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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May 23. 2021

[소망 할머니의 별별 싱싱 마트]

주말 농장 잘 운영해 주셔서 이런 행복 누립니다^^*

지금은 드넓은 하늘이  잘 보이는 높은 층에 살고 있다. 가끔씩  땅을 밟아 몸의 밸런스를 맞춰야  햘 때 즈음, 우리는 주말농장으로 향한다.


집에서 출발하면 태릉역 근처 있는 육사와 별내를 지나 남양주 어디메쯤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농장이 있는 것이다.     


낮은 산이 빙 둘러있는 3305m2가  넘는 텃밭을 잘게 나눠 1년씩 재계약하며 농사짓는 초보 농사꾼의 손길이 닿아 있는 곳.

전날 비가 와서인지 땅은 촉촉이 젖어있고, 초입부터 초록 이파리 위에 이슬은 아직 잠들어 있다. 깰까 봐 조심조심 다가와 사진에 담느라 찰칵!! 소리를 내도 깨나지 않는다. 전날 비랑 노느라 지칠 만도 했을 테지.    

고개 드니 새소리 맑고 오월의 진한 푸르름에 눈이 시원해진다. 긴장과 걱정으로 칭칭 감겨있던 맘까지 편안해지는 순간이다. 내가 사방에 눈길 주며 인사 나누는 사이 녀석들 일주일 사이 얼만큼 자랐나 싶어 그이 발걸음이 바빠 보인다.     


뒤따르며 이 곳 저곳 둘러보느라 멀지 않은 텃밭까지 거리마저 벌어진다. 작은 것부터 둘의 생각차가 있는 거다. 그이는 목적지 있으면 옆이든 뒤든 눈길 안 주고 그곳으로 직진. 그에 반해 언제든 도착할 테고, 가는 길에 눈길과 맘 끄는 데, 잠시 머물다 가면 얼마나 좋아(?) 가야 할 곳 있다면 검색해 보고 미리 계획하에 움직이는 그이와 오며 가며 낯선 곳 있으면 들렀다 갔으면 하는 것.   

  

그이는 녀석들과 만나자마자 호미랑 작은 삽을 들고 옥수수 옆 무성히 자란 풀을 제거해 주고 있다. 씨앗 뿌리고 모종 심은 지  달 지나는 동안 정말 많이 자랐다. 나 또한 땅심을 받아 자란 녀석들이 대견해 쪼그리고 앉았다. 보들보들 만지는 느낌이 참 좋다. 하늘심을 더 많이 받고 사는 우리는 땅심 받은 녀석들에게 큰 힘을 얻고 있는 중.    


이번엔 쑥갓이 문지기 역할하는구나. 작년엔 토란대 2곳이 나란히 대문 역할했었는데...

쑥갓 뒤 당근, 씨앗 뿌린 상추, 열무, 고추, 모종 상추, 감자, 가지, 방울토마토, 깻잎, 케일, 옥수수 등 우리가 가꾸는 13m2 남짓 텃밭에 절기 맞는 때 맞춰 품어진 녀석들.   

 

쑥갓과 상추, 열무 수확하기 전, 3305m2 넘는 텃밭에 담긴 녀석들 구경에 나섰다. 오이와 수박 심은 곳도 있고, 농사 오래 지으신 밀짚모자 쓰신 분 땅두릅, 명이나물, 완두콩, 강낭콩, 메주콩 등 비슷한 크기의 땅 속에 기르는 품종은 집집마다 가지가지 달랐다.   

 

부지런한 농장주 어르신, 텃밭 주인들 기척 듣고 반가운 맘에 뛰듯 나오신다. 농사 1도 모르셨다는. 농대 나온 남편의 노후에 농장 갖고 싶어 하는 소원 따라 20년 전 이 시골 짝에 들어오셨다며. 남편 분 몇 년 전 돌아가셔 농사에 관한 걸 아직도 배우는 중이며 텃밭에 오는 초보 농사꾼 가르쳐 주는 걸 보람으로 아시는 분.

남매 키워 출가시키고 [소망 할머니의 별별 싱싱 마트] 같은 곳에 혼자 살고 계신 거다.    



“아니나 다를까 열무 다 뽑아가지 않고 솎아갈 거 같아 쫓아 나왔어요.”

 한꺼번에 다 뽑으면 넘 많아서 조금만 뽑아가려 했단 걸 어찌 아시고. 담 주면 꽃대 올라오고 넘 세져 맛이 없어지니 연하고 부드러울 때 다 뽑아 가면 안성맞춤일 거라고 하신다.

 

“이리 와 보슈~~~.”

일하기 전 귀한 거 보여줄 거 있다며 따라와 보라신다.

