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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Oct 03. 2021

언제나 정겨운 이름, 감

토채보 미술관 제 17회 전시작품

매일 다정한 한 쌍의 나무 사이를 지나야 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감나무 한 쌍. 왼쪽엔 땡감, 오른쪽엔 둥글납작한 단감나무.


아파트 정원수로 유실수인 감나무를 심었을 텐데요, 종류를 달리하여 양쪽으로 심었던 모양입니다. 아파트 화단이나 단독주택 마당 한편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건 대추나무와 감나무. 서로 마주 볼 수 있게 다른 모양의 감을 심은 나무들은 쉽게 볼 수 없었습니다.

달달한 연인 같은, 눈빛만 봐도 척 아는 부부 같은, 때론 맘 편한 친구 같은 한 쌍의 나무, 나무인데도 참 정다워 보입니다. 바람이 부는 날에 어찌나 장난스럽게 놀던지요. 쬐금 말고 많이 부러웠습니다.



감이 익기 전,  열매와 잎이 초록은 동색일 때 감나무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가을 햇살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할 무렵, 온몸으로 쪼이는 걸 보았습니다. 밑 둥부터 조금씩 햇살 닮은 빛으로 번져가기 시작하더라고요. 대봉감 닮은 땡감이 익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낮은 담 너머 감나무가 있는 마당 집주인의 마음은 여유가 있고, 넉넉한 맘을 보여줄 거 같습니다.  숲길에서 가장 운치 있는 집, 나뭇잎 쓸고 계시던 감나무 집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오래전 그 집 아저씨께서 설계해서 지은 집이랍니다. 요즘 짓는 예쁜 집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을 겁니다. 집 안 구석구석은 수리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랍니다. 밖은 멀쩡해 보이는데 말입니다.


감에 관심 보인 걸 아시곤 맘껏 사진 찍게 해 주셨고, 홍시가 될 무렵 찾아오라고 하십니다. 처음 본 사람을 같은 동네 주민이라는 사실 만으로 나눠주고 싶은가 봅니다. 역시 제 생각이 맞았습니다. 감나무 집 마당 아주머니의 어질고 넉넉한 마음씨.


단감은 해마다 빠지지 않고 상자 째 먹고 있습니다. 시댁 외사촌 형님네 과수원이 어마어마 넓거든요. 제가 새댁이었을 땐 인자하셨던 시외삼촌도 살아계셨고, 감나무가 널린 들에 나가 나지막한 단감나무에서 금방 따 한 입 베물면 아사삭 소리 나는 싱싱한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시외삼촌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외사촌 형님께서 빠지지 않고 택배로 보내주고 계십니다. 상품 가치 있는 감은 돈 사고, 파찌라 하여 조금 갈라지고 많이 익었거나 매끈함과 반듯함에서 벗어난 녀석들을 상자 째 보내주고 계신 겁니다. 막 먹기는 그 녀석들이 더 달고 맛있습니다.


단감과 대봉감, 땡감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고생해서 농사 지었을 텐데요, 글을 쓰다 보니 달고 아삭한 감 먹을 생각에 침이 고입니다.

[경남 칠북 단감] 외사촌 형님네 감 맛은 언제나 최고랍니다. 형님네 농장 가서 사진 찍으면 예술일 텐데요, 아쉬우나마 동네에서 찍은 감 사진을 올려봅니다.






토채보미술관 제17회 전시작품




언제나 정겨운 이름, 감

나를 따르라


의좋은 형제


점 뺐어요


받아먹기  1초 실패


다 모여라!


삼 형제


삼 형제 옆집은 대가족

제각각 다른 개성으로.


있는 그대로


사진 찍기 싫어!



깨돌이들



점 빼러 가자.


추락사고


시원하게 맥주 한 잔



낮술

언니한테 반말했어?


4인조 그룹 결성



도자기 피부



경례



나란히 나란히



홍시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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