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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ul 22. 2021

나도 N 잡러

작은 [쥬쥬] 카페를 오픈했습니다.

“언제 오픈이신가요?”

수확철이라 단톡방에 비트며 당근, 사과 등  대량 판매가 시작됐다. 박스째 배달되어 오는 온갖 채소와 과일을 작은 믹서기로 가는 거 보더니 울 따닝은 주시를 오픈해야 할 거 같다고 했다.

“그래 좋았어. 신장개업”

“우리 엄마 정말 바쁘게 산다.”

지나가는 말로 우스개로 한 소리를 바로 개업한다고 말했으니.


“장소, 기계, 재료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지는 오늘 저녁에 바로 개업식을 할랍니당.”

울 따닝은 철부지 엄마에  장단을  맞추느라  오늘은 특별히 무료 시음회 겸 오픈식이라며 방방이 가서 홍보와 마케팅에 나섰다.


홈쇼핑을 들여다보며 찜할까 패스할까 몇 번이고 망설임 끝에 들여놓기로 한 흄 믹스기도 도착할 테고. 재료 수급도 까만 봉다리 수준이 아니라 배달됐다 하면 박스째로 밀고 들어오는 통에 깎고 자르기만 해서 냉장, 냉동고가 미어터질 지경인 거다.


제일 간편하고 빠르게 먹고 마실 수 있는 방법. 울 아이들이 자주 얘기하는 목 넘김이 좋다는 손쉬운 방법이 주스. 주시.

 문턱 닳도록은 아니어도 자주 찾는 듯 보이는 주시 매장을 우리 [쥬쥬] 매장으로 발길 돌리게 하기 위해선 그들의 의견수렴을 해줘야 했다. 믹서기로 갈아선 목 넘김이 시원치 않다는 제안을. 거금이 들어갔다.


싱싱한 과일을 깎아먹지 않고 갈아먹게 되면 영양소 파괴 갈아먹지 말 것을 익혀 온 게 머리에 남아있다. 세뇌교육이 무서울 정도로 손으로 얇게 깎고 있었는데. 그것을 가는 것도 모자라 그 좋은 과일의 살집을 찌꺼기란 이름으로 버리게 되다니.

‘어휴, 아까워라!’

 껍질째 먹어도 좋다거나 먹는 게 괜찮다고 해도 잔류농약이 걱정된다며 얇게나마 껍데기를 벗겨내고 있었다. 믹서기도 껍질째 넣으면 자꾸만 낑기는게 싫어서 깎아 넣어주기도 했는데.

새로 들어오는 믹서기는 그럴 필요 없이 모든 걸 쑤셔 넣듯 해도 괜찮다고.


오픈 기념하여 들여놓은 믹서기의 성능이 좋은지 시운전에 들어갔다. 덩어리와 껍데기째 넣고 꾸역꾸역 쿨렁쿨렁 밀어 넘기는 보아뱀처럼. 한가득 넣어도 순식간에 갈아 꿀꺽 삼키더니 옆구리에선 넣어주는 재료에 따라 초록물이, 자주색 물이, 주황 물이, 연한 노란 물이 콸콸콸 쏟아져 나왔다. 목 넘김을 방해하던 찌꺼기는 또 따른 옆구리로 밀어내고.


일단 반응은 좋아 보였다. 주시에서 사 오는 주스처럼 꼴깍꼴깍 잘 마실 거 같다는 거겠지.

입맛과 요구에 따라 토마토 주스, ABC주스(애플, 비트, 캐롯) 키위, 케일 주스를 갈기 시작했다.


투자 대비 수익률은 아직 마이너스다. 개업한 지 이틀째라 통장으로 입금되는 돈이 하나 없다. 재료를 박스째 들여놓아 당분간 재료값은 들지 않는다. 생물이라 얼른 소비를 해야 하는데, 단맛이 덜하다는  것과  얼음이 섞였으면  좋겠다는 고객의 반응이 나왔다.  눈꽃처럼  부드럽게  갈아내는 빙수기도  창고에서  찾아나왔다.

리얼 주스란 고급진 맛을 알아채지 못하고, 시럽이 들어간 맛에 길들여져서 그렇겠지. 벌써 반값 세일에 들어가야 하나.


기계값, 재료값도 본전도 아직 못 뽑은 N 잡러인데.

‘처음엔 누구나 실수와 실패를 하며 성장을 하는 거지.’


주 고객이 돼야 하는 울 따닝과 아드닝 리얼 주스를 먹게 해 주고픈데... 슬슬 발길을 돌리려 하니 주인 마음대로가 아닌 손님의 입맛을 고려해야 하나.

성업 중 카페 운영자이자 브런치 작가님이신 지별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할까나.


‘고객을 먼저 생각합니다.’로 한다면 어떤 좋은 방법이 있을까.

n 잡러로서 수익창출도 장사도 쉽지 않구나! 고객 입 맛 맞추기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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