이 텃밭에 심어져 있는 초록 보물 말고 더 귀한 것이 무엇일까(?) 졸래졸래 따라갔다. 여러 해 텃밭에서 주말농사짓고 계신 완두콩 아저씨도 같이 와 보라고 하신다. 아저씨도 하시던 일손 멈추고 얼른 오셨다.

무엇을 보여줄까 궁금증에 목을 빼고 있는데, 김치통을 꺼내 오신다. 뚜껑을 열어 보이며 젓가락을 쥐어주며 얼갈이 열무김치 이리 담으면 된다시며 먹어보라고 하신다. 시원하고 심심한 게 꽁보리밥 해서 비벼먹으면 꿀맛일 듯 입맛을 계속 다시게 했다.    

텃밭 둘러보며 씨와 모종 심은 뒤 끊임없이 가꾸는 곳과 한 번 뿌리고 심고 난 뒤 무관심한 곳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여 주셨다. 한눈에 봐도 관심받고 있는 밭의 위풍당당함이 느껴졌다.

방울토마토 심어놓고 지지대 세워둔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지지대는 지지대대로 방울토마토는 땅을 기어가듯 수그리고 있는 거였다. 덩굴손이라도 있으면 지지대를 휘감고 올라갈 텐데, 토마토 줄기는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해 보였다. 알이 탱탱하게 잘 열게 하려면 본가지를 둔 채 새순 돋는 건 따 주는 게 좋다고 덧붙여 주신다. 열리는 알알이 그대로 둔다면 알이 자잘해서 실하지 않다는 거.    

커가는 중에도 흙을 포슬포슬하게 땅을 뒤집어주는 것 또한 튼실한 열매 맺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셨다. 어르신과 하는 얘기를 텃밭도 들었을 텐데... 지난 4월 초 씨앗 심은 옥수수 싹이 트지 않아 모종 시장 갔다가 비닐하우스 안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싹 틔우는 걸 보게 됐었다. 음악 들으며 기분 좋게 싹 틔웠을 이들 앞에서 부지런한 주인과 게으른 주인의 얘길 듣고 속상해하며 기분 상해하지 않았을까 염려되는 맘도 있었다.

  

이게 어디 열매 맺는 식물에만 해당될까 싶은 거다.

아이들도 낳아만 놓고 돌보지 않는다면 두말하면 잔소리. 적당한 시기마다 필요한 관심과 손길.  간섭 아닌 관심의 끈 놓쳐서는 안 됨을 다시 한번 맘에 꾸욱 눌러 담았다.   

 

연할 때 죄다 뽑으라는 어르신의  말씀 받들어 열무를 쏘옥쏙 뽑아 올리는데, 생명체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더듬이를 길게 쭈욱 뽑아 올리는 걸 봐서 달팽이 녀석이 분명하다.

'어쭈구리 집도 있네. 나보다 더 부자일세.'

독채를 캠핑카처럼 지고 다니고 있으니... 애벌레였음 열무고 상추고를 떠나 냅다 집어던지며 한바탕 호들갑을 떨고 남았을 텐데, 집 있는 달팽이는 왠지 있어 보여서인가(?) 텃밭에 남은 이파리 위에 두 마리를 올려주었다.

   

또 다른 달팽이 네 마리가 열무 잎에 붙어 집까지 붙어올 줄이야!!  통 속에 넣어주고 살던 곳의 이파리를 넣어주었다. 양파망으로 덮어 일주일은 같이 지내야 한다. 네 마리의 먹성 좋고, 똥도 잘 싸는데 수확량도 든든히 있으니 많이 많이 먹고 자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두 아이들이 어렸을 때였나. 달팽이를 키운 적이 있다. 그땐 달팽이의 크기도 엄청나서 고요한 밤 사각사각 이파리 갉아먹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 신기했다. 초록 잎을 먹으면 초록 똥, 당근을 갉아먹고 나면 주황색 똥 누며 우리들의 두 눈을 반짝이게 했던 녀석들. 어느 날 아파트 화단으로 되돌려 보내며 작별을 했던 기억이다.

이번엔 그들이 살던 텃밭으로 되돌려줘야지. 그동안 울 집에서  잘 먹고 자고 기어 다니며 잘 지내길.    


두 달 가까이 그이의 발걸음과 손길로 잘 자란 초록 이파리들 푸짐한 저녁밥상 가족들 모두 둘러앉게 했다. 열무는 갖은양념 품어  숙성의 시간으로 돌입했고.

그 음식 달고 감사하게 잘 먹을 우리들의 시간은 한층 무르 익어 더 좋은 에너지와 힘으로 발산될 것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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