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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ul 27. 2021

덩굴 같은손, 손들

토채보 미술관 다섯 번째 콘셉

“선생님, 그거 아세요?”

“뭐~?”

클레이 가지고 뭔가 열심히 만들던 P가 지나가던 나에게 물어왔다. 자기가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아느냐를 요즘 유행하는 말로 ‘그거 아세요’라며 물어본 거. 잘 만들고 있으니 자기에게 관심 가져달라는 신호였다. 불러 세우지 않았으면 지나치고 놓쳤을 꼭 봐야 될 걸 놓친 꼴이 될 뻔했다.


이미 만들어 놓은 수제 마카롱이 먹음직스럽게 놓여있다. M사 햄버거를 만들고 있다며 부연설명까지 해 준다. 패티는 좋아하니 크게 만들고, 양상추는 노랑과 파랑을 섞어 초록 상추로 만든 뒤 조금만 넣고. 마지막으로 빵을 올린 뒤 깨를 뿌려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던 옆에 앉아 L도 참깨를 만들어 올려야겠다며 예정에 없던 참깨를 두 개 만들어 올리다 더 이상 못하겠다며 다른 걸 빚고 있다. P는 개의치 않고 만들어 올려야 할 만큼 만들며 너무 작아 쉽지 않다는 말은 했다.


P의 마카롱과 M사 닮은 햄버거가 완성되어 정말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섬세하고 꼼꼼하고 작은 걸 잘 만들어내는 P. 몸집이 크고 살집이 있는 아이들이 의외로 진득하게 앉아 작고 작은 걸 잘 만들고 오리고 붙이는 편이다. 많은 친구들이 맛날 걸 만들어 말리느라 책장 위에 쭈욱 올려놓았다. 키가 크거나 마른 아이들은 자유놀이 시간마저 몸을 자유로이 움직이며 할 수 있는 팽이 조립해서 돌리는 게임을 좋아하는 듯.


C와 L은 매직으로 일곱 살이 갖고 싶은 최애 아이템을 그리고 있다. 아이템이 많아야 무기 장착하듯 힘이 세진단다.

꽃, 별, 파랑, 빨강 뼈다귀, 산, 해 등 많은 것을 그려놓고 자기들 최애 아이템들이라며 선보여준다.


히야, 일곱 살 아이들 말속에 삶의 진리가 들어있다.


내가 그동안 선보였고 앞으로 선보일 토채보 미술관 작품들. 나의 최애 아이템들이었던 셈이다. 에너지를 충전시켜 삶의 동기를 부여해 주고 정신적, 육체적 힘이 세지게 해 주었던 존재들. 살아갈 힘과 에너지를 주는 엔진들이 그것이었다.


야심 차게 다섯 번째 토채보미술관에서 선보일 작품은 [일곱 살 아이들의 덩굴손 같은 손, 손들]이다.

거침없이 어디든 쭈욱쭉 뻗어 세상 끝까지 가도 남을 기세들. 재창조, 재발견을 넘어 새롭게 발견하고 창조해 나갈 손, 일곱 살 그 네들의 두 손들을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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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채보 미술관 다섯 번째 콘셉





[일곱 살 아이들 덩굴 같은 손, 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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