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드플로거 Dec 10. 2021

돌아보지 않는

플로깅 일주일하구 이틀째 

소형자물쇠 건전지 개똥 치킨 머리핀의 공통점은?

우리 동네 쓰레기 플로깅 하면서 오늘 주은 쓰레기라는 점 ㅎㅎ 

휴지로만 느슨하게 둘둘 말아둔 개똥과 그 옆의 소형자물쇠, 그 옆에 굴러다니는 소형 건전지. 오늘은 희한하게 유리 깨진 게 없었고, 좀 다른 쓰레기 내용물이었다. 

'아니 왜 개똥을 휴지로 둘둘 말아만 두었지. 옆에 떨어져 널린 게 비닐봉지인데, 치우는 김에 

비닐로 한 번 더 싸지' 하고 비닐장갑에 묻은 개똥을 보며 툴툴 거리다가 '나는 플로깅을 하고 있으니까!' 하구서 '골목을 깨끗하게'라고 속으로 외치며, 굳은 다짐을 해보았다.


이제 뭐가 같이 나올지 두근두근 약간의 희열?이 느껴지면서 

상세한 관찰결과를 플로깅 일주일하구 이틀째된 오늘 또 기록해본다.   




동네 쓰레기가 왜 이렇게 많은가 하면 

우선 배출요일에 쓰레기를 내야 하는데 날짜를 지키지 않고 쓰레기를 내놓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주요인이다. 그리고 이에 더해, 배출요일에 쓰레기를 내놓아도 꽉 묶지를 않아서 치워갈 때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쓰레기가 많다. 전에 미화원 분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는데,  배출봉지만 꽉 묶어놓아도 일하기가 편하다고 하셨다. 미화원 분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이 꽉 묶지 않아서 결국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담기는 하시는데, 한정된 작업 시간에 일일히 분류하면서 담기도 깨끗이 다 치우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그래서 배출일 다음날(격일로 배출요일임)이 되면, 여기 저기 떨어져 바람에 의해 이리 저리 쓰레기가 흩날려 있다. 꽉 묶어주지 않아서 배출쓰레기봉투에 들어가지 못하고 남은 쓰레기는 금세 친구가 생긴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 위에다가,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마구 쓰레기를 버린다....흐흐흐.... (집앞 골목은 사람들이 아주 많이 오가는 샛길이다) 


그나마 주민센터에서 CCTV나 배너(과태료 부과 고지)를 내걸어주기 전과 비교해 보면  사정이 낫다. 우리 동네에 처음 이사왔을 때는 작은 쓰레기 언덕? 아니, 쓰레기 산?이 있었다. 좋은 동네이긴 하지만, 집들이를 하는데 내심 좀 창피했다. 이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쓰레기가 좀 쌓여 있을 적에 지나가던 차량이 쓰레기를 휙휙 버리는 광경을 목격했다. 달리는 차량에서 창문을 내리고 차량내에서 피운 담배꽁초 뭉터기를 휙 버리는 사람. 나들이를 다녀온 길인 듯 약간 헤진 돗자리와 쇼핑백을 버리는 사람. 설마 집에 들어가기 전에 차 안을 정리정돈하고 싶었던 것일까? 어느날엔가는 심지어 차량 창문에서 김치를 휙 하고 버리는 모습도 봤다. 그것도 김치통째로. 차량에서 김치가 튀어나올 줄이야.. ^^ 으악!!!! 왜 골목을 달리는 차량에서 김치 쓰레기를 버린 것인지 정말이지 예상치 못한 진귀한 광경이었다. 가까이 가서 통을 열고 냄새를 맡아보니 폭삭 쉰 김치였다.


샛길을 달리는 차량에서 사람들이 내던진 쓰레기는, 걸어다니는 사람이 버리는 휴지조각이나 담배꽁초 한두개피 정도의 쓰레기하고는 차원이 좀 다른 쓰레기였다.  


여튼, 쓰레기가 한 둘 쌓이다보면, 더 많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게 된다. 

조금이나마 깨끗하면 쓰레기가 더 안 쌓인다. 사람 심리가 그런 듯하다. 


