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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May 31. 2021

북 잡스몰 2.0이여~ 꾸준하라!!

스몰해빛 챌린지의 부화

한 때 내 삶의 한 부분을 크게 차지했던 일 중 한 가지. 긴장으로 칭칭 감긴 몸을 스르르 풀고 다시 걸어가고 달릴 준비로 온 몸을 재정비하기 위한 의식이랄까. 집에서 가까운 깨끗하고 조그마한 사우나 가길 좋아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체온보다 좀 더 따끈한 온탕에 들어가면 세상 근심 물에 녹아든 듯. 새로운 맘과 결심 들어앉을 자리 빈 공간 생긴 듯 몸이 헐거워지는 느낌이 아주 좋은 거다.


그 빈 맘 자리에 휙휙 날아들듯 한 문장이 파고들 때면 유레카! 란 말이 절로 나오곤 한다.

그 첫 문장이 세포분열이라도 하듯 생각의 꼬리를 물고 뻗어나가는 느낌과 함께 물속을 천천히 거닌다.    


그러다가 그 생각을 이어가기 위해 찜질방 한 구석에 가만히 앉아있거나 사람이 없을 땐 큰 대자로 드러누워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할 때면 내 세상이다. 건식, 습식, 소금 방 3개 정도의 방 중 자기 취향에 맞는 방이 있고. 방 안 온도나 크기, 방 안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분위기 등. 그 한정된 작은 공간에서 끼리끼리 모여드는 특징이 나타나고 자연스레 어울릴 만 곳으로 모여드는 것은 누구나 그러할 듯.    


하루 종일 말을 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니 휴식을 취하는 시간만큼 조용하게 휙휙 날아드는 맘 소리를 듣는 시간이 좋았다. 그러다 세상 돌아가는 어떤 이들의 거침없는 입담에 웃기도 하고 같이 호응하며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이어가기도 하는 동안 정이 들었나.

   

매일 또는 매주 일정한 시간 지속적인 만남으로  자연스럽게 친숙하고 친밀해져 시간 되는 언니나 동생들은 점심과 차를 마시기도 하는데, 평일 점심식사 시간을 내지 못한 나는 아등바등 사는데 급급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따숩고 다정하기까지 한 언니와 동생의 배려로 조금 진출한 게 휴일 아침, 동네에서 벗어난 이름 있는 대형 사우나엘 가서 스포츠마사지도 받고, 동네에선 경험하기 힘든 대형 소금방에서 노닐며 까르르 깔깔 생각만 해도 즐거운 시간. 

그런 인연 이어가길 10년도 넘게. 오래 살았던 송파에서 지금 사는 노원으로 이사를 온 후에도 만남을 잇다가 코로나로 통 만나질 못하고 있다.    


그때만큼 때때로 그 이상의  알맞고 적당한 온도만큼 찜질방 버금가는 방을 온라인에서 만난 거다.    

찜질방에서 만났던 언니만큼 따뜻하게 감싸 안는 린토 님이 이끄는 스몰 해빗 챌린지!!


말 그대로 아주 작은 습관을 이어가고 다다르지 못할 큰 계획이 아닌 스몰스텝이다 보니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고. 그러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성취의 경험이 쌓여 몸에 밴 습관으로 자리 잡을 테고. 결국엔 꽤 괜찮은 사람으로 변모해 나가는 자신의 모습과 마주 할 수 있다는 거.  

   

스물 남짓 모인 방에 80년대 생부터 60년대 생의 전국망 모인 이들. 각자 삶의 터전에서 성장, 성공, 나눔, 지지, 공감. 사랑의 열망으로 똘똘 뭉친. 

꼬맹이들 장난감 부서질 만큼 탁 던져도 망가지기는커녕 온몸을 자유자재로 변신 가능한 공룡알처럼. 

   

누군가 아이디어 툭 던지면 상대에게 도달 전 번뜩이며 반짝반짝 빛나는 솔루션을 쏟아내는 통에. 

변신 가능한 멤버들의 재주와 끼, 배꼽 잡을 유머까지 겸비한 지성과 감성에 감탄과 감동으로 이어져

우와~! 와우~! 이~~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던 나날이었다.    


삶의 어떤 문제나 걱정과 고민거리 등 큰 보따리 풀어놓으면 각자 취했던 해결방법 내어주며 우울하고 눈물 펑펑 쏟아낼 만큼 속상한 일도 토닥이며 위로하고 공감하며 이내  빙그레  웃음 지을 수 있는 해결점이 어찌나 지혜로운지. 난 나이만 먹었지 젊은 친구들에게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구나 느낄 때가 많았음을.    


현명하고 지혜로운 멤버들이 추진 실행방 북 잡스몰 2.0을 뚝딱뚝딱 만들더니 이사를 간다는 공지와 함께 어느 사이 모두 떠나갔다. 몇 남지 않은 이는 아쉬움에 나가기를 차마 누르지 못하고.    


휴일 날, 집 근처 있는 태릉을 한 바퀴 도는데, 톡이 울린다.  땀을 뻘뻘 흘리며 너른 마당 잔디를 한창 깎고 계신 걸 물끄러미 바라보며. 풀로 태어난 삶, 제 살을 깎아대니 풀 비린내에 눈물이 흐르는 것처럼 묻어갔다.


우리 스몰 햇빛 챌린지의 멤버 중  온돌방의 소유자 지별님. 부메랑 1기 멤버로 만날 때부터 알아챘지만, 늘 변함이 없는 예쁜 사람. 아쉬운 맘을 긴 톡 문장에 남기고 나가버리셨다. 천천히 태릉 주변 숲 속을 거니는데, 가슴이 찡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서로 줌을 통하여 얼굴은 알고 있지만, 실제 만나지 못한 이가 어찌 이리 맘을 꿰뚫고 있는지...

몇십 년을 함께 산 식구들 이상으로 깊은 맘을 읽어내고 있다. 우와 놀라워라!    


아쉬움에 얼른 린토 님이 주신 톡방 초대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원래 있던 방에 대한 미련 버리지 못하고 괜히 망설이게 된다. 이러다가 잽싸게 움직이고 실행하는 그들이 북 잡스몰 2.0을 벗어나 3.0으로 날아가 버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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