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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Oct 04. 2021

시월 초록 배추, 무반 친구들

작은 생명 보듬기  제18회 토채보미술관 전시작품


기숙사 들어간 아이들을 일주일 만에 재회하듯 텃밭 아이들이 기다려졌습니다. 지난 늦은 밤 시도 때도 없이 번쩍대는 천둥과 번개, 돌풍과 비의 소용돌이. 발코니 창문 한 번 열어보지 못할 만큼 세찬 비였습니다. 그 무서운 밤을 맨몸으로 다 받아낸 여린 잎들은 어떻게 됐을지. 걱정하는 맘으로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뿌리 내렸던 녀석들은 끄떡 없었고요, 새로 씨앗에서 갓 태어난 녀석들만 이쪽저쪽 기울고 싶은 쪽으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너무 작고 가냘파서 곧추 세워줄 수 없었습니다. 제 힘으로 일주일 동안 일어설 수 있게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 뿌리라도 뽑혀 올라오면 금방 시들어 버릴 수 있으니까요. 


처음 텃밭 품에 입학시킬 때만 해도 여릿여릿한 녀석들. 언제 이렇게 컸을까요.

햇살과 바람과 구름, 비의 수업 들으며 규칙적인 식사도 제때 했나 봅니다. 그야말로 몸이 엄청 불었어요. 무는 벌써 이파리가 무성해졌고요, 몸을 반쯤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하얀 무, 자주색 무가 많이 자라 있어요. 자주색 무는 잎줄기 부분이 살짝 자주색을 띠긴 한데요, 자세히 보지 않고 이파리만 보고선 쉽게 차이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가을 텃밭의 최고 매력덩이는 풍성한 배추입니다. 기숙사 있던 아이 일주일 만에 만나 요리조리 살펴 살 빠지고 아픈데 없는지 보는 거 같습니다. 배추 속 알은 차고 벌레가 괴롭히지 않는지 영양상태 등 요레 유심히 들여다본 적 있었을까요. 


진초록 샘물 솟듯 생명의 기운이 넘쳐 보입니다. 일주일 지날 때마다 성큼 자라 달라진 모습을 볼 때면 어린 그 싹들이 맞나 싶습니다. 정말 환골탈태했습니다.


그 한 포기 포기마다의 얼굴이 다 다른 게 신기합니다. 옆 텃밭의 어르신 부부 중 아내는 나무젓가락으로 배추벌레와 달팽이를 잡습니다. 

“여보, 요놈들 잡아 죽어야 하지 않아요? 살려주면 또 갉아먹을 텐데요.”

남편 분이 말씀하십니다. 

“저 멀리 내다 놓으면 다시 찾아올 때까지 다 자라 있을 거요.”

아내는 멀리 보내 놓고 옵니다. 그 놈들을 죽이지 않으면 어디선가 자기 삶을 살아갈 거라는 남편 말을 듣는 아내가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텃밭을 가꾸다 보니 작은 생명 보듬기가 저절로 됩니다.  지렁이, 거미, 애벌레 등 엄청 징그러워했습니다. 지금은 만질 정도는 아니어도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치듯 내 뺄 정도도 아닙니다. 지렁이가 보이면 언능 흙속으로 몸을 숨기길 바라고, 거미들의 몸놀림에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서 봅니다.


배추밭이 좋아 근처에 집 지은 녀석, 하늘 잘 보이는 곳, 차들이 연신 오가는 곳, 개인 취향에 따라 집의 위치도 달라지나 봅니다.


텃밭의 여러 반들 중 무성하게 잘 자라는 배추와 무반을 사진 속에 담아 보았습니다. 개개인의 프로필도 찍어 주었습니다. 시월의 텃밭 친구들 중 무와 배추를 관람하시겠습니다.




서비휘의 토채보 미술관 제18회 전시작품


시월의 배추와 무반 친구들

점점 진초록


귓바퀴



달팽이 집 모양



초록 장미꽃


꽉꽉 채우자, 속 알을.


속 보이는  녀석
점점 크게 점점 작게


깊은 동굴



속깊은 진국


 달팽이집 놀이 중


초록 부채춤



창문은 많을수록 

무 이파리도  속이 깊어.

하늘 본 무


숨은 그림 찾기 -  엄마입술, 벼,


초록은 동색 아냐



자주 무 색깔 곱다.


힘찬이


속살 근육 키우기

무의  속살

몸짱


배추가 될 싹



무가 될 어린.

연노랑 초록꽃

겉보다 속



한 우물 파기



배추의 마스크



자주무 이파리 


김장배추 될 몸



난 김장 무 될테야.



눕는 게 편해.



텃밭 운동회



우리 집 녀석들



상급반 아침조례



고구마반과 무반 힘겨루기



초록 배추 다 모여라!!



농부의 발자국 소리로 커는 거야.



울 집 녀석들




무한 반복



무의 정석



무청의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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