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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플로거 Dec 09. 2021

플로깅 쓰레기 줍기 일주일차

매일매일 골목 쓰레기 줍기 일주일차 느낀 점 

다큐에서 요즘 젊은 세대들이 플로깅이라고 쓰레기 줍기 활동을 기후변화 대책, 환경운동으로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산에 등반하면서 쓰레기를 줍고 주은 쓰레기로 예술사진도 찍어서 올리고, 혹은 바다 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줍고, 무엇보다 중요하게는 즐겁게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그간 간간히(아니, 아주 가끔) 골목 쓰레기를 줍긴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매일매일은 못하다가,나도 산책 때 시간있을 때마다 주워보기로 했다. 딱히 엄청난 의식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인터뷰한 다큐 속 젊은이들의 모습이 너무 즐거워보여서 였다. 그레타 툰베리가 혼자서 외로이 기후변화 대책 마련 촉구 시위를 하다가 하나 둘씩 사람이 늘어나는 장면이 참 멋졌고, 플로깅을 해서 예술사진을 찍는 젊은 아티스트의 작품도 대단했다. 특히 즐겁게 플로깅 한다는 점, 젊은 세대들이 기후변화를 피부로 자신들의 문제로 생생히 느끼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깊었다. 이런 멋진 분들에 비하면 나는 나이들고 뒤늦은 그야말로 올드 플로거지만, 플로깅에 동참해보기로 했다. 


일주일 정도는 일도 바쁘고 해서 기록하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뭔가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그래서 이제부터 기록과 단상을 상세히 적는다. 




일주일차가 됐다. 

쓰레기 줍기 비포 애프터 사진도 찍긴 했는데, 하나하나 두루두루 기록하기는 좀 힘에 부쳐서 

또 사진을 찍을 경우 동네도 바로 드러날 것 같아서(물론 쓰레기 문제는 우리 동네 문제만은 아니며, 지구촌 부유한 북반구 국가의 윤택한 물건 소비생활과도 관련이 있다), 

느낀점을 소소하게나마 여기 브런치에 정리해보기로 했다.


매일매일 적든 많든 쓰레기를 주워보기로 결심한 첫날

운좋게 골목에 나온 동네 아주머니가 칭찬해주셨다. 사실 예전 간간히 주운 적이 있긴 하지만, 

플로깅 첫날 칭찬이라니 대박 느낌이 좋다. 


이틀 째에는 

옆집 아저씨가 빗자루로 골목에 수북한 낙엽을 깨끗히 치우는 모습을 보았다. 전부터 해오신 것 같은데, 아마도 내가 플로깅을 하니까 그런 모습이 눈에 띄게 된 것 같고, 이웃의 선의가 느껴져서 마음이 좋았다. 


이틀째까지는 왠일로 쓰레기가 많지 않아서 진짜 금방 끝났다. 오 분 정도 걸린 듯. 하늘이 가볍게 스타트하라고 계시를 내려준 것인가?^^ 비닐장갑 끼고 성큼성큼 걸어다니며 주웠더니 금방 끝났다. 뭐 이정도면 가뿐히 하겠는 걸? 싶다. 

 

사흘 째에는 

다큐 인터뷰에서 플로거 젊은이들이 보물찾기를 하듯 열중해서 쓰레기를 줍게 된다는 말을 웃으며 했는데, 그 말을 몸소 이해할 수 있었다.  땅에 떨어진 비닐 조각, 종이조각, 플라스틱 병 분류, 담배꽁초.... 하다보니 쓰레기봉투를 수북히 채워가는 그런 희열이 좀 느껴진다. 


그리고 정말 좋은 일이 하나 있었다. (진짜 진짜 고운 글로 담아내고 싶은,  멋진 장면을 보았다..내 생각에는, 플로깅을 하다보니 눈에 띈 풍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나중에 꼭 하나의 글로 완성도를 높여 브런치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플로깅 기록이 다소 평범한 날에 공개하겠다. )

사실 이 추억 때문에 작심삼일로 안 끝나고 플로깅을 할 수 있게 된 듯 하다. 


나흘차부터는 많은 쓰레기들이 눈에 더 들어오는 행운??이 있었다. 

아이스팩이 정말 많이 버려져 있다. 우리 동네 골목 뿐만 아니라 곳곳에...

짬을 내서 구청 민원에 아이스팩 수거함 좀 설치해달라고 제안했다. 보니까 이미 많은 선도적 지역에서는 아이스팩 수거함을 갖고서 재활용하고 있었다. (우리 구청에서 어떻게 할지 여기 브런치에 기록 예정이다. ) 


닷새째 

귀찮은 마음도 있지만 하나하나 깨끗하게 바꿔갈 수 있다는 것. 

내 힘을 스스로 충분히 느껴볼 수 있기에 좋은 듯 하다. 

