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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uin Oct 02. 2024

V - 인도 입석 기차세계

노동자로 하루하루 벌기 위해 묵묵히 버티고 간다.

기차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 수단이다. 버스와 달리 기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과 사람들 사이에 느껴지는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여유는 기분을 더해준다.


뭄바이로 가는 기차 안에서 인도 첫 기차 여행을 회상하며..


그날 역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말 동안 학원 사람들과 함께 '타지마할'을 다녀온 후, 좌석이 없어 할 수 없이 가장 저렴한 입석 티켓을 예매해 돌아오는 길이었다. 입석에 대한 경험은 없었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기차에 올랐다. 이미 기차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뒤에서 계속 밀려오는 인파에 떠밀려 점점 가운데로 옮겨갔다. 3시간 동안 버틸 작은 공간을 겨우 찾았다. 좁은 창가와 어두 컴컴한 칸 분위기 그리고 사람들의 눈빛에서 점점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기차는 출발했지만,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공기가 답답했다. 인도 특유의 향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지옥칸에 온 듯 몸과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사람들 사이에 서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두운 얼굴에 최하층 노동자로 보였다. 이 칸 안에서는 대화가 거의 없었다. 모두 이 지옥 같은 공간에서 나가기를 바라는 듯, 묵묵히 서서 버티고 있었다.


기차 안에서는 음식을 파는 사람도 있었다. 움직일 공간조차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천장을 이용해 원숭이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간식을 팔았다.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광경을 지켜보던 중, 내 눈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하얀 피부에 깔끔한 옷을 입은 그는 누가 봐도 브라만, 혹은 귀족 계층처럼 보였다. 그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사람을 때리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 나 역시 그들과 함께 구경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실감하며 묘한 충격이 밀려왔다. 직접 겪은 기분은 충격이 컸다. 인도에서 카스트 제도는 존재하지만 의미가 퇴색되듯 경험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사건은 종료됐지만 느낌은 이상했다.


3시간 걸리는 기차는 5시간 이상 걸려 도착했다. 도착 후 나는 아무 말없이 숙소에 왔다.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힘든 기차 여행이었다. 보통 여행 중에 이런 기차는 타지 않는다. 로컬 사람들만 이용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인도의 기차는 마치 설국열차 같았다. 다음 칸으로 넘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현재를 버티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매일 아침 9호선 지하철은 출퇴근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노동자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당시 냄새와 감정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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