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족들 모두 건강하세요.
아침 출근해서 자리에 앉으니 가족 톡방에 그이가 보낸 톡 하나가 도착했다.
[OOO 모친 OOO님께서 숙환으로 2020.3.30. 일 별세하셨기에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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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무슨 이유인지 한 번도 뵌 적이 없던 분. 집안 행사에 나온 적 없고 전해 들은 소식 없던 분이라 그런 건가, 내 감정이 메말라 그런 건가.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 감정이 일지 않는 사실이 놀라웠다.
결혼 초, 시어머님과 함께 뱅뱅이를 돌며 집 안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러 다닐 때다. 작은 시외삼촌이 연 캐서 파는 일을 하셨던 분이고, 때마침 연 캘 시기라 일하고 계시는 현장으로 인사를 드리러 가게 되었다.
뻘밭의 연을 캐내는 체험 삶의 현장. 곡괭이로 연 주변의 진흙을 파내고 보물 캐내듯 살살 다루고 계셨다. 찍히거나 중간에 잘리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니 돈사는 일이라 신중을 기해야 했다. 처음 해보는 것이고, 아름답고 고귀한 연꽃 밑의 뿌리를 캐내서 먹는다는 게 마냥 신기하고 재밌었던 기억. 그때도 작은 외숙모님은 뵙지 못했었다.
그이 혼자 반차를 쓰고 대구 장례식장엘 다녀왔다. 시어머님을 비롯한 온 가족을 만나고 온 신랑은 주절주절 얘기하지 않았고, 묻는 말에만 대답을 하고 있다.
8년 전 치매가 와서 요양병원에 계셨는데, 마루만 닦는 치매를 오래 앓다 돌아가셨다는 거. 친척들을 만나보니 장례식장엘 갈 일이 앞으로 많겠다고 말한다. 시이모님은 자주 뵙던 분이셨는데, 시이모부님과 함께 치매로 요양병원에 가 계신다는 거다. 마지막 만남의 기억이 생생해서 그런지 믿기지가 않다.
치매를 앓는 어르신들이 많아졌다더니. 가까운 주변 사람이 앓는 얘기만 들어 봐도 남의 일이 아닌 듯하다. 기억 안 나거나 못하는 일이 생길 때면, 쉽게 말하지 않는가.
'나 치맨 가봐.'
앓는 가족이 있을 땐 그것을 지켜보는 남은 가족이 힘들다고 하던데. 나와 가족들, 많은 사람들이 치매를 앓지 않도록 늘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기억을 해내는 일을 하다 보면 조금 먼 이야기일 수 있으려나.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잠시 잊고 지내던 기억 속 시댁 어르신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그 많은 가족 친지들 속에 유난히 떠오르는 가족이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제일 큰 시외삼촌과 잘 살아가고 있는 그 자녀들이.
따님들과 아드님들 선하고 인자하게 웃는 모습이 마음에 남았다. 그이한테 형과 누나가 되는 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직하고 선하고 어질어 보는 것만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시댁 식구라고 다 못 볼 사람이 아닌 거다.
어진 성품을 가진 사람은 얼굴에도 드러나는 법. 원뿌리는 하나여도 그 가족 구성원의 삶이 어떠냐에 따라 얼굴에서 묻어나는 표정도 달라지는 것인가 보다.
바쁘다는 이유로 바삐 산다는 이유들로 평소 생각도 못하고 살고 있는 친척 분들 건강하게 지냈으면 하고, 어질디 어진 얼굴 곳곳에서 묻어나는 그 외사촌 형, 누나들 표정처럼 선함이 묻어 나왔으면.
얼굴도 모르는 [시외숙모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