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은 택배 아저씨가 준다는 쪼꼬미들처럼 밥반찬은 마트가 주는 거 같다.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집 앞에 놓이는 걸 난 마트에 가서 두리번거린다. 누르는 것보다 직접 가는 가는 것이 간편 방법이라고 여기는 듯.
무슨 반찬이 좋을까, 오늘 저녁은 뭘로 해 먹을까 살짝 고민하지만, 손에 들리는 건 늘 사는 거다. 두부, 콩나물, 계란... 대파는 한 단 집어 들다가 도로 놓았다. 3 뿌리 한 단으로 가격은 오천 원. 전에 풍성한 한 단 값을 생각하면 장바구니에 담을 수 없는 거다.
지난겨울, 우연히 뿌리 달린 미나리단을 샀다가 잘린 뿌리 부분을 버리지 않고 물에 담근 것이 신의 한 수였다. 하루 이틀 지나니 남은 줄기 밑동에서 쏙쏙 튀어나오듯 이파리를 펼쳐 보이니 집 안이 싱싱해졌다. 추운 겨울, 싱싱 딸기 베물듯 초록이 주는 쉼이 있었고, 여유가 절로 생겼었다.
그 후, 늘 그리웠다. 초여름 오기 전
두 눈이 시원해지는 싱그러움이 새 힘을 불어넣는 활력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트에 들릴 때면 뿌리 달린 미나리를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시들어가는 미나리단이 보인다. 댕강 잘린 줄기 밑에 뿌리가 덜 잘려 쬐금 남았다. 두 단을 집어 들었다. 이번엔 이파리가 나오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지난겨울, 집 안의 싱싱함을 선물했던 게 생각나서 밑동 부분을 잘라 질그릇에 담가 두었다.
지난겨울 온전한 뿌리가 있던 미나리 밑동은 하루 이틀 지나자, 달리기 선상에 선수들 호루라기, 총소리 들은 마냥 일제히 밀고 올라왔는데... 이번엔 짐작대로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밭에서 여러 번 밀어 올리고 또 올렸을 줄기가 뿌리 없이 줄기와 이파리를 내보이기는 쉽지 않은 거였다.
바쁜 생활에 내다 버릴 시간조차 없던 어느 날, 한 줄기가 삐죽 올라와 있다.
“어어어 다 말라가는데, 역쉬~ 어떤 환경에도 살 놈은 사는구나!”
정말 이파리 나오기는 누가 봐도 불가능에 가까워 그 녀석 참 대단하다 싶었다. 한 녀석이 생명을 보였으니 버릴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