동물 사체도 (우리 동네 서울 한 복판이에요) 두 번 목격했는데, 

한 번은 바로 내가 신고를 했다. 120 다산콜에 신고를 하면 구청에서 치워준다. 빨리 치워주고 다산콜에서 결과를 알려준다. 그런데 아주 깔끔히 치워지지 않았아서 내가 가서 청소를 했다. (정확히는 깃털을 주웠다.) 뭐 그 정도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으로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같다. 

 

그런데 한 번은 너무 바빠서 신고를 못했다. 우연히 옆동네에 있던 사체를 본 것인데 급한 일이 있기도 해서 신고를 못했다. 그러다가 일주일째 되는 날 문득 생각이 나서 옆동네 그 길로 한 번 가봤더니 여전히 사체가, 그러니까 거의 일주일간 사체가 방치되어 있었다. 사체가 참 씁쓸했다. 사체 위로 주차를 했든지, 아니면 차가 여러 대 사체를 치고 지나갔던지 사체가 조금씩 흐물어져 내리고 있었다. 딱히 사고사는 아닌 듯 했고, 원래 자기 생명을 다해서 죽었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그냥 방치하는 것일까?


아무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사람이 이렇게 많이 밀집돼 살아가는 지역인데,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그런 동물의 죽음이었다. (참고로 2020년 서울시에는 1㎢당 15,865명이 살고 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다시 신고를 했다. 

오늘 개똥이니 치킨이니 건전지니 등등 여러 다른 종류의 흩날린 쓰레기를 치우고 나니까, 이상하게 그 동물사체 2구의 생각이 난다. 사체 뒤에 남겨져 있던, 아름다운 새의 깃털들이 바람을 타고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솔직히 이렇게 아무렇게나 닥치는대로 쓰고 마구잡이로 버리는 문화 속에서 인간의 삶이, 인간의 생명이 또 동물의 생명이 귀중하게 여겨진다는 걸 기대할 수 있을까? 

내가 사는 동네도 아니고 사실 일하는 와중에 마음에 여전히 걸리던 사체를 치우기 위해 옆동네로 다시 바쁜 길을 재촉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별 것 아닌 신고전화 한통이지만, 내가 사는 골목도 아니고, 뭐랄까 약간의 심적 부담, 그 근처에 사시는 주민들에 대한 기대와 원망('알아서 치워주시겠지' '아니 왜 자기 집앞 사체를 일주일씩이나 방치하는 거야?')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한편으로는 나도 쓰레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때에는 사체가 있었어도 안 보였을 것 같다. 걷고 바깥에 돌아다니는 걸 꽤 좋아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예전에는 사실 서울에서 동물 사체를 본 적이 거의 없는 듯 하다. 2020년 서울시 동물사체 처리 건수 정보공개(서울시정보소통광장)를 보니까 2020년 연간 처리 건수가 10,556건이나 된다. 



오늘의 정리 

소형자물쇠는 혹시 누가 가져가서 쓸 수도 있을만큼 깨끗하고 멀쩡한 거라서 일단 그 옆에 두었고, 건전지는 막 버리면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되니까 주민센터 수거함에 갖다 버리려고 옆에 따로 치워두었다. (우리집 건전지 쓰레기와 함께 배출예정). 개똥은 곱게 비닐에 다시 잘 싸서 내일 배출일에 수거하실 미화원분께서 좀 더 쾌적하게 치우실 수 있도록 포장을 잘 해두었다. 치킨은 버린 사람 주소지와 전화번호가 버젓이 붙어 있어서 전화를 해서 배출일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려달라고 정중히 부탁드렸다. 한 동네에 사는 사람과 혹시나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아서 전화를 해볼까 말까 망설이다 전화한 것인데, 흔쾌히 배출일에 잘 버리겠다고 약속을 해주셨다. 


머리핀은 어쩌지? ㅎㅎ 이건 딱히 버렸다기보다 머리에서 흘러내려 빠졌다가 굴러들어온 듯 한데... 플라스틱으로 분류해 놓았다. 


지치지 않고 즐겁게 긍정적인 미래상을 갖고서 플로깅을 오래오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플로깅 쓰레기 줍기 일주일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