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처럼 일어설 사랑에너지 충전 중

사랑에너지 택배 상자에 꾹꾹 눌러 보내왔다.

by 서비휘

웃음이 났다. 불과 10분 전 나의 민첩했던 행동이 생각나서.


토요일 오후 6시! 평일과 다름없는 퇴근시간 30분이 남았구나. 오후 시간, 사무실 혼자 있다 보니 칼 퇴근은 어렵겠군! 생각하는 찰나, 태릉역 근처 잘 아는 부동산 대표님께서 방 3개 좋은 전세물건이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낮 시간, 네이버 광고 보고 전세 물건을 보고자 했던 젊은 부부의 전화를 받았었나 보다. 계약서 작성 중이라 끝내고, 물건을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알려드리기로 했던 걸 깜박하셨다. 기다리다 다시 연락을 취했을 땐 한 발 늦었다.

방 2개에 비해 거실이 엄청 컸던 평범치 않던 집이라 지금까지 나가지 않고 잘 있던 그 집이 계약이 돼 버렸다는 거였다.

오늘 계약서 작성과 프랜차이즈 카페 차릴 상가 상담이 줄줄이 이어졌던 터라 사무실을 찾는 의뢰인 분들의 일을 처리하고 연락드린다는 게 잊어버렸던 거. 내가 저지른 깜박증이었음 화장실 가서 내 머리통을 몇 번이고 쥐어박을 일이었는데...... 다른 분들은 그럴 때 어떻게 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 집을 보여줬더라면 맘에 들어했을지 알 수 없다. 연락을 취하지 못해 일단 볼 기회를 못 드린 것에 미안한 맘이 있었던 터에 반가운 전세 물건의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단숨에 낮 시간 연락 주셨던 의뢰인께 전화를 드리니 다행히 태릉역 근처에 계신다는 거다. 10분 후 만나자는 약속을 정하고, 지하철로 한 정거장 되는 거리를 물 찬 제비처럼 날다 뛰다시피 건너갔다.

어제와는 정말 다르게 확 풀린 봄 향기 날아든 날, 아침에 무심코 입고 나간 패딩 잠바가 두터워 등에 땀이 나는 것도 즐거웠다. 퇴근 시간 물리긴 해도 의뢰인 분이 계셨고, 찾으시는 귀한 전세 물건이 나왔으니 한달음에 달려가며 기뻤던 거다.


도착해서 부동산 대표님께서 안내해 주신 곳은 상가주택의 3층 건물에 1층이 삼겹살 고깃집이었다. 창문 열어 놓은 3층까지 냄새가 날아들었다. 어쩌다 한두 번 맛있는 고기 냄새라면 모를까, 허구한 날 올라오는 고기 냄새 썩 달갑지 않은 환경조건이다.

집 안은 방도 널찍하고, 거실도 넓어 좋았지만, 주차공간도 따로 없다는 이유로 탈락이었다.

뛰고 날다시피 바삐 갔던 곳에서 성사가 되었더라면 발걸음은 통통 가벼웠으려나. 돌아오는 발걸음이 터덜터덜 힘 빠지게 걷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몇 분간의 어이없이 날렵했던 내가 생각나 웃음이 났고.

터벅터벅 걸어 집에 와서 보니 김영순 여사님, 시엄니께서 택배 상자 가득 사랑 에너지를 꾹꾹 눌러 담아 보내셨다.

꾸덕꾸덕 말린 생선, 양지바른 텃밭에서 키워 올린 봄동과 시금치, 지난봄 쪼그리고 앉아 뜯었을 쑥으로 만든 꽁꽁 얼린 쑥떡, 사과, 배, 무 등....

힘 빠졌을 것을 미리 알기라도 하듯 다시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설 수 있는 사랑에너지 충전 땅이다.

낼 있을 여러 시간 교육이 잡혀 있다. 지치지 않고 새로운 정보 배우러 갈 밀레의 그림 속 만종의 아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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