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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Oct 05. 2021

문디 가스나!

따닝,  시집가기 전이라도  질문은 무제한 어때?

“엄마, 오늘 질문 끄읕~~”

“어어, 아직 물어볼 거 시작도 못했는데, 끝이라니. 치이!”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 끝난 지 제법 지났다. 시즌 1,2를 기다리며 봤던 식구들 중 울 따닝은 드라마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극 중 양석형 교수를 향한 추미나 선생이 짝사랑할 때 밝고 명랑한 표정으로 저돌적인 질문이 이어지다 보니 양석형 교수는 추미나 선생에게 다섯 가지만 물어보라고 했던 거 같다. 궁금증을 하나씩 아껴 아껴 물어봤던 거 같은데...


울 따닝이 그걸 제대로 써먹고 있는 것이다. 하루에 하나씩만 물어보라는 거다. 하나 이상은 답을 해주지 못한다는 거. 지난여름 휴가 쓰지 않고 아껴둔 걸 여고 때 친한 친구 포시즌 멤버들과 4박 5일 제주도 여행을 떠난단다. 저녁밥 먹으면서 왜 이제 말하냐고 했더니 비행기표 예약할 때 얘기했단다. 가만 생각해 보니 어렴풋이 기억났지만, 잊고 있었다. 수요일 떠나는 날이라고 말했다.


자동 센스라도 단 것 마냥 어디서 묵고 어디 어디 다닐 건지 물어보자, 아침에 질문 하나 카드를 벌써 썼다는 거다.

"문디 가스나."

란 말이 저절로 나왔다.


울 따닝이 얄미울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이다. 갱상도에서 자란 나는 반가워도 좋아도 싫고 미워도 문디 가시나란 말이 나온다. 몸이 기억하는 말.

‘문디 가스나.’

전라도 사람들의 ‘거시기’와 비슷한 건가.


질문을 못하고 끙끙대고 있는 나를 보며 따닝은 불난 집 기름 붓듯 놀려댄다.

“엄마는 나랑 대화를 많이 해야 글감이 생기는데, 통 말을 못 하니 쓸거리가 없지?”

그렇다. 울 따닝이랑 얘기를 안 하니 쓸거리가 없기도 하다. 같이 살 때 아웅다웅 찌질한 얘기까지 나누면서 지내고 싶은데, 찌질한 얘기는 친구들이랑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울 따닝은 자기도 다 컸기 때문에 엄마랑은

‘그래 알았다. 그래 잘 놀다 와라.’

거기서 끝을 내야 한다는 거다. 더 이상 물어봐서도 궁금해해서도 안된다는. 다른 친구들도 엄마랑 다 그렇게 지낸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지낸다고 해서 우리도 그렇게  꼭 따라 해야 한다고 누가 그랬단 말인가.

어른스럽지 못하고 엄마한테 매여 있다고 여기나 보다. 같은 공간 생활하지만, 독립된 개체로 생각의 방해받지 않으며 자유로이 생활하고 싶다는 거.


울 따닝을 놀려먹는 재미도 좋고, 같이 침대에 엎드려 히히덕거리는 것도 좋은데...


어째 요즘은 포레스텔라 콘서트 가자는 얘기도 안 꺼낸다. 포레스텔라의 팬심이 점점 동력을 잃고 있는 것인지, 콘서트가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

질문 하나를 항상 중요치 않는 걸로 무심코 써 버리니 꼭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해소가 안 되고 있다.

‘문디 가스나.’

시집 가지 전까진 질문은 무제한 카드로 풀어야 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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