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드플로거 Aug 09. 2022

당신의 시간, 나의 시간

플로깅 63번째 

수도권에 물난리가 나서 사람이 8명이 죽고 6명이 실종됐다.(2022년 8월9일 오전까지 집계) 


한강 이남 지역은 침수된 곳이 많은데, 관악구 신사동 빌라 지하에서 살던 40대 여성 자매와 13살 딸이 돌아가시고 말았다. 침수된 빌라에서 신고를 했음에도 제때에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 듯하다. 그리고 40대 여성 자매 중 한 명은 발달장애인이었다고 한다. 아……. 빗물이 들이닥치자 지인한테 신고해달라고 요청하고 지인이 저녁 9시에 신고했다는데…….     




어제 내가 사는 곳에서는 폭우가 간간이 그치기도 했고 뉴스도 전혀 안 보고 있었어서, 한강 이남 쪽에 그리 비가 많이 오는 줄 미처 몰랐다. 어젯밤 빗방울이 잠시 그치자, 나는 달걀 사러 가는 길에, 비에 젖은 마스크 다섯 개를 주웠다. 그리고 이사 간 앞집에서 버린 침대 중 일부(조립가구 중 일부인 듯)가 대형 폐기물 수거 후에도 여전히 위험하게 집앞 쓰레기터에 남아 있어서, 그걸 포장해서 버렸다. 그러고 나니 너무 더워서 늦게까지 문을 연 카페에 가서 좀 쉬다 왔었다.    


못이 남아 있는 침대 일부 쓰레기(좌)  뽁뽁이랑 스티로폼 등을 주워서 침대 일부 쓰레기를 포장할 준비(중앙) 묶어서 잘 포장(우)

  

그 시각 즈음에 돌아가셨을까…….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뉴스다.      


얼마 전에 우연히 잠깐 폭우에 대처하는 재난 공부를 할 때 들었는데, 물이 바닥에 조금만(20㎝)차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20㎝면 한 두 뼘 밖에 안 된다. 그래서 물이 찬다 싶으면 무조건 나와야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강의를 들을 때도 생각했지만, 이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침수가 되고 있는 게 당장 나의 집이라면, 어떻게든 침수가 안 되게 시시각각 차는 물을 한 바가지라도 더 퍼내고 싶지 않을까? 훈련도, 심화학습도 필요한 공부일텐데, 누구나 재난안전교육이나 생활안전교육을 필수로 쉽게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4·16 참사 이후에 한국사회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재난 재해에서 미흡하거나 늑장 대처 때에는 항상 약자가 제일 먼저 희생된다. 그냥 듣고 흘리고 말기에는 마음에 걸린다. 이런 참사를 역대급 폭우 때문이라며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물론 역대급 폭우는 맞다.    


하지만 역대급 폭우는 전지구적 기후위기로 인해 올해 들어서만 해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일어난 일인데, 왜 미리 준비하고 대처하지 못할까? 조금만 괜찮다 싶으면 왜 외양간을 맘대로 풀어놓고 왜 인명을 최우선시하지 않을까?       


오늘 오후에 현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그 참변이 일어난 관악구 빌라 밖에 우산을 받치고 쪼그려 앉아 지하창을 들여다보는 사진을 뉴스로 보았다. (이걸 칭찬하는 언론도 있더라,믿기진 않지만) 누구는 수방 치수 예산을 깎고, 직주혼합 초고층 복합개발 추진에, 누구는 공공재산을 민간에 내다 판다고 하고 또 사양산업 원전에 올인하고 있고……. (더이상 내 입이 아까워) 할말하않?! 


이번 수해로 돌아가신 분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그리고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런 사회밖에 못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뜨거운 여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