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비휘 May 28. 2021

냉커피랑 아이스커피 다른가.

촌스럽다/ 세련되다(?)

“울 엄마 어쩔 수 없는 구시대 사람 맞구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단어 하나로 구닥다리라는 걸 안겨준 모양이다.     


제주여행을 다녀온 울 따닝은 제주에서만 살 수 있는 스타벅스 로고가 있는 유리잔 2개를 선물이라며 내밀었다.

“우와, 이쁘네. 여름에 커피 좋아하는 아빠한테 시원한 냉커피 타 주면 딱 좋겠다.”

“엄마, 냉커피가 뭐야? 큰 사발 가득 탄 커피에 얼음 동동 띄우는 그거? 하하하”    


이노무 기집애 더운 여름 큰 양푼에 미숫가루 타 주던 걸 상상했나(?) 혼자 무슨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는지 깔깔대며 웃어댄다.  냉커피를 냉커피라 하지 그럼 뭐래니? 답하는데, ‘아아, 얼죽아’란 말도 함께 떠올랐다.


아 맞다! 근데 급히 말이 나올 땐 왜 그 단어가 바로 튀나오지 않고 오래전 사용하던 냉커피가 나왔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아아로 얼어 죽어도 아메리카노를 얼죽아라고 한다는 말은 신문이나 단톡 방에서 나눈 대화로 들어서 알고 있는 말이라 할지라도  뼈 속 깊이 인식된 말이랑은 다른가보다.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나로선 주문해서 마실 것을 찾을 때도 캐모마일이나 유자차 등 따뜻한 차를 마시다 보니 아이스, 얼음과는 더욱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같은 내용일지라도 단어 하나가 주는 어감에 따라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감정은 서로 다르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기회. 디지털이나 온라인이 더 익숙한 2~30대들은 휴대폰이나 pc에서 보는 것이 더 익숙할 테니 사진이나 해시태그, 키워드들이 아주 중요한 것인가.

비단 젊은이들 뿐 만 아니라 4~50대도 마찬가지고, 심지어 60대도 디지털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무진장 노력하는 이들이 많이 늘었다는 걸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얼굴보며 대할 때보다 더더욱 어휘 하나하나 신경쓰며 살아야 앞서진 않더라도 뒤따라라도 가려나.

   

“노동자보단 근로자, 병자보단 환자,  처녀보단 아가씨, 오락보단  게임?”

라고 물었더니 울 따닝은 처녀 나이 때의 위치에 놓여서인지 그 말이 정말 웃겼나 보다.


“처녀가 뭐야?”

넘 시골스럽고 촌스럽단다.

“어머나, 처녀, 총각이 얼마나 정감 있고 이쁜 말인데?”

“소양강 처녀도 아니고~ㅋㅋㅋ”

아무튼 웃기단다.     


이 쯤되니 비슷 무리하게 사용되는 낱말들의 네이버 사전적 의미는 어떻게 구별되는지 궁금해 찾아보았다.


*노동자 :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노동력을 판매하여 얻은 임금을 가지고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근로자 :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근로기준법 2조)


*병자 : 병을 앓고 있는 사람

*환자 : 병들거나 다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    


*처녀 : 결혼하지 아니한 성년 여자

*아가씨 : 시집갈 나이의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아무리 봐도 비스무리한 거 같은데...뚜렷하게 구별해 놓은 의미만큼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어휘 선택을 좀 더 신중히 해야 하나. 아이스커피를 냉커피라고 말했다가 60년대생임을 여실히 드러낸. 어쩌겠는가 그 시대적인 말투나 사용하던 어휘들이 뼈속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을.    


'울 따닝,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아이스커피를 그대로 부를까나. 난 아니라고 봐. 그땐 너도 너의 딸이나 아들한테 시대 뒤떨어진 말 쓴다고 마구마구 웃는 모습 볼 껄껄껄.  분명 깔깔대며 말야. 배꼽 잡고 웃지 않는다면 다행인 줄 알아라.'

매거진의 이전글 먹고, 자고, 잘 싸고는 엄청 중요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