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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uin Oct 01. 2024

 IV - 여유로운 여행, 우다이푸르

모두에게 여행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속에서 배움이 있다.

사람은 계획한 생각과 목표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초심은 어느새 사라지고, 우리는 환경에 지배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통해 다시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호수와 궁전이 어우러진 이곳 우아함이 특별했다. 호수를 따라 이어진 골목에는 카페와 숙박 시설이 늘어서 있고, 궁전의 화려함 뒤에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가 숨어있다.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하얗게 꾸며진 아름다운 루프탑 카페에 도착했다. 넓은 호수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이 유럽인 여행자였고, 특히 자신감과 매력을 풍기는 여성들이 많았다. 나도 그들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호수를 바라보는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 공간이 좋았다. 그동안 로컬식당에서 매일 즐겨하던 카레 대신, 카페에서 즐긴 음식은 카레에서 해방된 느낌이다.


여행 중 나는 책을 즐겨 본다.

뉴델리에서 구입한 자기 계발서 영어책을 늘 가지고 다녔고, 문장 하나하나 좋은 글귀에서 오는 힘에서 자신감이 커져갔다. 하지만 여행 중에 외국인에게 말을 거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영어 공부를 꾸준히 했지만,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편안한 차림으로 주변 골목을 구경했다.

아침은 동네 분위기를 더욱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새들이 지저귀며 자연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순수하고 기분을 좋게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시티 팰리스'는 그 자체로 화려한 예술 작품 같다. 궁전 내부의 타일 장식과 생활상은 인상적이지만, 그 당시 인도의 역사를 알지 못해 겉모습만 보고 중요한 것을 놓친 느낌은 조금 아쉽다.


우다이푸르의 여러 곳을 구경하려던 계획은 금세 사라지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숙소에서 며칠 동안 한량처럼 책과 생각하는 시간을 보낸다. 학원에서 나와 세상을 통해 얻고자 하는 마음이 지배했지만, 몸과 마음이 지친 듯 바라보는데 집중한다. 이렇게 며칠 동안 시간을 보내고 다음 여행지로 향한다.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해 철옹성 같은 성들이 세워졌던 고대 왕국의 요새 도시다.
북쪽으로는 히말라야의 거대한 산맥이, 동쪽으로는 울창한 밀림이 위치해 자연 장벽을 이루었지만, 서쪽은 이슬람, 몽골, 유럽 등 여러 이민족들의 침략 대상이었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 덕분에 이 도시는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융합된 독특한 역사를 지니게 된다.

고대 왕실 문화를 간직한 이 도시를 떠나, 나는 현대적이고 활기 넘치는 인도 남서부의 도시인 뭄바이와 고아로 향한다. 그곳까지는 기차로 20시간이나 걸리는 긴 여정이지만, 새로운 경험이 된다.



왼쪽:블루시티 숙소에서 일본인 두 분을 만나 식사를 했다. 가운데: 숙소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여행내내 사진을 찍지 않았다. 오른쪽: 인터넷에서 검색한 우다이푸르 모습




당시 여행의 첫 관문이었던 라자스탄 주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혼자 여행하는 법을 익혔다.
숙소를 고르고 시간을 보내는 나만의 방식도 자연스럽게 배워 나가고, 계획 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 여행은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선물처럼 기억에 남는다.


오랜 기억을 품고, 얼마 전 나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북촌 한옥마을을 방문했다. 혼자 여행처럼 특별한 계획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이곳저곳을 구경했지만, 막다른 골목에서 가족의 불평이 이어진다. 결국 아내는 “이런 곳은 혼자 오라”라고 한다.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목적지가 분명해야 한다.
목적과 방향이 없으면, 서로가 힘들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날, 가족과의 여행 루트를 다시 계획한 후에야 모두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혼자 떠나는 여행과 함께 하는 여행은 다르다. 사람마다 여행 방식은 각기 다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배움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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