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응급실 의사의 진상 환자 대처법 and 의사의 반응

스터디언 (전 체인지 그라운드) 채널 인터뷰 준비 3편




Q1. 응급실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제일 큰 오해는 이거죠. 응급실에 오면 무조건 빨리 본다.

환자가 응급이라고 생각해서 응급실로 오면

급행료 삼아 돈 조금 더 내고 무조건 빨리 본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는 듯 해요.


그렇지 않아요.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위한 공간이지

저녁에 밤에 내 일 다 마치고 불편한 것이 있어서 오는 의원이 아닙니다.

응급실은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거나 당장 처치하지 않으면

큰 후유증을 겪게 될 환자를 위해 양보하세요. 제발요.



Q2. 최악의 진상 환자는 어떤 사례가 있나요?


최악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사례가 생각나서...

술 마시고 인사불성 되어서 의료진에게 마구 험담하거나

집기 부수거나 폭력 휘두르는 경우 워낙 많아서

사례로 따로 꼽을 필요조차 없을 정도이고요.


한 번은 다 큰 딸이 스트레스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왔는데

아주머니가 수액을 한 번에 못 잡는다고 난리가 난 적이 있었어요.

여러 번 시도한 것도 아니고 두 번째 찌르는 중이었는데 그러더라고요.

잘 설명한다고 차분히 달래려 했는데 계속 더 언성이 높아지더니

급기야는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욕하고...

환자는 호흡곤란이 있는 상태이니 그냥 퇴원해서 알아서 가라고 할 수도 없고

검사는 일절 못 하고 겨우겨우 진정제 써서 증상부터 가라 앉히고

퇴원해서 다른 병원 간다고 해서 나갔는데...


새벽 3시 쯤 술에 취한 상태로 다시 와서 난동이 시작 되었어요.

이 때엔 보호자도 같이 왔는데 아들인데 말리는 게 아니라 같이 더 난리.

아들은 술 취한 것도 아니고 정신 멀쩡한데도 그러더군요.

결국 경찰까지 여러 분이 새벽에 출동하고 나서야 큰 소동은 멎었는데

병원 밖으로 연행을 못하고 경찰과 2시간여를 대치만 하고

그러다보니 다른 환자 진료도 진행이 안 되어 환자분들도 위험해지고...


알고보니 이 아주머니가 동네에서 유명한 알콜 중독자에

막말을 심하게 하기로도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우리는 처음 만난 거죠.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문제로까지 진행되었기에

제가 직접 출석해 경찰서에서 진술서 쓰고 해서

약식 재판을 통해 벌금 500만원이 선고되었는데

결국은 병원장님이 동네 보는 눈도 있으니 봐주자 해서

벌금 집행은 안 되었던 사건이 있었어요.



Q3. 진상 환자를 대처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휴대폰 없던 시절엔 증거 남기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환자의 난동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서

경찰이나 형사분들 오셔도 제대로 대처가 안 되고

쌍방으로 간다고 해서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이 많았는데

요즈음은 휴대폰으로 녹화를 바로 시작하니까 확실히 덜 합니다.


지금부터 녹화를 시작합니다. 증거로 채택될 수 있습니다. 하면

난동이 줄고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다만 술에 완전히 취한 경우는 녹화로도 소용이 없죠.

조폭이 응급실에 와서 난동 부리는 경우는 형사님들께 바로 연락해야지

경찰서에 신고해봐야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경험했었고요.



Q4. 가장 어이없었던 or 황당했던 상황이 있었다면?


위에 경찰 대치 사건 외에 또 황당했던 건...

다 공통적으로 자식에 관한 문제가 많네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왜 응급실에서 표현하실까요? 집에서 잘 하지...


어린 아이가 열이 심하게 나서 응급실에 왔는데

환자가 많다보니 많이 기다리셨어요.

보호자인 아빠가 술 한잔은 하신 것 같은데

왜 진찰을 이따구로 하냐면서 뺨을 친 적이 있어요.

맞은 입장에서는 너무도 황당하죠.


또 고등학생 아들이 편도절제술 수술을 받았는데

그날 밤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고 아빠와 함께 응급실로 왔어요.

아빠가 수술한 의사 연락해주지 않으면 다 부셔버리겠다고 난동.


재미있는 건 수술한 의사에게는 아무소리 못하고

교수님 교수님 하면서 설명 듣더니 순한 양이 되고...

응급실에 의료진은 인턴들만 있고 수술해준 의료진은 교수님이고

이렇게 생각하는 거겠죠. 같은 전문의인데.

그리고 설사 인턴이어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죠.



Q5. 이런 사람은 응급실 오지 마세요! 해 주실 말씀이 있다면?


딱 하나에요. 술 마시고는 응급실 오지 마세요.

우리나라 술 문화가 취한 사람에게 너무 관대하고

외국에는 없는 희석주인 값싼 소주가 주요 주류가 되다 보니

부작용이 너무 많고 사회적 비용도 너무 커요.

경찰, 소방, 응급실 의료진 인력이 얼마나 소주 때문에 희생되어야 합니까.

절대적으로 우리 사회가 합의를 해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술 뿐 아니라 마약 원하는 사람도 응급실 오지 마시고.

마약에 취해서 응급실에서 난동 부리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그리고 마약쟁이도 응급실에서 대처해야 하는 어려움 중에 하나에요.


처음에는 아주 신사적으로 서울대병원에서 무슨 특이한 질환으로

어떤 주사를 맞으라고 했다. 내지는 소견서 내놓기도 하고.

자세히 듣다보면 정말 엄청난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인 줄.


그런데 그렇게 고생한 사람 치고 너무 깔끔해서 이상하다 싶다가

다른 약한 진통제 먼저 주고 1시간 쯤 기다리면

이 주사가 아니라 더 센 게 필요하다면서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

나중에는 페치 머라고 하는 약만 듣는다고 해요.

그러면 아 마약쟁이였구나. 역시나 혹시나 했는데 맞구나.

끝까지 주지 않고 우리 병원에는 없어요 하면 다음에 오지 않죠.

귀찮다고 한 번 주면 끝까지 여러번 응급실 와서 약 달라고 하고요.


#마약 #소주 #진상 #진통제 #페치딘 #페티딘 #조폭 #형사 #경찰 #오해 #응급실 #응급센터 #응급의학과 #최석재

매거진의 이전글 현직 응급실 의사가 말하는 ‘드라마vs현실’ 차이점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