전문의로서 그동안 많은 사고 상황을 보셨을 텐데, 이번 이태원 압사 사고는 이사님도 충격이 크셨을 것 같습니다.
네, 15년간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응급실을 지켰지만 이렇게 젊은 생명 여러 분들이 한꺼번에 유명을 달리 하신 것을 보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함을 느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또 아직 투병중이신 환자들의 쾌유를 빕니다.
2. 희생자 1명에 대한 시신 부검이 있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질식사 추정’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이 나왔는데요.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하셨던 의료진분들 말씀에 의하면 대다수 사망 원인을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라고 보고 계신데, 의학적 정의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우리가 보통 질식이라고 하면 떡을 먹다가 발생한 기도 폐쇄에 의한 질식을 떠올리는 데요. 지금과 같은 외상성 질식은 외부에서 강한 압력에 의해 호흡을 하지 못하고 의식을 잃게 되면서 심정지까지 이어지는 기전입니다.
-보통 어떤 경우에 일어나는 건가요?
외상성 질식은 보통은 갑작스런 엄청난 힘이 흉부와 복부에 가해질 때 발생합니다. 제일 대표적인 상황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의 교통사고에서 발생하죠. 핸들이나 대시보드에 가슴을 강하게 부딪히면 갈비뼈 손상, 폐손상과 더불어 대동맥과 대정맥에 강한 압력이 가해지면서 얼굴과 상지에 점상출혈과 심한 부종이 발생하고 안구결막 출혈 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외에 낙상 등에서도 발생하긴 하지만 이렇게 사람 간에 물리적인 눌림에 의해서 외상성 질식 사망 사고를 보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2-1. 전해지기론 의료진이 구조에 나섰을 당시 이미 상당수가 심폐소생, CPR을 해도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질식해 사망한 상태였다고 하는데요. 이건 어떤 상태를 뜻하는 건가요?
우리 몸은 호흡을 전혀 하지 못하면 1분이면 의식을 잃게 됩니다. 이후 호흡부전으로 심정지가 발생하게 되는데요, 보통 심정지 발생 후 4분부터 뇌세포 손상이 오고 1분에 10% 씩 사망률이 올라간다고 설명하는데 지금처럼 호흡부전으로 심정지가 온 경우는 그 시간이 더 짧습니다. 혈중에 산소가 다 소진된 상태여서 그렇습니다. 이후 심폐소생술 없이 15분만 지나도 사망률이 100%에 가깝게 되고요, 심폐소생술을 한다고 해도 30분이 지나면 뇌세포가 비가역적인 손상을 받아서 의미없는 심폐소생술이 됩니다.
이번 사고에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심폐소생술에 나서 주셨지만 너무 많은 인파와 좁은 내리막길에서 발생한 끼임 상태로 인해 구조에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 30분 이상 심정지가 지속된 경우가 다수였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2-2. 그리고 일부 희생자는 선 채로 압사당했다고도 하던데, 서 있는 상태로 압사를 당했다는 건 어떤 상태였다는 건가요?
서 있는 상태로의 압사는 정말 보기 드문 사례인데요. 생존자 인터뷰 등을 들어보면 너무 많은 인파로 인해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고 떠 있는 정도의 상황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정도의 외력이 지속적으로 흉부에 가해지는 상황이라면 서 있는 상태에서의 외상성 질식에 의한 심정지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2-3. 당시 코피가 나거나 구강 내에 혈흔, 복부가 팽창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는데요. 그래서 질식사 외에도 내부 장기 파열로 인한 사망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던데, 이사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질식해서 의식이 없어지고 나면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없게 됩니다. 그 상태로 주위 사람들이 팔꿈치와 어깨 등에 흉부와 복부를 세게 눌리고 끼어 있었다면 폐와 식도, 간과 위장 등에 큰 손상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관지 손상에 의한 출혈과 위, 식도 손상에 의한 출혈이 코피나 구강 출혈로 보였을 것이고요. 간과 비장, 장간막 혈관 등의 손상은 복강내 출혈을 일으켜 복부팽만을 보였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2-4. 의료계에선 심정지가 왔을 때 골든타임을 4분으로 보고 있던데, 4분이 이 지나면 아무리 심폐소생술을 해도 회복이 안 되는 건가요?