옆에서 담배피던 동네아저씨가 쓰레기 줍는 것을 보시더니, 담배 꽁초를 잘 담아서 버리는 행동을 하심.


엿새, 일주일째

유리조각, 못, 칼날(공구용 칼날처럼 문방구칼보다는 좀 큰 커터칼날임) 이런 게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엿새째에 보도블럭과 표지석 구석에서 커터칼날을 조그만한 것(길이 3센치 정도)을 발견했는데, 딱 일주일째 되는 다음날 가보니, 그 옆 구석에 큼지막한(한 10센치) 것이 떨어져 있었다. 아마도 전날부터 있었을텐데, 왜 엿새째에 발견못했지? 싶었다. 밤에 플로깅을 한 것이긴 해도, 가로등이 제법 환하고 휴대폰 손전등도 켰는데, 이상하다. 


전에 간간히 주울 때도 유리조각을 보긴 했는데, 생각보다 위험한 물건들이 매우 많다는 것. 보도블럭에 틈틈히 박힌 유리조각 작은 것도 있지만, 어린이 손가락만 한 유리조각도 널부러져 있다는 것, 미화원분들이 정말 위험하게 작업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군데 군데 유리조각 사이에 껌들은 아직 땅바닥에 말라 붙지 못한 생생미??가 넘쳐 귀여운 수준의 쓰레기라 생각이 든다. 전에 뉴스에서 미화원 한 분이 쓰레기 수거 중에 제대로 버리지 않은 칼에 베어 파상풍에 걸렸는데 제때에 치료를 못해서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고 들은 적이 있다. (해외토픽아니고 국내뉴스임)

커터칼날을 주으면서 그 미화원 분의 죽음이 스쳐 지나갔다.  

미화원 분들을 파상풍 예방접종을 필수로 받는다. 그런데도 2017년 뉴스를 보면, 지난 2년간 파상풍으로 지난 2년간 미화원 2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나와있다.. ( 믿기지 않으면, 미화원 파상풍 두 단어로 간단히 구글링해보면 나온다. )


유리나 칼날 버리는 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전에 나도 문방구칼날이 영 무뎌져서 버릴 때 버리는 법이라고 검색해서 따라서 해봤다. 유리조각이나 칼날 조각을 신문지나 종이로 싸서 움직이지 않게 단단히 고정시킨후 뽁뽁이로 여러 차례 감싸고 바깥에 유리 혹은 칼날 이라고 매직으로 알아보기 쉽게 쓴다. 그다음 일반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한다. 수거하시는 분들이 절대로 다치지 않게 안전에 유의한다는 점만 기억해서 따라서 한다면, 버리는 법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식칼 등은 버려본 적이 없다. 예전에는 다들 식칼 날이 무뎌지면 갈아서 썼다. 다행히 우리 동네에는 칼갈이 하시는 전문가가 봄에서 가을까지 자주 나타나셔서 주방에 식칼 버릴 일은 없을 듯 하다. 커터칼날도 조금씩 버리거나(원래 버릴 수 있도록 표시해둔 부분을 맞게 잘라서 1센치 미만의 크기로 종이에 움직이지 않게 잘 포장해서 버리거나), 아예 사실 버리지 않는 게 최선의 길이라 할 것이다. 커터칼날이 무뎌졌다면 알루미늄 캔 같은 데에다가 (안전하게 손에 쥐는 게 어렵다면 알류미늄 호일 같은 데에다가 갈아주면 된다.)  


어찌됐건...

일주일째 드디어 쓰레기 집게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생활용구가게에 갔다. 플로깅 하면서 좀 물건을 덜 사자 싶긴 했는데, 집게는 좀 필요했다. 가서 뭐가 집기 편한가 보고 있다 보니, 문득 아하! 하고서는 집에 하나 음식용 집게가 안 쓰고 남아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앞으로 100일간 한 번 쭉 플로깅 일지를 써보겠다.... 나중에 100일간의 플로깅을 마치면, 스스로 어떤 생각이 들지 사뭇 궁금하다. 

사실 나도 잘 모르고 있는 쓰레기 배출 방법도 많이 있다. 좌석을 붙인 홍보물을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아직 모르겠다. 요즘엔 정말 이틀에 하나씩 문앞에 (아마도 냉장고에 붙여달라는 의도 같은데)좌석을 붙인 음식점 홍보물이 붙어 있다. 난감하다. 방법을 알게 되면 여기에 적겠다. 


백일의 기록이 앞으로 플로깅을 시작하려는 분들한테 도움이 되면 좋겠고, 겸사겸사 동네 골목도 깨끗해지고, 나 자신과 동시대 사람들의 이 윤택하고도 넘치는 쓰레기와 함께하는, 이 개운치 않은 생활방식에 대해 검토해보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 희생되고마는 이런 구조 속에 있는 환경문제도 깊이 생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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