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림과 설렘이 가득한 곳으로
아름다운 호수가 펼쳐진 포카라에 왔다.
네팔에서 마주했던 험준한 산과 계곡과는 대조적으로, 이곳은 아름답다. 첫눈에 반해 사랑하듯,
멀리 눈 덮인 설산이 신성한 느낌을 주며 바라보인다. 거리에는 다채로운 액세서리 가게와 테라스 카페, 그리고 다양한 음식점들이 어우러져 도시의 매력을 더 한다. 외국인들로 가득 찬 활기 넘치는 이 도시가 금세 좋아졌다.
친구의 친척 집에 도착해 부모님과 인사한 후, 작은 방에서 며칠간 생활한다. 동네는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아이들과 강아지들이 신나게 놀고 있다.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아파트로 변해버린 현재의 삭막한 도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 유독 그리움으로 남는다.
이곳에 왔지만, 뚜렷한 목적 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거리의 상점들에서 등산용품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산은 나와 거리가 먼 취미다. 인도에서 여행이 나의 가치관을 변화시킨 듯, 갑자기 먼 산이 보이며 눈앞의 설산이 계속해서 궁금해진다.
친구에게 물어봤다. "너는 저 산에 올라가 봤어?" 친구는 한 번도 가 본 적 없다고 한다. 네팔은 산과 계곡이 많지만, 자세히 물어보지는 않았다.
잠시 고민한 후, 나는 저 너머에 있는 '안나푸르나' 산에 가보자고 말했다. 특별한 계획이 없던 친구도 좋다고 대답했다. 어쩌면 우리 둘은 계획 없이 움직이는 성향 같다.
안나푸르나산은 좋은 날씨와 든든한 등산복, 신발, 그리고 지치지 않는 체력이 필요하다. 포카라에는 현지 여행사가 많아 가이드와 포터를 함께 동행하는 코스가 대부분이지만, 이런 사실도 모르고 우리는 지도 한 장 없이 다음날 출발한다.
친척 부모님의 도움으로 차를 타고 시작 코스에 내려주시고, 마을 입구로 걸어가 간단히 산에 오르기 위해 사전 등록을 한다. 마을을 지나 계곡과 드넓은 길이 보인다. 이렇게 좋은 산을 왜 안 했을까 하며 친구와 얘기하며 자연을 구경 삼아 이동한다.
안나푸르나라는 이름만 들어도 두근거림과 설렘이 느껴진다. 산을 오르며 자연과 마을사이로 감성을 배운다. 때로는 기나긴 여정 속에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은 고통 속 배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