4분 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뇌세포의 손상을 막을 수 있는 것이고요. 4분 이후에도 심폐소생술 없이 두면 1분에 10% 정도 사망률이 급격히 올라가게 됩니다.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의식을 확인해보고 반응이 없으면 즉시 119 신고하고 바로 흉부압박부터 실시해야 합니다
3. 현장에서 구조된 생존자께서 자신의 다리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양쪽 다리에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전체에 피멍이 심하더군요. 어느 정도로 압박이 심했으면 이렇게 심하게 멍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맞습니다. 저도 사진을 보았는데 얼마나 큰 압력이었을지 예상되는 사진이었습니다. 양쪽 하지 전체에 피하출혈이 광범위하게 생겼던데 그 정도 압력이 주어졌으면 대퇴부 근육과 종아리 근육에도 손상이 있었을 것이고 전해질 수치 검사를 받고 수액치료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rushing injury, 압궤손상이라고 해서 심한 근육 손상이 발생하면 깨진 근육세포에 있던 칼륨, 칼슘 등 전해질들이 급격히 농도가 올라가 심하면 심정지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빠르게 수액치료를 하면서 혈액검사 변화를 지켜봐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병원 오실 상황이 안 되신다면 미리 물을 많이 드시고 소변을 자주 보면서 소변색을 관찰하시고요. 소변색이 적갈색으로 변하거나 붓기, 피하출혈이 심해진다면 바로 응급실로 오셔서 입원치료를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3-1. 중상이었던 20대 여성 1명이 상태가 악화돼 오늘 오전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현재 아직 병원에 입원 중인 부상자 중 중상이 29명이라고 하는데, 신체 어느 부위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보시나요?
중상자 분들이 별 탈 없이 치료 잘 받고 쾌유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아마도 중상이신 분들은 흉복부 체간 부위 손상이 가장 문제일 것으로 봅니다. 갈비뼈 다발성 골절, 폐 좌상, 기흉과 혈흉, 복부쪽으로는 간 열상, 비장 열상, 장간막 혈관 손상 등이 걱정이 되고요. 그 외에 팔다리 밟혀서 발생한 정형외과적 골절과 근육 손상, 열상 등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 사망자 156명. 부상자는 151명(중상 29명, 경상 122명)
3-2. 생존자분들께서 현재 눈에 보이는 증상이 없더라도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앞에 다리에 심하게 피하출혈 발생한 사례에서 말씀드렸듯이 물 많이 드시면서 소변색 확인하시고 팔다리 붓는 곳 없는 지 잘 보셔야 하겠고요.
두 번째로 정신과적인 후유증이 걱정됩니다. PTSD가 생길 수 있는 환경에 노출 되신 거거든요. 전쟁터에서나 대량재난재해 사고에서 생존자가 느끼는 심한 심리적 충격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상 증상이 있으면 즉시 주위 가족에게 알리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5. 이전에도 콘서트에서 가수를 가까이 보기 위해 앞으로 무리하게 가다가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었죠. 사실 우리 출퇴근 지하철, 버스만 타도 사람이 정말 많은데요.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넘어졌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넘어지면 큰일 납니다. 사람 많은 곳에서 한 번 밟히고 뭍히면 뒤에 사람들은 넘어진 줄 모르고 지나가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가는 걸 피해야 합니다. 넘어졌다면 바로 소리를 질러서 도움을 요청하고 넘어진 사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공간을 확보하고 일어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만약 넘어진 게 아니라 의식을 잃은 상태라면 안전한 곳에 눕히고 119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합니다.
5-1. 아래 깔린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팔을 당기는 행위는 위험할 수 있다고 하던데 맞나요?
팔만 당겨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죠. 끼인 곳의 압력을 풀어야 해결이 될 테니까요. 팔을 당기는 행위가 문제인 건 어깨 관절이나 팔꿈치 관절이 빠질 수 있어서인데 끼어 있는 사람을 살리는 데에 관절 손상을 걱정하는 건 부차적인 문제일 것 같습니다.
5-2. 무엇보다 이태원 사고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선 심폐소생술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당시 일반 시민분들도 심폐소생술을 하며 구조활동에 도움을 주셨는데, 그런데 숙달되지 않은 일반인이 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일단 심폐소생술을 어떻게 하는지 잘 숙지하고 계신 분이라면 도움을 주셔야 합니다. 119가 도착할 때까지 뇌로 가는 혈류를 유지하는 방법은 심폐소생술 밖에 없으니까요. 이후에 119가 도착하고 DMAT 팀, 재난재해 대응팀이 도착하고 나면 공간을 내어주기 위해 비켜주는 것이 맞겠습니다. 현장 영상 보면 동영상 찍으면서 둘러보며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렇게 되면 구조에 방해만 되고 2차 가해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쉽습니다.
6. 끝으로 의료진의 시각에서,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또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 대처하기 위해,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뭐라고 보시나요?
제일 먼저 이런 축제 같은 많은 사람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는 미리 동선을 파악해 경찰 배치 등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내리막길 같은 위험한 구역은 사전 차단을 하거나 통행을 한 방향으로 하거나 하는 대응책이 미리 있었어야 합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신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