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냥꽁냥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

by 서비휘

아이들은 강아지풀이 가득한 초록 풀밭이다. 싱싱하고 풋풋하고 햇빛에 비치는 이슬방울의 반짝임 그 자체다. 어느 계절 따로 없다. 그들 속에 있으면 사계절 내내 초록 물이 뚝뚝할 정도로 싱그럽고 푸르다. 사랑의 속삭임마저 들린다.


일곱 살 두 명이 꽁냥꽁냥. 손짓 발짓 눈짓에 웃음이 난다. 이쪽으로 기울었다 저쪽으로 기울었다 머리를 매만지며 얼굴을 들여다보다 둘이 깔깔거린다.


“P야, 옆에 앉은 J가 좋아?”

내 눈을 빤히 쳐다보더니 속일 수 없겠다 싶었는지

“네. 선생님 그런데요, 우리 둘이 사귄 지 2년째예요.”

‘뜨~~~~~~~~~~~~~~~~~~~~악!!!!!!!!!!!!!!!!!!’

입 안에 물이라도 들었으면 완전 100m 밖으로 내뿜을 뻔했다.

사귄 지 2년 째라니. 이것이 과연 꿈인가 현실인가.

내가 듣고 있는 이 말인즉슨 일곱 살 아이 입에서 나온 말이 맞단 말인가. 내가 시대 뒤떨어진 꼰대라서 문화적 충격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는 것인가.

마스크가 가려주어 킥킥거리며 맘껏 웃어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자유놀이 시간 J가 옆에 있어 물었다.

“J야 아까 P가 사귄 지 2년째라고 한 말 맞아? 어떻게 2년째가 된 거야?”

“다섯 살 때는 B를 좋아했는데요, 여섯 살 때부터 P를 좋아해서 그래요.”

옴마나 세상에!!!! 갈수록 가관이다.

어리다고 아무것도 모르며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던 거다.


둘이 좋은 감정이 여섯 살 때부터 생겼다는 걸 서로 아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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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마음이야기 시간이 끝나고 혼자 남아 색연필과 연필, 지우개를 정리하는 P에게 짓궂은 질문이 하고 싶었다.


“P야, J가 어디가 그렇게 좋아?”

“다~~~~~~~~~~~~~~~~~아요. 다~~~~~~~~~~~~~~~~좋아요.”

“그런 게 어딨어, 그래도 맘에 드는 뭔가가 있을 거 아냐?”

“목소리가 넘 예쁘고 귀여워요. 그리고 착해요”

허걱!!!!!!!!!!!!!!!!!!!!!!! 이리도 구체적인 이유가 있을 줄이야.


이 순간 둘이 서로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숨기지 않고 좋은 사람이 있는 걸 솔직하게 말하는

이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대개 친구들이 놀릴까 봐 좋아하면서

‘아니에요. 좋아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난 여자 안 좋아해요. 엄마만 좋아해요.’

이런 대답을 주로 하는데, 이 유치원 아이들은 누가 좋은지를 분명하게 말할 줄 아는 것도 놀랍고, 이런 말을 옆에서 듣고도 그것으로 친구를 놀리는 일이 없게 분위기 조성을 해준 덕분일 거라고 미루어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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