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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의사가 절대 하지 않는 행동 3가지

스터디언 (전 체인지 그라운드) 채널 인터뷰 준비 1편


Q1. 응급의학과에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응급실에서 일한 지는 전공의 1년차부터 하면 17년째 되네요.

응급실에는 갑자기 발생한 다양한 증상의 환자들이 오시기 때문에

어떤 환자든 대처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근무에 임합니다.


중한 환자가 실려 들어오면 일단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 ABC,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인 기도와 호흡, 순환을 먼저 챙깁니다.

동시에 환자를 불러 봐서 반응이 있는지 보면서 의식상태를 평가하고

vital sign 이라고 하는 혈압, 맥박, 호흡, 체온을 측정해 확인합니다.


여기까지 문제가 없으면 triage 상 red, 즉시 조치가 필요한 환자는 아니다 판단하고

환자 또는 보호자와 문진을 통해 어떤 증상으로 내원했는지, 119 신고를 했는지,

또는 다른 병원에서 전원을 오게 되었는지 확인합니다.


머리만 해도 두통, 어지러움, 구역, 구토, 반신불수, 구음장애, 시야장애, 뺨 부음, 턱 부음 등,

외상으로는 뇌진탕, 두피열상, 얼굴열상, 입술 및 치아 손상, 안와 주위 손상, 안구 손상 등...

수 많은 증상과 질환에 대해서 진료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Q2. 응급실엔 어떤 환자가 주로 오나요? (ppt자료화면 보며 리액션 인터뷰)


주로 오는 환자라는 표현이 애매한데 낮에 외래가 열었을 때엔

경한 환자는 외래로 가니까 아무래도 응급실에는 중한 환자들이 많습니다.

걸어서 외래를 갈 수 없는 요양원에서 전원 온 폐렴, 신우신염 환자라던지

의식이 떨어지는 뇌경색, 뇌출혈 후유증 상태나 암 말기 환자라던지...


그러다가 저녁때 퇴근시간 이후가 되면 경한 환자들이 함께 몰리면서

소아, 외상, 장염 환자들까지 응급실이 가장 바쁜 시간이 됩니다.

열이 나는데 해열제 먹어도 조절이 안되요, 하면서 일 마치고 아이와 온 엄마부터

킥보드 타다 넘어져서 찢어졌어요, 부러졌어요 등,

어제 게장 먹었는데, 초밥 먹었는데, 육회 먹었는데 폭풍 설사해요, 구토해요 등...


한 12시-1시쯤 되면 그런 수액맞고 퇴원 가능한 환자들이 빠지고

입원해야 할 환자들도 응급실에서 빠져나가고 나면 조금 한가한 새벽시간이 옵니다.

그러다 아침 7시부터 9시 외래 열기 전까지 밤새 나빠진 환자들로 다시 바쁘지요.


Q3. 지금까지 응급실에 실려 온 최악의 사고 환자는 어떤 사고였나요?


현재는 중증 외상 환자를 일반 응급센터에서 보지 않고 외상센터에서 보기 때문에

응급센터에서 그런 환자를 볼 일은 없겠지만

오토바이 사고로 심각하게 다친 환자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10대 후반의 젊은 남성이었는데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차량과 부딪혀

가슴 부위를 심하게 다쳤는데 가슴 부위의 피부가 다 도로에 쓸려 없어졌어요.

갈비뼈도 부러져서 일부 없어져 있고 가슴 안쪽에 폐는 다 드러나서 불룩불룩 한데

환자는 의식은 있어서 통증을 느끼기에 바로 약물로 재우고 인공호흡기를 달았어요.


수술 준비를 하면서 흉부외과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와서 보시더니

아무리 해도 이 환자는 수술로 살릴 방법이 없다면서 포기 하셨어요.

그 분이 이국종 교수님처럼 어떤 환자든 수술방 들어가서 살려보려고 노력하시는 분인데

수술방 가지 않고 포기하는 사례는 처음 봤었어요.


그 외에도 호흡곤란으로 온 심하게 비만인 환자가 기관삽관을 하려고 보니

후두개가 부어있어서 삽관이 안 되고 급히 기도 절개술을 하려고 해도 지방층이 깊어서

도저히 불가능하겠다 싶어 두 사람이 역할을 나눠서 산소를 짜고 삽관을 겨우 했던 기억도 있고.


자살 목적으로 전신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환자가 온 몸이 다 딱딱해져서 왔는데

호흡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의식이 멀쩡해서 엄청난 통증이 있을텐데도 참고 있었던 기억...

여러 가슴아픈 사건들이 하나씩 뇌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Q4. 응급실 의사가 ‘절대’ 하지 않는 행동은 무엇인가요?


앞에 질문에도 나왔지만 오토바이는 절대 타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도 험하게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많이 봐서...

오토바이 동호회 등에서 저를 많이 미워하시는 것 아는데,

제 응급의학과 17년 경험에서 소신을 가지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Q5. 응급실 의사가 ‘절대’ 먹지 않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절대 먹지 않는 음식이 따로 있진 않은 것 같네요.

술, 특히 소주 마시고 과하게 취하는 것을 경멸하도록 싫어합니다만

그렇다고 저도 술 자체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또 아니니까요.


가능하면 보존제, 색소, 액상과당을 비롯한 각종 첨가물이 들어있는 과자, 음료수를 포함해

편의점에서 파는 가공식품, 간편식들을 멀리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Q6. 구독자에게 조언할 ‘이것’ 만큼은 절대 하지 않았으면
하는 행동은 무엇인가요?


매번 했던 이야기들이라서... 오토바이 타지 마라, 술 과하게 먹지 마라...

그 외에는 요즘 새로 나온 교통수단인 전동 킥보드가 큰 위험을 줍니다.

전동 킥보드 사고로 뇌출혈, 얼굴 열상, 팔다리 골절, 골반 골절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게다가 음주 상태로 킥보드를 타면 더 크게 다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동 킥보드 타시려면 반드시 헬맷 착용하시고 두 사람 이상 타는 행위를 피합시다.


Q7. 이런 증상이 있다면 꼭 응급실에 가야하는 증상이 있나요?


많죠. 심각한데 잘 모르고 있다가 큰 후유증을 얻게 되는 증상들이.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흉통입니다.


가슴 잠깐 조이다 마니까 괜찮겠지 하고 버티다 버티다 결국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서 사망 확률이 급격이 높아지는 심근경색까지 오니까요.

가슴이 바깥에 눌러서 아픈 게 아니라 안쪽이 아프다 하면 즉시 진료 보십시오.


그 외에는 뇌혈관 질환 증상이겠죠. 한쪽 팔 다리가 말을 듣지 않거나

발음이 부정확해 지거나 입이 삐뚤어지거나 어지러움, 복시 등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에서 머리 CT와 MRI를 확인해 봐야 합니다.

뇌출혈이나 뇌경색일 수 있습니다.


Q8. 환자에게 절대 하지 않는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응급실에서는 "어서오세요, 또 만나요."를 안 하죠.

그 외에는 "깨끗하게 나을 겁니다."라는 말을 할 일이 거의 없는 과라는 게 아쉬웠어요.

대부분 급히 나빠진 환자들을 보다 보니 제 손을 떠날 때에도 완치되어 떠나는 게 아니거든요.


입원하거나 수술방에 들어갈 때에도 불확실성이 큰 상태로 다른 의사에게 맡기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감사 인사를 받을 일이 거의 없어요.

그래도 간혹 아이 팔꿈치 빠져서 응급실로 왔다가 잘 맞춰져서

아이도 울음을 그치고 온 가족이 웃음을 되찾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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