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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Mar 09. 2021

오~~내사랑 목련화야!!

설레고 들뜬 맘으로 내 사랑을 기다린다.

'아우, 털옷은 정말 덥다니까.'

목 끝까지 지퍼로 잠가 놓은 듯 빈틈없어 바람 한 점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아직은 안 돼~요.'

외투를 벗어도 속에 또 털이 복슬복슬한 외투를 껴입혀 놓았는데 안심을 할 수가 없는 거다. 감기뿐만 아니라 뽀얀 얼굴로 해맑게 웃으며 나왔다가 한 순간에 얼어 버려 푹 주저앉을까 봐 단도리를 하고 또 하는 것이다.    


어느 해였던가. 밝고 따스한 햇살이 온몸을 간질였다. 두터운 철갑 옷 속에 들어앉아 있으니 좀이 쑤셨다.

'이제 겨울 따윈 저 멀리 가 버렸다구. 더 이상의 겨울 외투 따윈 필요 없어.'

큰소리치듯 벗어던져버렸다.

돌돌 말린 우유빛깔 속살이 살짝 내보이는 볼에 봄바람이 살랑이며 와 닿았다. 부드러웠다.     

오후가 되자, 봄 햇살은 어디로 가버렸나. 구름 낮게 내려앉고 한순간에 어둑어둑해졌다. 비라도 오려나.

그 순간, 꽃잎인가 한 잎 한 잎 날리는 게 보였다. 반가웠다.

꽃잎이 더 가까이 다가오길 바랐다. 살포시 내려앉는데, 내 몸이 소스라치게 떨렸다. 차가움으로.


꽃잎 닮은꼴 눈발이었던 거다. 잠깐 내리다 말았어야 했거늘, 내 얼굴이 파묻힐 만큼 많이 많이 내려앉았다. 떨리다 못해 온 몸이 얼어붙어 나 죽었소. 겨울에만  눈이 온다고? 믿어서는 안 될 말이었다.    


그 해 봄엔 성급한 내 성질로 뽀얀 얼굴 한 번 피워보지 못하고, 온 얼굴에 동상이 걸려버렸다. 학습효과라고 하지 않던가. 그 후론 조심스러워졌다. 어지간한 따스함으로 간지럼을 태워도 중무장한 몸을 무장해제시키지 않았다.  따스함 여러 날 계속되지 않으면 난 빼꼼 얼굴을 내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꼴이 된 것이다. 성급하게 서둘지 않고, 조심하고 신중해서 나쁠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 딱 맞았다.    

 

오늘, 내일 중에 내 얼굴을 내 보일 작정이다. 뚜두둑 갑옷만큼 두터운 털옷을 벗어던지고,

쨘~~~~

 “나란 아이? 우아하고 아름답고 고귀한 목련이야!”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길 잡이 목련화는

새 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 내 사랑 목련화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순결하게 그대처럼 강인하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라!

그대처럼 우아하게 그대처럼 향기롭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

오 내 사랑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라.”    


몇십 년 전 단발머리 여중생은 음악시간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를 때의 기억으로  테너 박인수 님이 부르는 목련화를 들으며 이 상쾌한 아침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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