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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플로거 Dec 13. 2021

오늘은 그냥 걸었어

플로깅 열흘째 기록 

오늘은 쓰레기배출날이라서 그런지 골목이 깨끗한 편이다.

플로깅 열흘째 원래 시작한 내 플로깅 반경(한 3~5미터 정도)을 아주 조금만 더 넓혀 보았다. 

실은 어제 옆 골목에 흩어진 담배꽁초가 눈에 들어왔는데, 어젠 치울 게 많아서 '뭐 내일도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겠지' 싶어서 내버려두었고, 역시나 예감대로 오늘도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마스크들.. 왜 쓰고난 마스크를 길가에, 또 공공화단에 이렇게 버리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화내지 않고 플로깅을 하자 ㅎㅎ 길가에 마구 버려진 마스크를 볼 때마다 '죄다 내가 줍줍해줄테다'하면서 간단히 마스크 세 개를 주워서 치웠다. 


뭐 하루 쯤 이 정도로 끝나는 날도 있으면 좋겠지. 

그냥 걸어도 되는 날. 




코로나 최다 확진자가 나왔다. 내일이나 다음주에 더 갱신될지도 모르겠다. 영국의 한 보고서에 covid19이 풍토병으로 자리잡으려면(감기처럼), 5년이 걸린다고 했다 한다. 이 소식 듣고나니 기분이 좋지 않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환경파괴로 인해 전인류가 헤매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너무도 비통한 세계였다. 묘자리가 없어서 흐느끼는 브라질 사람들, 화장터 일손도 화장에 필요한 땔감도 부족해서 발을 동동 구르던 인도 사람들. 의료가 붕괴된 나라들의 상황은 정말 심각해보였다. 한 이탈리아 의사는 밀려드는 환자로 부족한 에크모나 산소통을 누구에게 먼저 씌워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 정말 비참하다고 했다. 


도심의 확장, 끊임없는 벌채, 야생동물 서식지의 파괴, 대량의 육류 소비로 인한 집단 사육과 가축....결국 갈 데가 없어진 인수공통전염병의 바이러스가 인류에게로 왔다. 기후변화와 코로나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는 듯 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종간 새로운 상호작용 위험성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는 연구들이다. (박쥐 서식지의 변화 등을 다룬 연구도 있는 듯 하다.) 


지난 100년간 세계평균 기온은 0.74도 상승했다. 2100년에는 1990년 대비 6.4도 상승될 예상이다. (참고로 현재 절대적인 인류의 의존 에너지인 석유 부존량은 약 40년 가채년수밖에 안 남음)


2002년 사스 때도 2009년 신종플루 때도 심지어 2015년 메르스때도, 인수공통감염병이 이렇게까지 심각한 전세계적 유행상황을 맞이할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메르스 때는 좀 심각하다고 느끼긴 했다. 국내 메르스 확진환자 186명, 38명 사망. 확산 당시 감염 발생을 감춘 사립병원과 허둥지둥만 하던 당시 정부. 작년이던가 메르스 사망자 유족들이 병원과 정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했지만 졌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올 11월 친구 아버님이 요양병원에서 계시다가 응급상황이 발생했는데, 안타깝게도 입원해계시던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탓에, 큰 (사립)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아주지 않아서, 미처 손을 쓸 틈 없이 돌아가시고 말았다. 당신 자신은 코로나 확진자가 아니었지만, 집단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에 있다는 이유로 심지어 장례식장 찾기도 정말 어려웠다. 공공의료가 아니면 감염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면서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빌며 누군가의 불운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 하늘, 해, 달, 별 아래 지금도 어디서 누군가가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올 여름 동네 어린이도서관에 갔다가 여성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24살)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8살)의 자서전을 읽게 되었다. 말랄라 씨는 머리, 어깨, 목에 총상을 맞고도 살아남았고, 여성의 학교 갈 권리를 위해 노력한다. 그레타 씨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데도, 뛰어난 혜안과 예민하고 민감한 의식을 갖고 행동한다. 정말 배울 점이 많다. 처질 때마다 이들의 힘있는 모습을 떠올려보려 한다. 


오늘의 정리 

플로깅을 짧게 마친 후 그냥 걸은 열흘째날.. 참 오늘은 집게를 갖고 나가서 사용해봤다. 음식물용 집게가 오늘처럼 담배꽁초나 마스크 등의 쓰레기 줍기에 아주 편리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만물상에서 파는 쓰레기집게는 길어서 쓰레기를 집을 때에 허리가 편하긴 하지만, 손잡이 부분이 플라스틱이라서 집을 때 손이 좀 미끄러질 것 같고 손아귀 힘을 받지 못할 것 같다. 플라스틱 손잡이 없는 음식물용 집게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이 잘 들어맞았다. 


인터넷서 파는 쓰레기 집게는 대체로 다 비싸서 처음부터 살 생각이 없었다. 플로깅엔 역시 음식물용 집게다! 오늘의 발견이다. 그런데 음식물용 집게는 대체로 길이가 짧은 편이라서 키가 큰 사람들은 허리가 불편할 수도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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