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비휘 May 26. 2021

지휘자 안두현의 컬러 색으로 음악을 말하다.

라이트 옐로 로맨틱의 은은함


브런치 작가인 덕분일까. 브. 런. 치란 세 글자를 마주하면 친근감이 느껴져 다시 한번 더 보게 된다. 길가다 무심코 플래카드에 쓰인 브런치 커피나 콘서트 등 광고를 보게 되어도 그렇고.   

  

오월, 병원을 드나들며 검사와 수술로 보내고 실밥 풀고 나오며 보던 날은 조용히 맘을 갈무리하기 좋을 기회였다. 여유와 공감 같은 느낌처럼 느린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브런치 카페와 브런치 콘서트.    

사진 속 지휘자 모습이 순한 듯 날렵한 눈빛에 이끌렸다. [안두현의 컬러 색으로 음악을 말하다]에 가고 싶어 졌다. 평일 오전 여유 부리며 장르 불문 좋아하는 음악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짐에 맘이 벌렁대며 설레기까지 했다.     


외출 준비하는 동안, 아침 일찍 투두둑 내리던 비와 먹구름 싸악 걷히더니 이내 맑고 드높은 하늘에 바람까지 살랑거렸다.    

이런 날 브런치 콘서트의 현장이라 맘은 초록빛에 은은한 핑크빛으로 가득 물들었다. 학생을 데리고 온 젊은 엄마도 있고, 멋스럽게 나이 드신 어머님들이 주요 관객이었다. 이런 고급 진 분위기를 누리는 문화 공감의 시간을 누리는 건 자기 선택일 텐데, 탁월한 자기감정정화와 맘의 때를 벗겨낼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음악에는 수많은 색채들이 스며들어 있다. 그리고 악기와 연주자에 따라 음악이 가진 색은 스펙트럼 같은 역동성을 지닌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진행으로 무장한 지휘자 안두현과 최고 실력을 갖춘 연주자들이 모이면 음악은 어떤 모습과 색으로 변화할까?

‘지휘자 안두현의 컬러’에서 관객들이 음악을 통해 다양한 색채를 느낄 수 있다.”


기획자 분은 이런 느낌을 전하고자 했단다. 공연을 보고 난 후 들여다본 글귀이다. 갖춰진 틀을 벗어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안겨 주고픈 기획의도를 얼만큼 내가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지만. 


온몸 가득 감돌았던 감성 충만한 느낌 가득한 시간.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브런치 공연장에선 테너와 하피스트의 공연과 연주가 진행될 때 사이사이 곡 해설과 진행 역할을 해 주셨다.


첫 곡으로 피아노 연주에 맞춰 이명현 테너님의 베토벤 lch Liebe Dich(그대를 사랑해) 

연둣빛 말랑말랑 밝은 얼굴로 관객과 눈 맞추듯 노래 부르니 우리는 두 손을 가슴 높이에서 맞잡고 사랑의 세레나데를 받아들이듯 설레어했다.


유희열을 벤치마킹했다며 의자 2개를 놓고 관객의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한 토크를 이어갔다.    


지휘자 질문 1) 성악가들은 소리를 낼 때 오~~ 울리듯  부르는 이유가 있을까요?

테너 이명현 님 :마이크를 써서 부르면 예쁜 소리가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야 하지만, 오페라는 마이크 없이 불러야 하기에 멀리까지 소리가 울리게 해야 합니다. 복식호흡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발성이 잘 되게 하려면 숨을 잘 쉬어야 하는 데요, 배로 숨을 쉬는 걸 쉽게 설명하면 배가 풍선이라고 생각하고 물을 따르듯 부풀리고 소리를 뱉을 땐 치약을 밑에서 알뜰히 짜 올리듯 생각하면 쉽답니다. 지휘자를 90도로 수그리게 하고 허리 부분을 만져보면 배 부분이 부풀어지듯 숨을 쉬어야 합니다.     

지휘자분은 예정에 없던 것을 하고 있다며 관객에게 쉬운 설명과 해설이라면 이 한 몸 기꺼이 시범자가 되어주리라 맘 자세로 임해 주시는 듯했다.    


지휘자 질문 2) 오페라는 보통 2~3시간 스토리를 중심으로 노래를 부르는데요, 배역 맡은 주역들은 그 걸 다 외워서 부르는지요?


테너 이명현 님 : 돌머리라 외우긴 쉽지 않은데, 한 번 외우면 잘 안 까먹어요. 텍스트, 줄거리, 주연을 떠올리며 끝까지 이어가야 하는데, 순간 다른 생각에 빠지면 가사를 까먹어 블랙아웃 상태가 되어버려요. 다행히 까먹었던 가사가 갑자기 튀어나와줄 땐 희열을 느끼기도 하지요.     


어떤 느낌일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쫘악 흐를 텐데, 하얗게 잊었던 가사가 튀어나올 정도라면 연습량이 얼마나 됐을지 짐작이 갔다.     


곧이어 핫핑크 드레스를 입은 요정 같은 황세희 하피스트가 하프 앞에 다소곳이 앉았다. 하프라면 동화책 속에 신비로운 소리를 들을 때 많이 볼 수 있었던 악기가 아니던가. 눈 앞에서 연주하는 모습과 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다니!  하프라는 악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연주하는 방법까지.  


크고 무거울 거 같은 악기를 끌어안 듯 줄을 튕겨 소리를 내는데, 47개의 줄이 있단다.

줄은 피아노의 흰건반 역할을 하고 중간중간 빨간색 줄이 ‘도’ 자리라고 알려주셨다. 발 밑에는 3개, 4개 총 7개의 페달이 있어 연주할 때 반음 올리고 내리는 역할을 하기에 발도 엄청 바삐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


겉으로  보기엔 우아하게 연주하는 것처럼 보이시겠지만, 실상은 아니란다.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여도, 물 밑에선 수없이 물갈퀴로 휘젓듯 하피스트가 입은 드레스 밑의 발도  마찬가지라는 거. 직접 해설까지 듣다 보니 하프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사실 하프 하면 아주 비싸고 귀족적 느낌이 나는 악기라 가까이하기 먼 당신쯤 생각해 왔기 때문이리라.  

   

피아노 연주와 테너와의 만남, 하프 연주와 테너와의 만남으로 빚어낸 색채는 유쾌하고 발랄하고 설레며 밝은 느낌이었다가 때때로 슬프고 아프고 먹먹하며 다채로운 색을 오가는 듯했다.    

 


연주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하늘이 말갛게 개였다. 공연 후에 찾아온 맑은 내 맘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우주 품은 풀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