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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응급실 의사가 말하는 ‘드라마vs현실’ 차이점은?

스터디언 (전 체인지 그라운드) 채널 인터뷰 준비 2편



Q1. 응급실 배경의 의학드라마에서 가장 실제 같은 드라마 명장면은?


우리나라 의학드라마 중에서 가장 현실에 가깝게 만든 작품은

2012년 MBC에서 방영했던 골든타임이라고 봐요.

당시에 공중보건의 할 때라서 시간 여유가 있는 때라

재미있게, 또 감탄하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해운대 백병원 오픈하기 전에 전체 공간을 빌려서 찍었다고 알고 있어요.

중증외상센터에서 발생하는 의료진의 고뇌와 갈등을 잘 그렸더라고요.

특히 환자 케이스와 수술 장면의 현실 고증을 너무 잘 한 작품이에요.


첫 화에서 주인공 이선균과 황정음씨가 있던 곳에서 다발성 교통사고로

재난 상황이 벌어지면서 세중병원 외상센터로 너무 많은 환자들이 이송되면서

큰 혼란이 발생하는데 주인공 외상외과 전문의 역인 이선민씨가

마이크 잡고 재난상황 선포하면서 경환들을 입원병실로 보내거나 해서

응급센터와 외상센터 자리를 확보하는 장면이 백미였다고 생각합니다.

재난 상황에서 그런 결정하고 처리하는 일이 엄청난 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든요.



Q2. 평소 의학드라마를 자주 보시는 편인가요?


골든타임 전에도 많은 의학 드라마가 있었지만 잘 챙겨보지 않았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연애장면만 가득해서 뭔가 남의 세상 일 같았어요.

학생때 미국 드라마 ER 을 보면서 실감나는 연출력과 연기에 감탄하면서도

응급의학과는 절대 하지 말아야지 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이렇게 살고 있네요.


Q3. 드라마 vs 현실 의사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제일 최근 잘 만들어진 의학 드라마 하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꼽게 될텐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주인공들은 이미 교수가 된 사람들이라 그렇다고 쳐도

밑에서 일하고 있는 전공의, 수련의, 학생들은 그렇게 여유가 있지 않을텐데

너무 깔끔하고 여유있고 공부 많이 하는 걸로 나오잖아요?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당장 눈 앞에 떨어진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지쳐있으니까.


또 한가지 큰 부분이 환자 악화시의 책임을 어떻게 부담할 지에 대한 부분이겠죠.

현실에서 드라마 주인공처럼 매번 위험한 결정을 감으로 돌파해 가면서

위험한 치료를 한다면 몇 사례 넘기지 못하고 고소에 시달리며 인생 망가질테니

위험하고 성공확률이 낮지만 꼭 해야 하는 수술, 시술이 있으면

환자 보호자께 열심히 두번 세번 설명하고 차팅에 남겨 놓으면서

참 구질구질하다는 느낌 받을 때가 있어요. 누구를 위하여 설명하고 차팅하는가 싶은...


Q4. 실제 낭만닥터 ‘김사부’같은 선생님이 계신가요?


제가 수련받은 길병원에 김사부 같은 역할을 하는 교수님이 계셨어요.

흉부외과 전공이신데 응급센터 소속으로 계시면서 외상의 많은 부분을 커버하고 계셨죠.


그 때는 외상외과 개념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을 때여서

오토바이 사고, 낙상 사고 때 중증 외상에 해당하는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와도

CT 찍어서 출혈부위 확인하고 다른 관련 과 모두 진료 보고 나서야 수술과가 수술방 잡고

만약 수술할 과가 두 개과 이상이다 하면 서로 협의하느라 시간 다 보내고

심지어는 혈압이 낮다는 이유로 수술을 안 들어가고 그냥 응급실에 환자 방치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사망하신 환자도 꽤 많았고 시스템의 부재가 초래한 비극이다 싶죠.


당시에 가슴 쪽과 목 쪽 문제에 대해서는 흉부외과 교수님이 제일 먼저 달려와 주시고

다른 과가 뭐라고 하든 먼저 수술방 잡아서 끌고 들어가시곤 하셨어요.

