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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ul 29. 2021

잔소리 씨는 산소같은 말은 안되나.

거기까지 끄읕!!

차가운 냉기는 냉동고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이 차가운 바람을 낼 때는 꽁꽁 언 얼음 못지않게 차갑고 하다.


3일 전부터 울 따닝과 냉전 중이다. 삐지고 토라지고 성질부리고 다툼이 잦은 건 일상 속에 서 일어나는 일, 이번엔 조금 달랐다. 다른 때보다 오래간다. 삐진 곳에 뿔이 나와도 큰 뿔이 나온 거다.


우리 가족은 집돌이, 집순이라 주말이면 집에서 뒹굴거리는 게 일상이다. 코로나로 집에서 지내기를 권장하거나 강제해도 별 부담 없이 받아들였다. 각자 자기 공간에서 뭘 하든 꼼지락꼼지락 대며 지내는 거.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 집에 머무는 시간만큼 잔소리 씨도 늘었나 보다.


“거기까지 끄읕!”

무슨 말만 하면 잔소리라며 입을 다물게 했다. 서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잘 지내려면 자유공간을 최대한 존중해주자 맘에 안 드는 구석이 많아도 그러려니 한다고 생각했다.

너희들이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들이키며 산소 같은 말만  했다고   하

우웩~ 꽥꽥거리며 나만의 착각이라고 하려나.


먹는 것을 좋아하는 가족들이 살이 찌기 좋은 음식을 시켜먹고, 느끼함을 잡아준다는 명목으로 콜라 대병을 마셔대니 몸이 점점 부풀고 불어나는 게 눈에 보였다. 맘먹고 빡세게 움직이며 운동하면 금방이라도 날씬이가 될 거처럼 하지만. 살이라는 게 찌기는 쉬워도 빠지기는 어렵지 않던가.

내 몸뚱아리 내려다보면 입 다물고 있는 게 마땅하건만.


나는 옆으로 걷더라도 너희들은 똑바로 걷거라! 에미 게 마음마냥 점점 뚱땡이로 진입해가는 모습을 가만 보고 있을 수가 없었던 거다. 잔소리 씨가 폭탄이 되어 날아가 버렸다.


“어머 어머, 울 따닝 엉덩이가 삐직삐직”


한 동안 임신 8개월, 9개월째라며 놀려주던 그이의 배는 걷기 운동으로 조금씩 들어가는 듯 보여 잔소리 씨가 울 따닝에게 뿌려진 꼴.



그 후로 3일 째 말을  하지 않는 거다. 스스로 느끼고 있는 것을 대놓고 말을 해서 그런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는 이 정도면 봐 줄만 하고 날씬한데!라고 생각하는 건지.


먹는 음식이 그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던가. 즐겨먹는 음식이 짭조름한 치즈가 잔뜩 올라간 스파게티, 두툼한 튀김옷을 입은 치킨, 떡볶이도 조금씩 아닌 아주 큰 다라이만한 곳에 치즈 한가득인 엽떡인지. 밥보다 라면, 탄산음료 등

된장국과 호박볶음, 가지나물은 저리 가라 수준이다.


쥬쥬 카페를 창업한 지 일주일. 순도 100%라 단맛도 안 나고 야채 맛만 난다며 찾지 않아 파리 날릴 지경에 이르렀고. 찾을 고객 우선 생각해야 한다면 달달이 듬뿍 넣거나 탄산음료 종목도 추가해야 하는데, 그들의 입맛에 맞게 협의점을 생각할 여지가 전혀 없으니. 울 따닝과 아드닝의 발길이 뜸한 것은 따놓은 당상인 셈이다.


원래 호리병처럼 야위면서 엣지 있고 깡다구 있는. 물렁물렁 살집이 붙는 게 느껴지니 잔소리 씨가 점점 바람 타며 번져가고.


지 몸뚱아리 어련히 알아서들 하겠지 하기엔 점점 불어나는 속도가 잔소리 씨 번져가는 것보다 더 빠르니 입이 달싹거려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어젯밤 네 명의 단체 펜싱선수들의 결승전을 보다 보니

“어머 어머 어쩜 몸들이 단단하고 다부지고 군살 하나 없이 다져진 청년들이라니!.”

금메달 딴 국대인 저들처럼 아니라도 타고난 키 큰 유전자를 저리 망가뜨리나 싶어 속이 상하는 거다.


이게 다 엄마의 욕심이라며 무슨 미스코리아나 모델도 아닌 자기한테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는데, 전혀 아니올시다 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인가.


맛은 조금 없더라도 몸에 좋은 건강한 음식 챙겨 먹고 몸이 단단해졌으면 바라는 건데.

너무 과한 욕심이고 요구라고 하니. 더 이상 잔소리 씨를 뿌릴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친한 친구 만나 엄마 흉을 보며 늦은 귀가를 하는 모양이다. 그 따닝이 뭐 예쁘다고 그이는 따닝 방문 앞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있다. 오기 전 방 온도를 낮추기 위함이란다.

시집가도 될 다 큰 따닝의 쾌적한 잠자리를 위함일 텐데, 무뚝뚝이 아빠가 말없이 따닝을 위하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라니.

늘  따닝 편에  서있는  섭섭이  엄마는 오늘은 좀  풀렸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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