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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플로거 Mar 31. 2022

재개발과 쓰레기

플로깅 43번째

올겨울부터 한겨울 날씨에도 연립이나 상가 등 건물을 철거하고 기초를 다지는 작업을 하는 광경을 심심찮게 목격하고 있다. 올초 서울시 조례(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조례)가 개정되자 우리 동네에 재개발 환영 플랜카드가 내걸렸다. 조례 개정으로 구도심 내 소규모필지 재건축, 역세권 활성화를 위해 규제가 완화됐다. 또 작년 11월에 개정된 집합건물법에서도 재건축 규정이 완화되어서인지 상가건물도 재건축하는 곳이 늘었다.      


2022년 1월 눈 내리는 날 밤, 동네에 걸린 재건축 환영 현수막


우리 동네를 보면 몇 채 안 남은 단독주택이 주로 헐리고 그 자리에 새 빌라가 세워지는 중이고, 상가건물도 재건축에 들어간 곳이 있다. 그다지 낡아 보이지 않던 5층 규모 동네교회 건물도 어느 날 보니 없어지고 근린생활시설로 재건축하고 있다.      


낮에 짬이 나서 동네 산책했다. 버려진 마스크랑 불법 사채 광고 명함 몇몇 개 쓰레기를 줍다가, 철근 콘크리트 해체 작업 중인 포크레인을 보았다. 문득 궁금했다. 허문 건물에서 나온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건설공사로 인해 건설현장서 발생하는 5톤 이상 폐기물을 ‘건설폐기물’이라 하는데, 보니까 철근 등은 재활용하고, 건설폐기물 중 약 90%를 차지하는 폐콘크리트는 순환골재로 재활용한다. 그런데 순환골재 사용은 공공건설에서만 법률로 의무화되어 있고 민간에서는 의무화는 아닌 것 같다.


폐벽돌, 폐기와, 폐토석, 건설오니(하수진흙같은 것), 폐유리, 폐타일 폐도자기, 폐판넬, 폐목재, 폐합성수지(장판 같은 것), 폐유리섬유, 폐벽지 등 나머지는 수도권매립지 쓰레기장으로 가는 것 같다.  


순환골재 재활용도 보통 만만치는 않은 일 같다. 건설폐기물에 유리 도자기 먼지 고무 플라스틱 등등이 섞여 있어서다. 작년 기사를 보니, 건설폐기물은 수도권매립지 쓰레기 중 58%를 차지한다. 전체 건설폐기물 중에 재활용이 안 되는 비율은 1.1%에 지나지 않아 언뜻 보면 큰 문제가 아닌 듯 보이는데, 수도권매립지 쓰레기장 점유 비율(58%)로 따져보니 큰일인 것 같긴 하다.


동네 상가 건물 해체 작업 중 지나가다 촬영 2022년 2월


올해만 해도 내가 사는 구를 비롯해, 서울시 17개구가 지난해 수도권매립지 반입 총량 초과로 인해 벌칙으로 쓰레기 일시 반입 중단 조치를 받았다. 수도권매립지 쓰레기장에는 건설폐기물(생활잔재폐기물), 생활폐기물(생활쓰레기)이 반입되는데, 정말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양을 감당할 수 없을만큼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 내가 사는 구는 곧 5월에 일주일간 수도권매립지로 쓰레기 반입이 중단될 예정이고, 서울시 6개구는 열흘간 반입이 중지된다.      


쓰레기대란

수도권매립지공사에서는 올해부터 중간처리를 안 한 건설폐기물을 반입금지 조치했다. 작년에 정부에서 수도권쓰레기 매립지를 새로 공모했는데 지원한 지자체가 한 곳도 없었기 때문에, 이 조치를 대체해서 실시했다 한다. 하긴 내가 지자체장이나 의원이라 해도 표가 달려있는데 정부서 아무리 혜택을 준다 한들 소각이나 침출수 등 환경오염 문제가 따라오는 쓰레기 매립지를 선뜻 우리 지역으로 가져오겠다 나서겠나 싶다.


그렇지만 쓰레기는 너무 많고, 매립할 데는 없고... 2026년부터는 수도권매립지에서 생활폐기물을 매립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 알아서 소각시설을 마련해야 하는데, 우리 구만 해도 소각시설예정지 문제를 두고 근처 사는 주민들도 반대하고, 다른 주민들도 찬성 여론이 별로 없다.      


오늘의 정리

이것저것 알아보며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내가 재개발은 물론 쓰레기대란 문제도 참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순환골재, 건설오니, 폐토석, 생활잔재폐기물이란 말도 이글을 쓰며 처음 알게 됐고 수도권매립지가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또 재작년 작년 막대한 쓰레기량으로 인해 수도권에 새 매립지가 필요하지만 결국 무산됐음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머리에 쥐가 난다. 그래도 좀 더 열심히 공부를 해봐야겠다. 동네 쓰레기를 한 두 개 줍는 문제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니까 더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하고 실천하고 그래야겠지.      

새봄은 왔으니까 봄기운 받아서 팍팍!


피어나려는 목련(하늘을 나는 은색 비둘기란 비유를 어느 시에선가 읽었는데,,기억이 안 난다) 올해 서울은 개화가 늦은 편.


..기운차려야 하는데...  어제 2022년 3월 30일 코로나 위중증 환자가 1301명 역대 최대규모. 사망자는 432명으로 역대 두번째 규모이다. 기저질환있는 가족이 확진되고 아파서 마음이 좀 어둡다. 떨어져 살아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같이 살더라도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서로 거리두면서 지내야 하는 건 마찬가지인데..새삼스레 (인류가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로 초래한) 이 인수공통감염질병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를...생각한다.


어쨌든 이제 나는 4월로 간다...


못다한 이야기 하나...

동네 쓰레기터에 한 길냥이가 새로 나타났다. 재개발 구역에서 밀려났나 싶은데, 오랫동안 음식물쓰레기만 먹고 살았는지 사료를 먹지 않는다. 하루는 대낮에 인적이 드물 때 동네 쓰레기터로 와서는 음식물쓰레기를 담은 비닐만 뜯고 있었다. 그 탓에 쓰레기터가 몇 번 음식물 국물로 좀 지저분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이 길냥이만 탓할 수가 없는 게, 몇몇 이웃이 배출요일은 물론 배출시간(일몰 후)을 지키지 않고 음식물쓰레기를 함부로 버려대기 때문이다. (수거가 바로 안 되고 쌓여 있으니까 뜯어먹는 거임) 새 길냥이는 한눈에 척 보기에도 몰골이 말이 아니다. 비쩍 말랐고 털이 듬성듬성 빠져있고 삐뚤빼뚤 걷는다.      


이 길냥이가 계속 우리 동네에 머물지 아니면 다른 동네로 갈지 모르겠다. (이 길냥이 사진을 찍긴 했지만 냥이 상태가 정말 좋지 못해 여기 공개하지 않는다. 길냥이도 인격권에 해당하는 묘격권이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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