심한 폐 열상에 의한 외상성 혈흉, 늑골 다발 골절에 의한 동요흉, 목에 생긴 큰 혈관 손상,

심한 복부 타박상으로 인한 횡경막 손상 등등... 생명이 경각에 달린 중증외상 외에도

deep neck infection 이라고 잇몸에 생긴 염증이 목으로 내려가 심한 농이 생겨

기도 협착으로 호흡곤란 생기면 열어서 수술하기도 하시고 다양한 수술을 해 주셨죠.


덕분에 당시 길병원에서 수련받은 응급의학과 의사는 흉부외과 질환에 강했어요.

함께 수술 들어가면서 폐와 혈관 수술을 많이 보고 경험했으니까요.

유퀴즈에서 나왔던 우심방 외벽 손상에 의한 심낭압전으로 심정지 왔던 환자

수술방에서 가슴 열자마자 출혈 부위 탁 잡아서 꼬매고

유유히 사라졌다는 에피소드가 그 교수님이 수술했던 사례에요.


제가 당시에 중환자실 주치의를 보고 있었고 밤 늦게 환자가 악화되어서

부랴부랴 수술준비 해서 교수님 도착하자마자 한 해 후배가 같이 수술 들어갔었고

수술 끝나고 직접 들었던 내용이었던 거죠.

응급의학과 의사 중에 심장 수술을 경험한 사람이 많지 않을 거에요. 교수님 덕이죠.


Q5. 드라마 vs 현실 응급차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응급차의 비밀)


응급차량, 엠뷸런스라고 하죠.

드라마랑 현실이랑 큰 차이 없는 것 같아요.

인턴때는 평온한 전원 케이스를 따라가는 일이 많이 있었지만

전문의 되고 나서 엠뷸런스를 타는 일이 생겼다는 것은

응급실을 비우거나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서라도

환자의 생명이 경각에 달렸다는 뜻이기에

초긴장 상태로 약물부터 기관삽관 준비까지 다 해서 탑니다.


실제로 전문의가 되어서 엠뷸런스 탔던 사례 생각나는 대로 얘기해 보면

10대 여학생이 버스에서 내려 길 건너다 발생한 교통사고로

두개골 골절과 심한 흉부 손상으로 심정지 직전이라서

기관삽관하고 아버지와 함께 엠뷸런스 타고 이송갔던 기억이 있고요.

5살 짜리 남자아이 커튼 줄에 목 걸고 놀다가 조인 채 발견이 늦어져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경련하는 상태로 와서 근처 대학으로 옮기던 일.

부동액으로 라면 끓여 먹고 호흡곤란으로 내원해 의식 없어져 급하게 전원하던 일,

50대 여성 극심한 두통으로 와서 오자마자 의식 없어져서

머리 CT 에서 지주막하 출혈이 발견되었는데 너무 체중이 크고 목이 두꺼워서

기관삽관 도저히 안되어서 직접 앰부배깅 하면서 긴 거리를 이송갔던 일 등...


엠뷸런스에 직접 타는 일이 생기면 그 안에서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이

정신없이 환자를 돌봐야 했던 기억이 나요.

허리는 아프고 심하게 차량이 흔들려서 처치를 제대로 할 수도 없지만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 최대한 최선을 다 해서 하려고 했었죠.

그런 면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현장에서 참 고생이 많으시고요.

또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닥터헬기 타고 현장에서 환자 치료하면서 이송해 오거든요.

그럴 때에도 어려운 과정 이겨내 가면서 고생하시는 구나 저희들은 보면서 느끼죠.


이송 마치고 나면 긴장이 풀려서 구급대원 분과 함께 편의점에서 음료수 한잔 마시고

다시 병원으로 출발하거나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심폐소생술 후 이송에서 환자가 도착 전에 거의 깨어나서

119 구급대원 분들과 자축하면서 같이 점심으로 돈가스라도 먹자고 했었는데

그 약속 아직 지키지 못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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