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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Feb 02. 2021

          삶의 지렛대

삶의 지렛대 무엇으로 쓸지 각자의 몫이다.

우리는 태생부터 죽음까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다. 가장 최선임을 바로 알 수도 있지만, 지나 봐야 최선인지 알 수 있을 때가 더 많다. 길이 있을지 모르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로 방향을 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고민의 기로에 놓인다.


방향 전환을 언제든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딸린 식구들이 나만 바라본다고 생각되면 더 어려운 일일 테다. 막다른 길에 내몰릴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눈감고 덤빌 수밖에.    


새로운 일에 있어선 솜털 보송보송한 젊은 아빠가 익숙하고 낯익었던 모든 일을 내려놓고 왔다. 새 일을  배워 보고자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이다. 한 번이라도 생각하거나 궁금증을 가져보지 못한 일을 자격증 하나 손에 들었다. 그걸 손에 넣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을 테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제와 달라질 거 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4월 1일 집 가까운 곳에 사무실 오픈하는 걸로 임차를 해 놓은 상태라 한다. 운전면허 따고 도로 연수 나오듯 아는 분의 소개로 우리 사무실까지 연이 닿은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손님과 나이 드신 공인중개사 분들이 찾아오셨더랬다. 35세 젊은 나이에 두 아이(5살, 4살) 아빠가 일 배우러 들어서니 순간 비장함이 묻어 나왔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을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기사처럼  앞으로 나아갈 기대와 설렘과 긴장감이 감돌기까지 하다.  

  

나도 모르게 슬슬 풀렸을 나사 마냥 흐느적거릴 때 단단히 꽉 쪼인 사람을 만난 것이다. 누구나 느끼는 거지만, 시험공부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 거다. 덥석 덤볐다가 한 발을 빼자니 양팔에 안긴 아이들이 눈에 밟혀 멈출 수가 없었단다.    

 

대개 아빠와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가족과 아이들을 생각하면 초인적인 힘이 생기는 것인가. 3월 말에 퇴사를 하고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공인중개사 시험. 10월 시험이 있기까지 수능 때보다 악바리처럼 공부해서 자격증을 취득하셨다 하니. 수험기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한 번씩 덮칠 때면 캄캄한 터널 안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한 갑갑함과 답답함도 많았단다. 어찌 그렇지 않았을까.    


이 나이 먹어도 고민을 거듭하고 선택해도 또 불안해서 답답해지는 것을. 그 이나 아이의 고민을 한 짐 덜고자 했으나 심사숙고하지 못하고 성급함이 한몫하긴 했다. 그래서 부동산을 심리학이라고 했던가. 저지른 일이 나중에 좋아질지 두고 봐야 할 일.

다만, 어깨에 얹힌 무거운 짐 중에 어떤 것을 같이 덜어주고 이고 져줄까.  자금력, 직주근접 둘 다 만족이면 좋겠지만, 나이를 고려해 자금력 덜어줌을 택한 것이고.


좋아하고 기뻐해야 할 일에 일어나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거다. 이미 벌어졌고 결정된 일 최선의 방법을 찾아나가면 헤쳐 나갈 문이 있을 것이다.     

   

티베트의 속담에 나오는 것처럼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젊은 애기 아빠만큼이야 더한 걱정일까. 이론과 현장 실무의 크고 작은 간극. 앞으로 일어날 일이 어디로 튀고 벌어질지 그 아무도 모름이다. 젊다고 재산이 많다고 넘어져도 벌떡 일어설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좋을까.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건 종이 양면과 같아 어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가슴이 퉁퉁 널뛰기를 할 수 있다.    


존재하지도 않는 기준을 만들어 이만큼 이만큼 하다 보면 개구리 엄마처럼 배가 빵 터져버릴지도 모른다.

직업을 가진 것에

아이들이 각자 자기 자리를 잘 찾아감에

집을 가진 것에

부모님이 항상 우리를 잘 챙겨줌에

지금 가진 것만도 충분히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젊은 애기 아빠와 일주일을 같이 지낼 텐데, 큰 다짐과 도전에 힘이 되는 시간이길. 또한 그 길이 뒤돌아봐도 최선의 선택이었기를. 나에게도 울 젊은 애기 둘 아빠에게도.


만약 아니라면 조금 돌아가면 될 테고. 더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삶의 지렛대, 웃음을 쓸 지

울음을 쓸 지, 인상 찌푸림으로 쓸 것인지는 각자의 몫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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