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해시 한림면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 가산마을에 산다. 평생을 아파트가 모여 있는 도시에 살다가 지난 겨울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우리 집은 마당이 있는 작은 주택이다. 1층은 전부 창고이고, 2층이 생활 공간, 3층은 옥상이다. 마당에는 잔디, 민들레, 장미 등이 알록달록하고 상추 등을 심어서 키우고 있다. 창고에는 자전거와 각종 잡동사니, 주인 아저씨의 농기구 등이 있다. 집 안은 거실, 부엌, 화장실, 방 3개로 되어 있다. 옥상은 초록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고 올라가면 마을 전체가 보인다.
우리 집은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운다. 이름은 초코랑 콩이다. 초코는 누런색이고, 콩이는 까만색이다. 둘 다 그냥 잡종이다. 평소에는 집 안에서 생활한다. 그래서 바닥에 털이 많다. 그러다가 택배 기사가 오거나 낯선 사람이 지나가는 등 바깥에서 소리가 나면 바로 달려 나가서 짖는다. 초코는 얌전해서 주로 집 안에 있거나 현관 밖에 나가도 1층으로 잘 내려가지는 않는다. 콩이는 활발해서 마당이고 어디고 막 돌아다닌다. 마당이나 창고, 옥상에 있는 똥은 거의 다 콩이가 싸놓은 거다. 나는 심지어 콩이가 상추에 오줌을 싸는 것도 목격했다.
우리 마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사신다. 주로 밭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것 같다. 농기계를 몰고 다니거나 노인 전동차를 타고 나와서 밭일하시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내가 엿들은 바로는 땅콩, 고구마 같은 걸 키우신다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말고 꼬맹이도 한 명 산다. 내가 관찰한 결과, 버스 타고 20분 걸리는 초등학교에 통학하는 것 같다. 특이한 점은 자세가 위축되어 있고 어른들한테 인사를 잘하는데, 마을에 지나가는 차가 보이면 차에 대고 일일이 인사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른으로 안 보였는지 나한테는 인사를 안 한다.
마을 가운데에는 마을회관도 있다. 이른 아침에 동네 다 들리게 방송을 자주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들락날락하시는 걸 봤지만 한 번도 가보지는 않았다. 마을에 있는 집들을 보면 대문이나 울타리가 없는 집들이 꽤 있다. 나도 처음에 우리 집 도어록이 없어서 불안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 시골은 그런가 보다 했다. 골목에는 고양이들이 자주 다닌다. 마을에 새들도 많이 날아다니는데 요즘은 제비가 엄청 많다. 우리 집에도 제비랑 참새가 집을 지어 놨는데 내가 집 밖으로 나오면 날아가 버린다. 마을 입구 쪽으로 가는 길에는 버리는 페트병으로 만든 바람개비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 마을 주변에는 전부 논밭, 공장, 축사밖에 없다. 공장이 많아서 마을 입구에 있는 큰 길에 트럭이랑 차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외국인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마을 주변에 가끔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개들이 있는데 물지는 않는다. 마을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나가면 낙동강이 나온다. 낙동강을 따라 자전거길이 쭉 이어져 있어서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기 좋다. 넓게 펼쳐진 갈대밭은 생태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처음 왔을 때 탁 트여 있는 게 속이 시원해서 마치 낙원 같았다. 근처에 승마장이 있어서 갈대밭에서 말을 타는 사람도 봤다. 심지어 누가 소를 풀어 놓은 것도 봤다.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 뱀이랑 꿩도 봤다. 목줄 없이 개 산책 시키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생태공원 옆에는 파크골프장도 있어서 운동하러 오신 어른들이 많다. 강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창원이 나오고, 강 건너 북쪽에는 밀양이 있다. 낙동강 가는 길 반대편 남쪽으로 조금만 가면 봉하마을이 나온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 가서 전시관이나 카페에 잠깐 있다가 온다.
마을 주변에는 할 게 없어서 버스를 타고 도시로 나가야 한다. 우리 마을 입구에는 버스가 딱 한 대 다닌다. 1시간에서 1시간 반에 한 대 정도 다닌다. 처음에 정류장에서 도착 시간 알려주는 안내판을 봤는데 똑같은 노선이 두 개가 있어서 갸우뚱했다. 알고 보니 반대편에 정류장이 없는 대신 그 도착 시간까지 같이 알려주는 것이었다.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10분 정도 가면 진영읍이 나오고, 동쪽으로 40분 정도 가면 김해 시내가 나온다. 진영읍은 신도시라서 아파트랑 학교, 학원이 많은 번화가다. 나는 거기에 있는 투썸에 자주 간다. 김해 시내 쪽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립 도서관이 있어서 가끔 간다. 그쪽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우리 마을 근처 시골에서 김해 시내까지 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골 학생들의 어쩔 수 없는 생활인 것 같다.
마을 주변에는 전부 찻길밖에 없고 어딜 가려고 해도 버스를 타야 되니 밖을 나가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예전에 아파트에 살 때는 인도랑 산책로도 잘 만들어져 있고 집 근처에 바로 도서관이 있어서 자주 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고 마을에 내 또래가 없어서 불러낼 사람도 없다. 시골에 와서 새롭게 경험한 게 많긴 하지만 따분한 건 사실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늘 원하긴 했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 좀 그렇다. 누가 혼자 노는 법 좀 알려 줬으면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