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다정한 한 쌍의 나무 사이를 지나야 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감나무 한 쌍. 왼쪽엔 땡감, 오른쪽엔 둥글납작한 단감나무.
아파트 정원수로 유실수인 감나무를 심었을 텐데요, 종류를 달리하여 양쪽으로 심었던 모양입니다. 아파트 화단이나 단독주택 마당 한편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건 대추나무와 감나무. 서로 마주 볼 수 있게 다른 모양의 감을 심은 나무들은 쉽게 볼 수 없었습니다.
달달한 연인 같은, 눈빛만 봐도 척 아는 부부 같은, 때론 맘 편한 친구 같은 한 쌍의 나무, 나무인데도 참 정다워 보입니다. 바람이 부는 날에 어찌나 장난스럽게 놀던지요. 쬐금 말고 많이 부러웠습니다.
감이 익기 전, 열매와 잎이 초록은 동색일 때 감나무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가을 햇살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할 무렵, 온몸으로 쪼이는 걸 보았습니다. 밑 둥부터 조금씩 햇살 닮은 빛으로 번져가기 시작하더라고요. 대봉감 닮은 땡감이 익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낮은 담 너머 감나무가 있는 마당 집주인의 마음은 여유가 있고, 넉넉한 맘을 보여줄 거 같습니다. 숲길에서 가장 운치 있는 집, 나뭇잎 쓸고 계시던 감나무 집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오래전 그 집 아저씨께서 설계해서 지은 집이랍니다. 요즘 짓는 예쁜 집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을 겁니다. 집 안 구석구석은 수리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랍니다. 밖은 멀쩡해 보이는데 말입니다.
감에 관심 보인 걸 아시곤 맘껏 사진 찍게 해 주셨고, 홍시가 될 무렵 찾아오라고 하십니다. 처음 본 사람을 같은 동네 주민이라는 사실 만으로 나눠주고 싶은가 봅니다. 역시 제 생각이 맞았습니다. 감나무 집 마당 아주머니의 어질고 넉넉한 마음씨.
단감은 해마다 빠지지 않고 상자 째 먹고 있습니다. 시댁 외사촌 형님네 과수원이 어마어마 넓거든요. 제가 새댁이었을 땐 인자하셨던 시외삼촌도 살아계셨고, 감나무가 널린 들에 나가 나지막한 단감나무에서 금방 따 한 입 베물면 아사삭 소리 나는 싱싱한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시외삼촌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외사촌 형님께서 빠지지 않고 택배로 보내주고 계십니다. 상품 가치 있는 감은 돈 사고, 파찌라 하여 조금 갈라지고 많이 익었거나 매끈함과 반듯함에서 벗어난 녀석들을 상자 째 보내주고 계신 겁니다. 막 먹기는 그 녀석들이 더 달고 맛있습니다.
단감과 대봉감, 땡감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고생해서 농사 지었을 텐데요, 글을 쓰다 보니 달고 아삭한 감 먹을 생각에 침이 고입니다.
[경남 칠북 단감] 외사촌 형님네 감 맛은 언제나 최고랍니다. 형님네 농장 가서 사진 찍으면 예술일 텐데요, 아쉬우나마 동네에서 찍은 감 사진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