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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Apr 05. 2021

필요치 않은 날씨 없듯 모두가 필요한 사람들.

필요치 않은 사람이 없다.

한밤 중 자다 잠깐 잠이 깰 때면 몇 시나 됐나, 안 본 사이 무슨 연락이 온 게 없나 확인하는 곳이 어느 순간 휴대폰이 되어버렸다. 시계의 역할도 소식을 전하는 소식통도 된 셈이다.


두 눈을 찌푸리며 껌껌함 속에서 벽시계를 확인하고 화장실 다녀오던 시절과 우편함을 뒤적이며 오늘 오기로 했는데...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어쩌다 집 전화기 붙들고 통화하지 않으면 깜깜이던 때도 있었는데, 라떼는 말이야가 되어버렸다.    


잠깐 한눈 팔 때나 일하느라 잘 못 본 사이 휴대폰 여러 방들의 빨간 동그라미 숫자 불이 켜졌다.    

얼굴 알고 평소 만나던 사람들이 만든 방이 대부분.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의 방향성을 잡고 고민 한 뭉치 안은 사람들이 모여 ‘으샤 으샤 으라차차!!’ 응원하는 방들도 있게 되었다.     


이미 알고 만났던 사람이야 직접 보면서 말투와 매무새로 햇살인지 바람이나 달, 별인지 대충 안다. 본 적 없는 사람들도 마주한 듯 몇 마디 말이나 글에서 보이는 게 신기할 뿐.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의 분위기 싹 바꿔주는 바람 같은, 반짝이는 청사초롱처럼 생각이 돋보이는 별빛 같은, 툭툭 던지는 말마다 따스함에 마음 문 활짝 열게 되는 햇살 같은, 있는 듯 없는 은은한 달빛 같은 사람 사람들.    

매일 변화 속에 온도차 보이고, 들쭉날쭉하다가 그들이 가진 고유성으로 곧 돌아와 있는.     

그동안 멀리 있는 다른 이들만 생각해 보았다는 걸. 제일 가까이 살고 있는 가족 톡방의 사람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이번 기회에 쭈욱 둘러보았다.    


늘 봄 햇살같이 적당한 빛으로 그이가 든든히 비쳐주고, 달빛처럼 은은하다 냉철한 찬바람 불어주는 따닝, 따끔따끔 가을 햇살 같은 아드닝.

폭풍우 일으켰다 급기야 태풍으로 온 집안을 쏴하게 뒤죽박죽 만들었던 내가 들어있는 가족 톡방. 지금이야 일정한 거리 유지에서 각자 고유성을 쏘아대도 크게 영향을 받지도 주지도 않는다. 존재로 감사하고 잘 지내고 있음에 고마움을 느껴주면 다행. 요즘은 그것마저 고요히 찰랑이며 부는 바닷가를 연상케 하는 날이 되고 있다.  

  

매일 다양한 날씨를 보여주는 나날처럼 톡 방의 우리 사람을 생각해 보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햇살 같은, 밤하늘 별, 달빛 같은. 추적추적 봄비나 여름날 소나기 같은, 살랑살랑 부는 바람 때론 태풍 휘몰아칠 듯 거친 바람 같은 이가 함께 있어야 다채로운 삶의 빛깔을 내보일 거 같은 거다.    


 매일매일 다른 날씨 같은 삶의 순간을. 삶의 모양도 다양하게 불리고 늘리고 팽창하는 만큼 마음 공간을 늘리는 작업인 듯. 우리 톡방에서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어 좀 더 하루가 쫀쫀하게 짜여 나가고 있는 듯하다.   

 

비같이 구름같이 바람같이 햇살같이 가까이 하기 너무 뜨거운 강렬한 햇볕 같은 사람 가끔 흉내도 내보며 모두 어울렁 더울렁 만나지 못하고 있는 이 때. 고유 빛깔 잃지 않으며 내 틀에 갇힌 편견, 고정관념,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나아가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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